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반, 고민 반’ 바빠진 투신업계국내 증권ㆍ투신사들은 증권거래 관련 법률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일면 그야말로 ‘우수수’ 비슷한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는 현상을 보인다. 지난 3월 ELS펀드가 출시될 당시 그러했듯 각사들은 최근 비과세펀드 출시에도 너도나도 ‘질세라’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지난 5월10일 재정경제부가 증시부양책의 일환으로 비과세 장기주식형 신탁저축상품 신설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에 따라 각 투신사들은 신상품 개발에 매달렸고 5월21일 각사의 펀드 약관에 대한 금감원의 일괄 승인이 이뤄지면서 ‘비과세’라는 명칭을 담은 주식형 펀드 출시가 줄을 이었다.개정된 관련법에 따르면 투신수익증권, 뮤추얼펀드, 은행신탁, 랩어카운트 등 간접투자상품 중 현물주식비율이 60% 이상인 상품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상품가입자는 이자와 배당수익에 16.5%(주민세 1.5% 포함) 부과되는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단 1인당 8,000만원 이내에서 가입한 후 1년 이상 보유한 경우에만 해당된다.이 상품은 올해 초부터 판매되고 있는 비과세상품인 장기주택마련펀드 가입이 올해 말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투신권에서 유일한 비과세상품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투신업계 관계자들은 손실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주식형 펀드 특성상 절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예컨대 8,000만원을 주식 60%, 채권 40% 비율로 운용하는 펀드에 넣는다면 주식에 대한 배당수익과 채권투자에 대한 이자분에 대해 43만8,240원을 아낄 수 있다.업계 관계자는 “‘비과세’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사실상 혜택이 크지는 않다”며 “정부 목표처럼 증시활성화를 위해서라면 비과세는 물론이고 2001년 도입됐던 장기증권저축상품처럼 저축불입액 일정부분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도 함께 줘야 한다”고 아쉬워했다.이번 관련 법안은 특정 상품에 대해 혜택을 부여하는 형식의 정책이라기보다 ‘비과세’라는 제도를 기존 펀드에 입힌 꼴에 가깝다. 새로 출시된 비과세펀드에 가입하지 않아도 법률에서 규정한 요건을 갖추고 있는 기존펀드 가입자라면 똑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기존 주식형 펀드 가입자는 현재 자신의 계좌가 8,000만원 이하인지 현물주식비율이 60% 이상인지 점검해 본 뒤 지정신청을 하면 비과세 대상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 같은 조건에 부합하는 펀드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대한투자신탁증권의 경우 현재 비과세펀드로 가입 가능한 기존 상품은 4개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8,000만원 이하라는 조건에 부합하는 고객은 전체 펀드 가입자 중 10%에 못미치는 7,400여명이다.결국 이처럼 신규상품으로서의 매력도, 기존 가입고객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 범위도 적다는 게 투신업계의 반응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투신업계가 마케팅 차원에서 최근 가장 주력하고 있는 상품 역시 이 비과세펀드다. 일단 이 상품의 출시를 계기로 주식형 간접상품에 대한 홍보효과는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권인섭 삼성증권 상품개발팀장은 “최근 간접투자시장이 지나치게 침체돼 있다는 점을 볼 때 정부가 증시부양의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번 조치는 분명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권팀장은 또 “간접투자시장에서 장기상품이 우대받는다는 뜻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마케팅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따라서 사실상 투신사와 증권사들의 마케팅포인트는 더 이상 ‘비과세’라는 단어가 아니다. 각사들은 “현시점이 주식형 간접상품의 투자 적기”라는 점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투신ㆍ증권업계에서는 기존에 주식형 펀드에 관심을 갖고 있던 고객에게 집중 소구해 이번 비과세펀드 판매를 장기간접상품 활성화의 계기로 삼겠다는 각오다. 한국투자신탁증권의 경우 연말까지 총 5,000억원을 끌어들인다는 목표를 세워뒀다.정부 반응, ‘이 정도면 충분’신상품을 출시해 놓고도 ‘앓는 소리’를 해대는 투신업계의 입장을 입안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지난 4월 초 새천년민주당 정세균, 정동채 의원이 여야의원 11명의 서명을 받아 증권시장 활성화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것이 4월 말 국회를 통과하면서 비과세펀드상품 출시의 기반이 마련됐다.통과된 이 법률안에 대해 국회 재정경제위윈회 측은 비과세 장기주식형 신탁저축 신설로 투자자들은 연간 전체 450여억원의 조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2000년에 도입한 근로자주식저축이나 2001년에 선보인 장기증권저축처럼 증시 자금유입과 부양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하지만 투신업계는 이것이 아주 미약한 효과를 나타낼 뿐 사실상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불평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 정부측에서도 할말은 많다.이번 개정안은 ‘경기가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나설 때가 됐다’는 상징적인 조치라는 것이다. 즉 혜택이 근본적으로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금융권에는 도입되지 않은 자금유인책을 제공했다는 점에 의의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이 법률안의 검토를 맡았던 이한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전문위원은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경제논리에 입각해서는 맞을지 몰라도 사실상 조세원리에는 맞지 않는 법률안”이라고 역설했다. 또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신규자금을 끌어들이는 효과 이외에도 기존 자금의 이탈을 막는 효과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에 대한 심리적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재경부나 국회 재경위는 한마디로 “시장은 수급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기본인 만큼 이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업계의 반응은 다소 무리”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가입자 혜택은? 어떤 상품 있나?이 상품은 평소에 주식형 펀드에 관심이 있던 투자자라면 일단 관심을 가져 봄직하다. 어차피 가입할 생각이 있었다면 이자와 배당수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이 상품이 조금이라도 절약하는 데 도움이 된다.자신의 투자성향이 안정성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라면 크게 추천할 만한 상품은 아니다. 주식편입 비율이 60% 이상이기 때문에 투자손실로 인한 손해가 비과세로 인한 이익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한국투자신탁증권은 주식 95% 이내에서 운용하는 ‘부자아빠 비과세 장기 주식형펀드’와 고배당주 등에 투자하는 ‘부자아빠 비과세 장기 배당플러스주식형펀드’, KOSPI200지수에 연동하는 ‘부자아빠 비과세 장기 인덱스주식형펀드’ 등 3종류를 내놓았다.대한투자신탁증권도 주식에 70% 이상 투자하고 블루칩 투자비율을 높인 성장형 ‘인베스트 비과세 액티브주식형펀드’와 안정성장형인 ‘인베스트 비과세 배당플러스 주식혼합형’ 등을 판매하고 있다. 또 삼성투신운용은 ‘가치 주식형 펀드’와 ‘안정 주식형 펀드’를 판매한다.가입은 내년 말까지 가능하다. 펀드가입에 제한은 없지만 1년 이상 보유하는 조건으로 2005년 12월까지 비과세 혜택이 가능하기 때문에 내년 말까지만 한시적으로 가입할 수 있다. 기존 펀드 가입자들이 비과세로 바꿀 수 있는 기간은 내년 5월9일까지다.결국 증시부양책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법률상의 변화는 증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하리라는 게 입안자측이나 투신업계가 공통적으로 보는 시각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시점에서 이 같은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데도 의견을 함께한다.시장이 스스로 신뢰를 회복하고 경기가 추세적 상승전환에 들어서야만 증시가 일어설 수 있지만 상징적이나마 이 같은 정책이 침체된 시장에 그나마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다는 것이다.흥미로운 것은 새로운 정책 뒤에 나오는 금융신상품에는 언제나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관계자들이 입을 모으고 있는 점이다.송희주 대한투자신탁증권 상품개발팀 차장은 “대개 정부정책이 나오는 시점은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최악의 상황인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지수가 현 600선에서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다시 말해 일단 현시점은 주식형 간접상품에 투자해볼 만한 적기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비과세 혜택을 이에 더해지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투자자들이나 투신업계 관계자들이나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돋보기 / 은행권 비과세상품장기주택마련저축, 올해 말까지 가입 가능은행권의 대표적 비과세상품이었던 근로자우대저축의 가입기간이 지난해 만료됨에 따라 현재 가입 가능한 비과세상품은 장기주택마련저축이 유일하다. 따라서 각 은행들은 장기주택마련저축상품에 새로운 특징을 보완하거나 기간을 30년까지 연장한 상품 등 신상품 출시로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금리로 절세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 ‘비과세’라는 명칭을 새로 붙인 상품이 많다.무주택자들의 주택마련을 돕기 위해 개발된 상품인 장기주택마련저축은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16.5%)을 물지 않는 비과세상품이다. 하지만 무주택자뿐만 아니라 전용면적 25.7평 이하 주택 소유자도 가입할 수 있다.비과세펀드와 다른 점은 비과세와 더불어 소득공제 혜택(1년 동안 불입한 금액의 40%, 최대 300만원까지)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입기간은 7~10년이며 최소 7년 이상 불입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소득공제 역시 5년 이내에 해지하지 않는 경우에만 해당된다.하나은행은 이 같은 장기주택마련저축 상품에 현 저금리의 약점을 보완한 ‘신비과세장기저축(보너스형)’ 상품을 지난 5월 말에 출시했다. 이 상품은 가입 후 3년간 연 5.5% 확정금리를 지급하고 이 기간 내 신용카드 사용실적과 국민관광상품권 매입실적에 따라 최고 1.0%까지 추가 금리를 준다. 신용카드 사용과 국민관광상품권 매입금액이 저축불입액보다 두 배 이하인 경우 0.5%, 두 배 이상인 경우 1.0%의 추가 금리를 준다.농협이 6월 초 내놓는 상품은 장기주택마련저축의 법정 판매기한이 올해로 끝난다는 점에 착안해 30년까지 비과세가 가능하게 했다. ‘평생우대 장기주택마련저축’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되는 이 신상품은 계약기간 7년을 30년으로 늘려놓은 형태다.신한은행 역시 최근 기존에 있던 ‘신장기주택마련저축’을 보완한 ‘신한Efn비과세저축’을 내놓았다. 이 상품은 가입시점에 신한카드나 FNA증권거래예금 계좌를 가진 고객에게 각각 0.1%포인트씩 추가 금리를 주는 상품이다. 또 매해 카드사용과 증권거래실적을 따져 최고 0.6%포인트까지 금리를 더 주도록 돼 있다.이밖에도 우리은행의 ‘비과세장기우대저축’, 산업은행의 ‘비과세 장기주택마련신탁’ 등이 대표적인 비과세상품으로 꼽힌다. 각각 올해 말까지 가입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