소득감소 . 교육비 증가 원인...정부차원 대책 절실

“어휴, 저축할 여유가 어디 있어요.” 올해 직장생활 2년차인 K씨(29)는 한달에 저축을 얼마냐 하느냐는 물음에 손사래를 친다. 또래보다 비교적 임금수준이 높은 편이지만 지난해 말에 구입한 자동차 할부금과 생활비 대기도 버겁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무엇보다 신용카드 비용이 매달 100만원이 넘는 탓에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겨우겨우 버티고 있다는 것. K씨는 “저축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면서 “임금이 오르면 고려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K씨의 경우처럼 저축의 필요성은 잘 알고 있지만 실제 저축에는 무관심한 20~30 대 직장인들이 40~50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이번 조사결과 저축을 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20대는 96.5%, 30대는 96.9%로 100명 중 3명은 아예 저축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전히 많은 젊은이들이 저축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응답자 전원이 ‘현재 저축을 하고 있다’고 답한 40~50대에 비하면 염려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더욱 심각한 것은 저축을 하는 경우라도 금액은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지난 ‘3년간 저축액을 비교’해 본 결과 40% 가량이 해마다 저축하는 금액이 줄어들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늘어났다’는 응답은 7.3%에 불과했다.젊은 세대들의 저축률 하락은 정부기관 조사에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다. 통계청의 2002년 하반기 자료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외환위기 이후(98~02년) 저축률은 외환위기 이전(90~97년)에 비해 각각 3.4%포인트와 3.0%포인트 하락해 전체 평균 저축률 하락폭(2.2%)을 상회하고 있다는 것. 연령대가 낮을수록 저축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비과세저축 확충 필요그렇다면 젊은 세대의 저축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뭘까. 당사자들은 수입감소와 교육비 증가 등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20대와 30대의 경우 각각 48.5%와 40.3%가 수입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이어 ‘교육비 증가’(20대 12.6%, 30대 28.3%)와 ‘자녀출산으로 인한 소비증가’(20대 10.3%, 30대 4.6%) 등도 무시하지 못할 요인으로 보고 있다.전문가들은 20~30대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하고 있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2000년대 들어 레저활동이나 쇼핑 등으로 인한 카드사용 및 외식비 증가 등 소비활동이 더욱 왕성해지면서 저축에 신경을 덜 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번 조사에서도 20대와 30대 응답자 중 각각 6.2%와 8.1%가 레저비용, 카드사용, 외식비 증가 등으로 저축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20~30대의 저축률 하락 추세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이다.이는 현재 소득 대비 재테크 비율뿐만 아니라 향후 계획도 40~50대에 비해 낮게 조사됐기 때문이다. 소득의 30% 이상을 재테크에 투자하는 비율을 보면 20대는 33.9%, 30대는 46.7%로 40~50대의 50.3%보다 낮게 나타났다.‘향후에 재테크가 필요한가’라는 물음에도 상당수가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20대는 82.7%가 ‘매우 필요’하거나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이는 40대의 84.7%보다 2%포인트 낮은 수치다.더 큰 문제는 젊은 세대 사이에 저축률 하락이 ‘별문제가 아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또한 세대간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 비교적 연령대가 높을수록 20~30대 저축률 하락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높은 반면,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특히 20대의 경우 ‘경제적 여건이 좋아지면 나아질 것’이라는 입장이 43.3%로 40~50대(32.1%)보다 11%포인트가 높게 나타났다.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20~30세대가 저축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범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세제우대상품 확대 등 저축을 촉진시킬 수 있는 정부 정책이 적극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정부의 발빠른 대책을 촉구했다.가령 젊은 세대를 비롯한 저소득층의 저축촉진을 위한 비과세상품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아쉽게도 대표적인 비과세 저축인 근로자우대저축은 2002년 말 폐지됐고, 장기주택마련저축도 오는 12월 폐지를 앞두고 있는 실정이다.따라서 연봉 3,000만원 이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근로자우대저축의 재도입 추진은 물론 가입대상도 일정 수준 확대하고 장기주택마련저축의 가입기한도 연장해야 한다는 것. 또한 김연구원은 연금저축 외에 자녀교육 금융상품에 대한 세제우대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4050 세대는저축 필요성 공감, 교육비 부담에 ‘헉헉’‘정말 저축하기 힘들어요.’ 저축액이 점차 줄어드는 현상은 장년층도 마찬가지다.40~50대는 이번 조사에서 젊은 세대에 비해 저축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저축금액이 줄어드는 것만은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실제로 40~50대의 과거 3년간의 저축액 증감추이를 보면 ‘감소했다’(47.2%)거나 ‘비슷하다’(46.2%)는 응답자가 ‘증가했다’(6.6%)는 응답자를 압도했다. 이들이 저축액을 줄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역시 교육비에 대한 높은 부담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은 ‘교육비 증가’로 저축액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그러나 저축액이 줄어들더라도 노후대비는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것도 이들의 생각이다. 은행상품을 이용하는 40~50대의 35.3%가 노후생활자금 저축을 하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또 이들은 20~30대의 저축률이 점점 하락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10명 중 5명은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으며,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서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이라는 응답은 2명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