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에 다니는 김병용씨(알리안츠생명ㆍ35)는 21세기형 주경야독파다. 영업일로 바쁜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면 간단히 씻고 앉는 곳이 컴퓨터 앞. 인터넷을 통해 공부를 한다. 김씨가 준비하고 있는 것은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시험.오는 11월 합격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한 지 한 달 남짓 됐다. 이 시험에 응시하기 위한 전단계 자격증인 AFPK는 지난해 이미 따놓은 상태. AFPK도 인터넷을 통해 6개월을 투자한 끝에 취득했다.“업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자격증이라 공부하고 있다. 집에서 편한 시간에 공부할 수 있어 불편함이 적었다”며 김병용씨는 인터넷 온라인 교육의 편리성을 강조했다.온라인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점. 비싼 돈 들여 등록해 놓은 학원을 작심삼일로 포기해 본 경험이 많은 직장인일수록 이 점은 큰 매력이다.온라인 교육 전문사이트 ‘크레듀’의 최돈호 팀장은 “회원들의 과정 이수율이 90%가 넘는다”며 “제때 못한 수업을 언제든 다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낙오하는 회원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온라인이라고 교육이 대충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김씨의 경우 일정 이상의 출석률에 리포트 작성하고, 자체적인 시험도 보고 난 후에야 수료증을 받을 수 있었다.벤처기업에서 고객관리 업무를 하고 있는 안호선 대리(피코소프트ㆍ29)는 좀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지난해 온라인으로 공부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획득한 데 이어 올해는 금융자산관리사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다.자산을 직접 굴려 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공부다. “재산이라고 할 만큼의 돈을 언제 모을지는 모르겠지만,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자격증을 하나씩 준비하고 있다”고 안씨는 말한다.온라인 강좌 수업료는 학원에 비해 30~50% 저렴한 편이다. 안대리가 수강하고 있는 금융자산관리사 과정의 경우 온라인수업료는 한 과목당 3만원씩 모두 18만원이 소요된다. 만약 똑같은 내용의 수업을 학원에서 듣는다면 수업료가 30만원 정도가 든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통학을 위한 교통비와 시간의 비용을 감안하면 실제 느끼는 차이는 훨씬 커진다.직장인의 자기계발을 위한 수단으로 인터넷 온라인 교육이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공인중개사 강좌의 경우 수강자의 증가세가 가파르다.공인중개사 시험 준비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에듀스파’의 나경환 팀장은 “1년 전 1,000여명 수준이던 공인중개사 과정 온라인 수강생이 현재는 4,000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국제공인회계사나 국제공인재무분석사(CFA) 시험을 준비하는 온라인 수강생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50% 이상씩 늘었다고 한다.특성상 시청각자료가 필수적인 외국어 교육도 인터넷과 궁합이 잘 맞는 분야다. 토익, 토플과 같은 시험준비는 물론 회화공부도 온라인으로 해결된다. 일부 어학 프로그램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강사와 학생이 직접 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직장단위의 온라인 교육도 활기를 띠고 있다. 농협은 최근 1,400여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실무 관련 교육을 온라인으로 실시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해 왔던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한 것이다.교육 이수 여부를 인사고과에 반영한다는 방침이어서 직원들이 열심히 공부한다는 후문이다. 이밖에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최근 수백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교육을 실시하는 등 금융권은 일찍부터 온라인 교육을 직원교육 목적으로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온라인으로 공부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정식 MBA 학위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에서부터 외국어, IT, 기술, 금융, 부동산, 행정 등 오프라인 영역에서 행해지는 거의 모든 분야의 수업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표 참조) 댄스, 마술 같은 취미 분야나 수지침, 역술 같은 생활상식을 다루는 강좌를 개설한 사이트도 간간히 눈에 띈다.새로운 추세인 인터넷 온라인교육의 가장 큰 취약점으로 꼽히는 부분은 ‘양방향성’의 결여다. 대부분 온라인 교육프로그램은 사전에 제작된 콘텐츠를 VOD(주문형비디오)형식으로 보여 준다.그렇기 때문에 배우는 사람만 실제로 있을 뿐, 가르치는 사람은 상대편에 존재하지 않는다. “온라인상으로 공부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필요할 때마다 즉시 질문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e메일로 질문을 띄우면 다음날이 돼야 답변을 받아볼 수 있었다”고 김병용씨는 말한다.콘텐츠의 수준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대다수의 콘텐츠가 텍스트 위주이거나, 오프라인 강의 장면을 그대로 찍어 동영상으로 올려 놓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보다 많은 사람을 온라인 교육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수준과 폭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