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이런 곳이 다 있었어?”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성곡미술관에 처음 온 사람이면 십중팔구 이렇게 첫마디를 시작한다. 빼곡한 고층빌딩 사이에 놀랍도록 호젓한 골목이 있는 것도 ‘신기’한데, 거짓말처럼 넓고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지니 그럴 만도 하다.일상생활에 쫓기는 서민들에게 미술관은 아직 어렵고 먼 공간이지만, 이곳 성곡미술관은 좀 다르다. 굳이 전시회 관람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게 많다.신선한 꽃향기를 맡으며 즐기는 가벼운 산책, 향기로운 차 한 잔과 독서, 기분전환에 그만인 공예소품 쇼핑 등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솔루션이 가득하다.성곡미술관은 쌍용그룹 창업자인 고 성곡 김성곤 선생의 사회봉사정신을 기려 지난 95년 개관했다. 다른 대형 미술관과 달리 공익에 초점을 맞춘 기획전과 아기자기한 시설배치가 장점. 본관과 별관, 고 성곡 김성곤 선생 기념관, 조각공원, 찻집, 아트숍 등으로 나뉘어 있어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부하다.그중에서도 미술관 한가운데 자리잡은 찻집은 많은 ‘고정팬’을 거느린 명소로 꼽힌다. 국내외 유명작가의 작품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1,100여평의 조각공원과 100여종의 나무, 꽃을 한눈에 감상하며 품질 좋은 차를 마실 수 있어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이도 많다.커피, 주스 등 일반 음료부터 녹차, 매실차 등 전통음료까지 다양하게 갖추고 있으며 가격은 3,000~4,500원. 특히 여름에는 일본에서 수입한 녹차가루로 만드는 녹차빙수가 유명하고 겨울에는 찻집 안 벽난로에서 굽는 군고구마가 인기다.5월 말부터 판매를 시작할 녹차빙수(5,500원)의 경우 풍미가 뛰어난 녹차가루를 곱게 간 얼음 위에 솔솔 뿌려 맛은 물론 모양도 최고라는 평이다.찻집의 또 하나 명물은 박문순 관장이 직접 구워낸 호두파이(700원). 앙증맞은 그릇모양 반죽에 계피를 섞은 호두를 가득 넣어 구운 것을 차 한모금과 함께 먹으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수시로 호두파이를 만들어 찻집에 공급하는 박관장은 성곡미술문화재단 이사장인 김석원 쌍용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이기도 하다.이 찻집은 4~5월과 눈 내리는 겨울에 가장 아름답다. 나무마다 여린 새잎이 돋고 진달래, 수선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는 요즘이 절정기인 셈.이곳의 진가를 아는 광화문 일대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일제히 몰려들기 때문에 호젓한 휴식을 즐기려면 오전이나 오후 2시 이후에 찾는 것이 좋다. 찻집에 들러 담소를 나눈 다음 미술관에서 정신의 충만함까지 채워간다면 금상첨화다. 현재 섬유작가 윤정희전과 스페인판화전이 열리고 있다.주소 :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2가 1-101전화번호 : 02-734-4130영업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찾아가는 길 : 서울 광화문 구세군회관빌딩 골목 400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