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의 결코 짧지 않았던 시간여행에 관객을 탑승시켜 두 남녀의 애절한 사랑을 각인시켰던 <동감 designtimesp=23872>이 그랬듯, 김정권 감독은 3년 만의 복귀작 <화성으로 간 사나이 designtimesp=23873>에서 다시 관객을 17년이라는 길고 긴 시간에 동참시켜 기나긴 여정을 떠나보낸다.전작 <동감 designtimesp=23876>에서 두 남녀 사이의 구심점 역할을 무선통신이 했듯, <화성으로 간 사나이 designtimesp=23877> 역시 ‘편지’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다시 한 번 순수와 동심의 세계로 관객을 안내한다.또한 ‘편지’라는 매개체는 아름답게 수놓았던 밤하늘의 별처럼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물론 소녀(소희)에 대한 소년(승재)의 각별한 사랑까지, 모든 상황을 대변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그 다리는 우리의 일상 혹은 영화 속 그네들의 삶의 모습들을 그대로 투영시켜, 단절됐던 과거와의 소통을 되새김은 물론 관객에게도 좋은 인상을 심어준다. 아버지에게 보낸, 화성으로 부친 편지로 가까워진 둘은 소희 아버지의 마지막 유산이었던 유리구슬이 강에 떨어지면서 둘의 순탄치 못한 관계를 암시한다. 둘은 17년이라는 긴 세월을 각각 도시와 시골에 처하는 별리를 감내하게 된다. 어긋나 있는 기간만큼 재회 후 둘의 거리도 좀처럼 좁혀질 줄 모른다.이때 또다시 강에 떨어진 신발은 훗날 일어날 일들을 예고한다. 이렇듯 <화성으로 간 사나이 designtimesp=23884>는 투박하고 평범한, 일상적인 것들로 우발되는 비극적 정서로 관객의 심리를 자극한다. 물론 소희의 변심이 ‘가난’에서 비롯됐다는 단순함과 전형성은 거슬린다.하지만 상황만 제시하고 모든 것을 관객의 추측에 맡기는 경제성으로 극복한다. 느긋하고 여성적인 여유다.소희를 빗대어 서서히 변해가는 여인의 모습을 그리는가 하면, 승재 역시 자신의 의지가 아닌 세상의 뜻에 발맞춰 순응하듯 묘사하고 있다. 승재에 대한 소희의 심경변화나 마지막 승재의 죽음에서도 그 서글픈 여유의 미학은 작동된다.한 편의 동화가 연상되듯 동심의 세계로 인도한 <화성으로 간 사나이 designtimesp=23890>는 죽은 혹은 떠나간 이로 인한 슬픔의 정서를 대신하지만, 그것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다시 말해 침묵 속에서 추억하고 되새기는 아련한 순수함을 느끼게 해준다. 괜찮은 멜로 어법이다.<화성으로 간 사나이 designtimesp=23894>는 그 모든 잔재를 깨끗이 씻을 수 있을 만큼 역설적으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바로 그 언젠가, 누구에게 날아올지 모르는 ‘화성에서 온 편지’로부터.이 주의 문화행사유키 구라모토 투어콘서트5월19일 오후 7시30분/예술의전당 콘서트홀S석 7만원, A석 5만원, B석 3만원부드럽고 애절한 선율, 절제된 분위기, 서정적이면서도 정갈한 연주로 국내 음반계에 돌풍을 몰고 온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가 한국팬들을 찾아온다.국내에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유키 구라모토는 자신이 직접 작곡하고 연주하며, 편곡까지 도맡아 하는 뛰어난 음악성으로 ‘동양적 정서의 뉴에이지 음악’이라는 지평을 열었다. 이번 콘서트는 지난 4월에 낸 신보 <콘체르티노(Concertino) designtimesp=23914>를 선보이는 자리.어린 시절 피아노 연주를 시작하면서 음악적 재능을 발휘한 유키 구라모토는 학창시절에는 라흐마니노프와 그리그 등의 피아노협주곡에 심취하기도 했다. 일본 도쿄공업대학에서 응용물리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음악가와 학자의 기로에서 음악가의 길을 택한 후 피아노 연주는 물론 클래식 작곡과 편곡, 그리고 팝 음악 연구에 몰두했다.1986년 발표한 첫 피아노 솔로앨범 수록곡 중 ‘루이스 호수’가 크게 히트하면서 데뷔에 성공한 후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일본의 리처드 클레이더만’, ‘동양의 조지 윈스턴’으로 불리며 특히 TV와 영화 배경음악으로 지명도가 높다.이번 공연은 5월19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20일 대전, 22일 대구, 23일 수원을 도는 투어콘서트로 열린다. (02-751-9606~10)고그마곡스의 검보점보 = 5월20~22일/오후 7시30분/국립극장 해오름극장/R석 7만원, S석 5만5,000원, A석 3만5,000원.‘눈으로 감상하는 클래식 공연’을 표방하는 새로운 형태의 뮤지컬. 검보(Gumbo)는 미국 뉴올리언스지방의 케이준 수프의 이름으로, 이것저것 모든 재료들을 다 집어넣어 만든 자극적이고 맛있는 음식을 말한다.여기에 ‘거대한’이라는 뜻의 점보(Jumbo)가 만나서 검보점보(Gumbo+Jumbo), 즉 굉장히 자극적이고 맛있는 음식이라는 뜻이 됐다. 실제 삶에서 추려낸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를 코믹하고 위트 넘치게 풀어내며 무대행위와 춤, 아랍 형식의 즉석연주, 현대의 클래식, 빅밴드의 블루스까지 다양한 영역의 음악을 혼합했다. 음악, 연극, 몸동작이 유쾌하게 결합된 공연으로 고그마곡스(Gogmagogs)의 레퍼토리 중 완성도가 높은 부분들로 재구성된 작품. (02-3273-6885)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 5월13~25일/화ㆍ수ㆍ목요일 오후 8시, 금ㆍ토요일 오후 4ㆍ8시, 일요일 4시/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R석 2만원 S석 1만5,000원‘비누방울 같이 즐거운 연극, 배꼽 빼고 때도 빼는 연극’을 표방한 작품.뮤지컬 <블루사이공 designtimesp=23933> <꿈꾸는 기차 designtimesp=23934> 등을 공연했던 극단 모시는 사람들이 만든 이 연극은 수백 벌의 세탁 옷들이 춤추는 세탁소를 무대에 그려낸다. 중견 극작가 김정숙의 신작 희곡을 뮤지컬작곡가 겸 연출가 권호성이 무대에 옮긴다.수백 벌의 의상들이 춤추고 비누거품이 무대를 뒤엎는 마지막 10분의 무대는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새로운 시도를 담고 있다. (02-766-5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