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 배전 손실률 4.5%로 미국 일본 앞서, 필리핀 등 해외진출도 추진

이번 100대 기업 조사에서 한전은 당당히 2위 자리에 올랐다. 3년째 2인자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시가총액, 매출액, 당기순이익 등의 평가항목에서 고루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삼성전자라는 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지만 다른 국내의 굴지의 기업들을 따돌리고 한국 최고의 기업 가운데 하나로 우뚝 서 있는 셈이다.한전은 일단 외형 면에서 거대하다. 전국의 사업장에서 1만8,000여명의 전력 역군들이 땀 흘려 일하고 있다. 자산은 53조9,000억원대이며, 자본금은 35조4,000억원대를 자랑한다.지난해 21조원대의 매출액을 올렸고, 부채율은 52.2%에 지나지 않는다. 발전설비용량은 5,515만KW로 원자력 18기, 석탄화력 37기, 가스 106기, 석유화력 133기, 수력 140기 등 모두 434대의 발전기를 보유하고 있다.한전 산하에 두고 있는 자회사(한국전력기술 등 4개사)와 발전자회사(남동발전 등 6개사), 현지법인(한전필리핀지주회사 등 2개사), 출자회사(한전산업개발 등 4개사) 등도 많아 마치 공룡기업을 연상시키다.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전의 진면목을 더욱 뚜렷하게 알 수 있다. 1887년 경복궁을 밝힌 최초의 전등부터 시작해 기술개발과 고객만족도에 매달려 온 한전은 정부가 시행하는 공기업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전기요금 수준은 KW당 73.88원으로 일본의 197.41원, 미국 85.95원, 영국 95.38원과 비교해볼 때 세계적으로 매우 저렴한 편이다. 호당 정전시간으로 평가하는 전기품질은 연간 19.69분으로 일본의 5분에 비해서는 다소 처지지만 대만 77.3분, 미국 122분에 비해 매우 우수한 편이다.송배전 손실률(가정에 공급되는 전기가 끊기는 경우) 역시 뛰어나다. 한전의 경우 4.5%로 기술선진국인 일본 5.2%, 영국 8.9%, 미국 8.9%를 압도한다. 또 공급설비의 이용률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인 부하율은 75.5%로 일본 59.5%, 대만 69.9%, 영국 66.1%, 미국 61.2%에 비해 앞서가고 있다.일각에서는 이런 성과와 기술력을 놓고 독점기업이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회사측은 다른 입장이다. 경쟁자가 없는 가운데서도 전직원이 세계 최고의 전력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 피땀 흘리며 기울여온 노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특히 국토의 80%가 산지이며, 3,000여개의 섬이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국토의 구석구석까지 송전선로를 따라 전기가 흐르도록 만든 점은 한전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거대기업 한전의 사업영역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송변전사업, 배전사업, 판매사업, 대외사업 등이 그것이다. 특히 회사측은 최근 몇 년 사이 축적된 경험과 기술력으로 해외전력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치열한 국제입찰 끝에 수주한 필리핀 말라야화력 성능복구 및 운영사업은 이후 한전의 기술력이 접목되면서 필리핀 최고 성능의 고효율발전소로 탈바꿈한 상태다. 세계 유수의 전력회사들과 열띤 경합을 통해 수주한 필리핀 최대의 민자발전사업인 120만KW급 일리한 복합화력발전소 건설 및 운영사업도 3년여의 공사를 거쳐 지난해 성공적으로 준공하여 가동되고 있다.아울러 중국, 대만, 베트남, 미얀마 등지에서 기술자문, 성능시험, 교육훈련 등 발전용역사업 및 송변전사업을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으며 북미, 호주 등 선진국 전력 시장에도 진출함으로써 한국의 전력기술을 해외에 전파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이밖에 1997년 함경남도 신포시 금호지구에서 역사적인 첫 삽을 뜬 100만KW급 한국표준형 원전건설은 한민족의 소중한 꿈이 담겨져 있는 사업으로 현재 약 28%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세계적인 전력회사로 거듭나고 있는 한전의 최대 현안은 민영화 문제다. 그동안 추진해 온 민영화가 후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 속에 향후 일정에도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원래 한전 민영화는 정부의 공공개혁 방침에 따라 추진돼 왔다. 1단계로 2001년 4월 발전 부문을 6개사로 분할했고, 남동발전의 민영화를 추진해 왔다. 배전 부문은 2004년 6월 6개사로 분할한다는 방안도 마련해 놓고 있었다.하지만 지난해 12월 브레이크가 걸렸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범 이후 혼선을 빚다가 결국 발전 쪽은 민영화를 계속 추진하고, 배전 부문은 일단 분할하되 민영화 여부는 나중에 다시 정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그러다가 4월 말 노무현 대통령이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재검토론을 펴면서 상황은 다시 복잡해졌다. 결국 한전의 민영화 문제는 앞으로 시간을 두고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주주 현황을 보면 정부가 32.4%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의 자리를 지키고 있고, 이어 산업은행(21.6%), 뉴욕은행(7.1%), 정리금융공사(5.1%) 등의 순이다.돋보기 / 한국전력의 화두 ‘청렴계약’뇌물 주는 협력회사 ‘퇴출’요즘 한국전력은 윤리경영에 적극적이다. 지난 4월15일 전직원을 대상으로 윤리경영을 선언한 이후 후속 조치로 최근 첨련계약제를 도입했다. 지난 4월29일에는 본사에서 최고경영진과 협력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청렴계약제란 구매, 공사, 용역 등 한전의 전 계약을 대상으로 청렴계약을 특수조건으로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뇌물제공시 계약해지, 입찰참가 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는 내용이 계약서상에 명시돼 있다. 부정행위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한전의 직원들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청렴계약 이행각서를 작성하게 해 투명한 업무수행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직무와 관련해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직원에 대해서는 징계 이외에 보직해임 등 인사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또한 상급자에게도 연대책임을 묻는다는 것이 한전의 입장이다.한전이 이처럼 청렴계약제를 들고 나온 이유는 워낙 조달규모가 크고 전력산업을 담당하다 보니 각종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한전의 조달구모는 구매, 공사, 용역 분야에서 총 4조64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협력업체는 1,175개사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