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계속 접하게 될 적대적 인수합병(M&A) 사례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미국식 M&A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입니다. 다만 전파속도와 이에 대응하는 우리 기업들의 준비가 관건이죠.”최근 국내 컨설팅사 ABL에 새둥지를 튼 조효승 이사(37)는 유럽계 해외펀드인 크레스트 시큐리티즈가 SK(주) 1대 주주가 된 일을 두고 이렇게 분석했다. M&A전문회사 아시아M&A의 대표를 지낸 조이사는 한국통신하이텔 등 50여건의 M&A 중개를 성사시킨 인물이다. 그는 지난 4월 초 ABL과 손을 잡았다.“우리나라나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경영권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이 흔히 ‘패밀리’라 부르는 족벌집단인 경우가 많지만 미국이나 영국은 이사회가 그 역할을 맡고 있죠. 적대적 M&A는 이사회가 경영에 미치는 영향력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합니다. 그래서 국내 기업들이 낯설게 받아들이는 겁니다.”조이사는 우리나라의 족벌경영체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다만 시장에 크레스트의 SK(주) 지분매집을 반기는 시각도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오너집단에 대한 실망이 시장에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그는 미국식 경영이나 한국식 경영이 어느 편이 낫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최근에는 미국식으로 가는 것이 트렌드인 것만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ABL과 손잡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두고 있다. 국내 기업에는 M&A와 전략컨설팅의 통합이 이뤄진 정보가 시급하다는 게 조이사의 판단이다. 경영전략을 세우더라도 이를 실제로 수행할 재무여건이 갖춰져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는 큰 효과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경영전략과 재무상황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그래서 최고경영자(CEO) 옆에는 항상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있는 거죠.”그가 일하게 된 ABL은 지난해 15명 가량의 인력으로 약 3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토종 컨설팅사다. 그가 이 같은 소규모 조직과 손잡은 것은 ‘아메바식’ 경영의 장점을 믿기 때문이다.고정비가 크지 않는 대신 외부전문가를 영입해 고객에게 맞춤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해외 유명 컨설팅사와 규모 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겠지만 뒤지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죠. ‘자본시장은 살아있다’고 하죠. 경영권 방어는 기업이 방심하는 동안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기업들이 미리미리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도록 조정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