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불확실성, 6월께 ‘사르르’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맹위가 수그러들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제 사스는 단순한 질병 차원을 넘어 전지구촌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세계경제에 커다란 악재가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지난 4월23일 세계무역기구(WTO)는 “사스가 조기에 퇴치되지 않을 경우 세계경기와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중국, 싱가포르 등 발생국들은 이미 올해 경제성장률의 하락을 점치고 있을 정도다.우리나라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사스가 우리 경제와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궁금증을 갖게 된다. 그러나 ‘사스’와 같은 경제외적인 변수에 의한 시장영향을 전망하는 것은 애널리스트로서는 상당히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판단을 유보하는 입장이다.이 와중에 ‘용감하게’ 투자자의 궁금증에 대해 소신껏 의견을 낸 리포트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기봉 삼성증권 연구위원(34)은 <사스의 그림자 designtimesp=23737>라는 리포트에서 사스의 영향은 주식시장에 제한적일 거라고 전망한다. 사스 맹위에 따른 심리적 충격이 5~6월쯤이면 진정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다루기 쉽지 않은 사스와 같은 민감한 주제로 리포트를 낸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요.사스가 발생하면서 주위사람들로부터 실제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질문을 자주 받았습니다. 그래서 리포트를 써 궁금해 하는 여러 사람들의 판단에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사실 제가 사스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에 깊은 분석은 현실적으로 어려웠습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자료를 토대로 시나리오 가능성에 근거해 분석한 것입니다.사스확산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데 5~6월쯤 진정된다고 보는 근거는.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분석해 보면 최근에 발표되는 신규환자는 이전 발병자로 그동안 숨겨졌던 숫자입니다.오히려 신규환자의 증가는 급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전염병이 주는 심리적 충격입니다. 아시다시피 경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잖아요. 사실 에이즈(ADISㆍ후천성면역결핍증)의 경우 감염경로와 원인 등이 밝혀졌지만, 사스는 그렇지 못해 전망을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현재로서는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 홍콩에 비해 방역체계가 비교적 잘되어 있는 편이라 대규모로 감염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만일 사스가 악영향을 준다면 국내 경제의 어떤 부문에 충격이 클 것으로 보는지요.국내 소비 위축보다 오히려 수출부문의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봅니다. 사스의 진원지인 중국의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 우리나라의 대중국수출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또한 최소한 상반기에는 아시아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이 예상됩니다. 세계적으로 아시아 상품에 대한 기피 움직임마저 나타날 조짐이어서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최근 지인으로부터 유럽출장길에 열차 안에서 마스크를 쓴 아시아인이라고 같이 앉는 것조차 꺼려하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사스의 분명한 원인과 치료방법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이런저런 악영향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사스 불확실성으로 주식시장이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불확실성이 5~6월쯤이면 꺾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입니다.그렇다면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증시가 어떻게 움직일 것이라고 봅니까.저는 지난해부터 한국증시는 펀더멘털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이런 맥락에서 북핵문제, SK 리스크, 사스 등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일부 줄어든다면 종합주가지수가 800선까지 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장기투자자라면 당분간 나타나는 조정 또는 하락시점에서 주식비중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단기적인 상승랠리가 있을 수 있지만 본격적인 상승은 6개월 후에 나타날 것으로 봅니다.그럼 이 시점에서 투자자들은 어떤 종목에 관심을 두는 게 좋은가요.종목은 본인의 투자목적과 투자 가능 기간을 고려해 선정해야 합니다.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영향을 덜 받기 위해서는 경기방어주와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이 좋습니다.만일 높은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라면 그동안 하락률이 컸던 IT주와 일부 소비주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죠. 또한 시장의 움직임에 앞서는 경향이 있는 금융업종 가운데 증권, 보험 등 일부 종목의 투자비중을 늘리는 것도 유망해 보입니다.사실 사스보다 북핵문제가 더 큰 이슈라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맞습니다. 앞으로 주식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는 사스가 아니라 북핵문제라고 보는 데 공감합니다. 그런데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국내 전문가들은 대체로 낙관적인 입장이고, 외국인의 경우는 시각이 다양합니다.외국인들의 매수조짐이 아직은 안 보인다고 하던데요.연초 매도했던 외국인 자금의 본격적인 유입 움직임이 아직은 나타나지 않는 상황입니다. 90년 하반기에 외국인 투자비중을 크게 늘려 지금은 거래소 상장기업의 외국인 투자비중이 34.5% 정도입니다.이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대주주 지분과 중소형주, 일부 부실주를 제외하고 볼 때 시장물량의 70% 이상을 외국인이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추가자금이 유입돼도 외국인들이 살 수 있는 물량이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관투자가들이 주식투자비중을 늘리는 것이 시장상승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봅니다.애널리스트로서 어떨 때 가장 기쁘고, 힘든가요.가장 기쁠 때는 내놓은 지 꽤 지난 리포트를 보고 펀드매니저가 관심을 갖고 질문을 해 올 때죠. 얼마 전 한 펀드매니저가 지난해 4월에 낸 <스타일 투자 designtimesp=23786>라는 리포트를 보고 문의를 해 왔습니다. 기분도 좋고 의욕도 생기더라고요.반대로 나름대로 열심히 쓴 리포트에 대해 반응이 별로 없을 때 가장 힘이 빠집니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전망치가 어긋날 때 가장 괴롭죠. 우리 시장의 저평가에 대한 내용을 담은 <시장위험프리미엄 퍼즐 designtimesp=23789>을 내놓고 난 뒤 주가가 더 빠져, 한동안 위축됐던 적도 있습니다.애널리스트들에게는 단기적인 주식시장 전망이 가장 힘들죠. 모멘텀을 잘 읽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주가를 움직이는 요인들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에 대해서 늘 고민하고 있죠.돋보기대우증권은 ‘리서치수장’ 보육센터?대우증권이 자타가 공인하는 증권업계 사관학교의 명성을 다시 확인시켰다. 지난 연말부터 올 초 인사에서 4명의 대우증권 출신 리서치센터장이 탄생한 것.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임을 비롯한 현재 총 7명의 리서치센터장이 대우증권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체 리서치센터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신임리서치센터장 가운데 대우증권 출신은 백기언 메리츠증권, 이종우 한화증권, 임송학 교보증권, 윤재현 세종증권 등이다. 이 가운데 교보와 세종은 기존의 투자전략팀장이 이사승진을 통해 리서치센터장이 된 케이스다. 이밖에 기존의 센터장 가운데 신성호 우리증권, 전병서 대우증권, 윤세욱 KGI증권 등이 대우증권 출신이다.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재 대우증권이 법인영업 부문에서 중위권으로 밀려난 상황에서 몸집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명성에 걸맞은 대우증권으로 거듭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