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한우물 파 ‘순풍에 돛단 듯’

김종창 행장약력: 1948년 경북 예천 출생. 67년 대창고 졸업. 71년 서울대 상학과 졸업. 85년 미 워싱턴대 경제학 석사. 70년 행정고시 8회. 76년 재무부 국고국. 2000년 금융감독원 부원장. 2001년 기업은행장정부 정책은행을 통해 ‘지원’하고 ‘장려’해야만 했던 중소기업 금융. 지금은 모든 은행들이 군침을 흘리는 우량 시장으로 처지가 바뀌었다. 이런 와중에 기업은행은 상대적으로 덕을 많이 봤다.1961년 정부출자 특수은행으로 창립될 때부터 중소기업 위주로 영업해 왔는데, 이제 이렇게 쌓여온 22만6,000여 중소기업 고객은 기업은행을 든든하게 만들어주는 수익기반이다. 업체당 평균대출금이 2억원밖에 되지 않아 자산이 부실화될 위험도 낮다.호기를 만난 기업은행은 강점을 더욱 부각시킬 기세다. 지난해 중소기업에 16조원의 자금을 공급했고, 올해는 19조2,0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담보나 보증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여신을 신용대출로 바꿔갈 계획이다.그동안 신용을 측정할 툴이 없어 소외시켜 왔던 소기업에 대한 대출시장을 발굴하기 위해 ‘소기업평가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중소기업 고객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300여개 거래 우수기업을 선정해 ‘중소골드어음’을 발행하는 것도 이런 노력 중 하나.이는 선정된 기업에 대해서는 전국 어느 영업점에서든지 3억원까지 영업점장 전결로 신용대출을 취급해 주고 어음할인료를 크게 우대해 주는 VIP대접 서비스다. 행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거래기업 컨설팅에 발벗고 나서기도 하고, 아예 ‘중소기업 컨설팅센터’도 설치했다.이 센터는 은행의 고객사들에 기본적인 경영전략 수립부터 금융컨설팅, 창업지원, 중국진출 지원, 기업회생 프로그램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 SK글로벌 사태와 관련해서도 관련여신이 868억원으로 다른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중소기업 중심’의 메리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을 보인다.기업은행은 외형과 수익성이 동시에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내며 안정적인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2001년에 4,5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데 이어 2002년에도 5,81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건전성 부문에서도 양호한 지표들을 보여준다. 2002년 무수익여신비율은 1.92%이었고 BIS 자기자본비율은 10.43%였다.지난해는 불필요한 것과 비효율적인 것을 없애고 줄이는 혁신에 주력했다. 임원사무실을 줄이고 수행비서를 폐지한 것이나, 행장실을 직원휴게실로 개조한 것 등의 작지만 의미 있는 개혁부터 시작했다.올해는 총여신에서 중소기업 부문에서 9조5,000억원을, 가계 부문에서는 1조5,000억원 늘린다는 계획이다. 코스닥 등록기업으로 거래소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시기 등이 정해지려면 시간이 좀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