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이하 자녀 1년 교육비 250만원 지원, 연말에는 20일간 휴가

연말연시가 되면 주고받는 신년 다이어리. 풍광이 수려한 관광지의 사진이 눈길을 끌기도 하고 솜씨 좋은 화백의 동양화가 정취를 돋우기도 한다. 드물기는 하지만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린 아이들의 그림이 오르는 경우도 있다. 때묻지 않은 무한한 상상의 나래가 고스란히 다이어리의 그림을 통해 배어나온다.한국BMS제약은 매년 신년 다이어리에 아이들의 그림을 사용한다. 그중에서도 특이한 것은 늘 직원 자녀들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다이어리를 만든다는 점이다. 직원, 내부구성원을 중시한다는 경영철학과 방침이 다이어리제작에도 스며들어가 있는 것이다.한국BMS제약(대표이사 사장 이희열)은 115년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적 다국적 제약회사 브리스톨마이어스큅(BMS)이 1997년 한국에 진출해 건립한 자회사로, 본사는 미국 뉴욕에 있다.한국BMS제약은 특히 가정사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남다른 제도를 갖고 있으며 이 때문에 ‘기혼 여성들의 천국’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물론 미국 본사의 문화와 전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BMS제약은 지난 98년 이후 미국의 <워킹마더 designtimesp=23774>(Working Mother)지가 선정하는 일하는 여성에게 좋은 직장 리스트의 상위에 랭크되고 있다.한국BMS제약의 12층 휴게실은 오전 8시30분이 되면 하나둘 모여든 직원들로 북적대기 시작한다. 직원들의 아침식사시간이다. ‘회사의 경쟁력은 직원들의 건강에서 나온다’는 제약회사다운 경영진의 방침에 따라 2000년부터 아침식사로 김밥과 우유를 제공하고 있다. 직원들의 호응도 예상외로 좋아 이제는 100여명이 아침식사를 회사에서 해결하고 있다.아침식사의 제공은 가정사 지원의 한 부분이다. 이 회사는 출퇴근시간 자체가 유동적(Flexible)이다. 하루 7시간30분의 근무시간을 지키는 대신 직원들은 집안의 사정에 맞춰 출퇴근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땀 냄새로 뒤범벅이 된 만원전철을 이용해야 하는 여름철의 출근전쟁을 생각하면 이 자체만으로도 여유가 아닐 수 없다.특히 일하는 여성에게는 출산과 명절이 큰 스트레스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한국BMS제약에서는 남의 얘기다.90일 동안의 출산 휴가기간에도 정상적인 급여가 지급되며, 1년간 분유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나아가 5세 이하의 자녀를 뒀을 경우 1년에 최고 250만원의 교육비를 지원한다. 명절을 전후해 10일간의 휴가를 쓸 수 있다. 연말에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문을 닫고 거의 모든 임직원이 20여일간의 휴가에 들어간다.“그렇게 해서 어떻게 회사가 굴러가냐”고 의아해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회사는 97년 설립 이후 매년 두 배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99년 매출액 271억원을 기록한 후 2000년 414억원, 2001년 690억을 올린 데 이어 지난해에는 880억원을 기록, 세계 65개 BMS지사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출범 당시 40여명에 불과하던 직원수가 현재 200명을 넘어섰다.여성에 대한 ‘특별한 배려’는 최고경영자인 이희열 사장의 강한 의지에서 나온다. “밖에서는 똑같이 일해도 집에 들어가면 남녀의 역할이 공평하지 않다”며 회사에서라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다.그는 결혼한 사람, 아이를 길러본 사람이 회사일도 더 잘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때문에 한국BMS제약에는 회사를 옮기자마자 임신을 했지만 제왕절개 수술비까지 100% 지원을 받은 직원부터 초등학생 아이의 급식당번을 유동출퇴근제로 해결하게 된 직원까지 대다수의 직원들이 행복해한다.여자들만 즐거운 건 아니다. 남자직원들도 행복하기는 마찬가지다. 20일간의 연말휴가는 사실 직원 가족들을 위한 회사의 배려에서 이뤄진 것이다.제일 궁금한 건 비용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하는 부분이다.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예산의 최우선 순위를 직원복지에 둔다는 원칙을 지키기만 하면 된다.400여개가 넘는 회사들의 총성 없는 전쟁터로 비유되는 제약업계이지만 한국BMS제약은 본사 방침에 따라 경쟁사를 비방하거나 부당한 판매촉진 행위를 하지 않는다. 골프, 술 등의 접대비를 복지예산으로 돌리면서 자연스럽게 비용을 충당하게 됐다.가정사 지원과 구성원 중심 경영을 보여주는 사례는 이외에도 많다. 전체 영업사원(133명)에게는 배기량 1,500㏄급 차량을 제공하고 실적이 우수한 영업사원에게는 서울 강남에 아파트를 얻어주고 최고급 승용차를 임대해준다.지원제도보다 앞서는 것은 마음씀씀이다. 생일에 출근한 간부사원을 불러 “직원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준다”며 집으로 되돌려 보내는 사장이 있는 회사이기에 10명을 모집하는데 1,700명이 몰린다거나 외국계 제약사 평균의 절반 수준인 5.9%의 영업사원 이직률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엘테크의 브레인스토밍한국BMS제약은 여러 측면에서 훌륭한 일터(Great WorkplaceㆍGWP)라는 개념에 부합하는 기업이다. 그중에서도 가정사 지원이란 점은 탁월하다.회사가 가정사에 많은 배려를 하기 때문에 가사에 있어 일차적 담당자일 수밖에 없는 일하는 여성에게는 어느 회사보다도 좋은 여건이 주어진 곳으로 보인다.가정사 지원은 최근 초일류 기업들의 복리후생 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테마로 올라와 있다.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업인 시스코시스템스는 90년대 들어 HR의 정책방향을 ‘직장과 가정의 조화’로 잡았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구현돼 나타난 것이 출근하는 사람을 위한 직장 내 탁아소 설치와 퇴근하는 사람을 위한 각 가정으로의 초고속통신망 연결 지원이었다.현대사회는 예전처럼 ‘아이들이 저절로 알아서 자란다’고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부모 중 한 사람의 보살핌이 반드시 있어야 그나마 뒤처지지 않고 자랄 수 있다. 때문에 정부에서도 보육시설의 확충을 비롯한 가정사 지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하지만 정부의 공공서비스란 늘 부족함을 느끼게 하는 측면이 있다. 그것을 보완해주는 일터, 기업이야말로 초일류기업으로서 손색이 없다. 일하기 훌륭한 포천 100대 기업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 가정사 지원이 중요한 평가항목의 하나가 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매년 연말 해외에서 이뤄지는 전체 미팅은 구성원과 구성원 가족들에게까지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내부의 신뢰적 토대가 구성원의 업무에 대한 열정과 몰입을 강화시켜 꾸준한 매출성장세로 연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