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은 현실적으로 너무 리스크 커”… 하반기 집값 약보합세 의견 많아
5ㆍ23대책은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그동안 정부가 발표했던 정책이 제대로 실효를 거두지 못한 사례가 많아 국민들은 이번에도 엄포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적지 않다. ‘부동산 불패신화’를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이에 <한경BUSINESS designtimesp=23898>에서는 부동산전문가 9명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해 5ㆍ23대책에 대한 평가, 집값을 잡을 근본대책, 향후 집값 움직임, 부동산 버블붕괴 가능성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설문조사에는 곽창석 닥터아파트 이사,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우희 저스트알 상무, 김태섭 주거환경연구원 연구위원,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지규현 국은경제연구소 박사(이상 가나다 순) 등이 참여했다.집값 급등의 배경은2000년 이후 시작된 집값 상승은 지칠 줄 모르고 달려왔다. 지역마다 상승폭은 다르지만 3년 사이 3배 가까이 오른 지역까지 등장했다. 특히 강남지역의 폭발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그렇다면 왜 이렇게 집값이 많이 올랐을까. 일단 전문가들은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자금을 가장 먼저 꼽는다. 설문에 응한 전문가 9명 모두가 여기에 동의했다.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수준이 한단계 떨어질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한 번씩 홍역을 치른다”며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면서 개인투자자들 역시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시 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고, 결국 부동산시장을 새로운 투자처로 선택했다”고 말했다.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상승의 가장 큰 배경은 단연 저금리”라고 설명하고 “시중에 떠도는 400조원 가까운 부동자금을 어떻게 분산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재건축 문제를 지적한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다. 재건축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과 제도적 허점이 집값을 밀어올렸다는 얘기다. 성종수 스피드뱅크 경제연구소장과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집값 상승에 대한 학습효과를 갖게 된 투자자들이 재건축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는 판단에 따라 몰려들면서 상승을 부추겼다”고 설명했다.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재건축의 제도적 허점이 너무 많아 투기를 잡지 못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집값 상승 요인으로는 지역적 수급불균형, 미온적인 정부대책, 강남을 대체할 곳이 부족한 점 등이 거론됐다.5ㆍ23대책에 대한 평가는지난 5월23일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칼을 뽑아들었다. 분양권 전매 금지지역 확대, 재건축아파트 후분양제 실시,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지역 확대 등을 전격 발표했다. 최근 내놓은 대책 가운데 가장 강력했고, 이후 시장은 숨죽이고 지켜보는 모습이다.설문에 답한 전문가들 역시 정부가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는 데 동의한다. 가장 확실한 것은 금리를 파격적으로 올리는 것이지만 이는 국가경제에 미치는 위험부담이 너무 커 정부로서도 지금 이 카드를 꺼내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김우희 저스트알 상무는 “금리에 손대지 않고 정부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다 꺼내들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박재룡 수석연구원도 “아주 현실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며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아쉬운 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일부 나왔다.김태섭 주거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축에 초점을 맞추는 등 단기대책의 성격이 강하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의 틀을 1가구 1주택의 소유개념에서 임대주택 활성화로 바꿔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또 곽창석 이사는 “재건축 억제시 공급을 막아 오히려 가격을 부추길 가능성”을 언급했고, 김선덕 소장은 “300가구 이상으로 돼 있는 주상복합 전매금지 기준을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집값 잡을 근본대책은현시점에서 집값을 잡을 최선책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에게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해 집값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방법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현장에 가장 밀착해 일을 하는 사람들인 만큼 보다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의견을 구했다.가장 많은 답변이 나온 것은 역시 공급문제였다. 급등의 진원지인 강남의 경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급등을 부추긴 측면이 강한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집중적으로 주문했다. 조주현 교수는 “강남 대체지역 개발”을 강조했고, 지규현 박사는 “재건축규제를 풀어 강남지역에 공급물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곽창석 이사와 박재룡 수석연구원도 “중장기적으로 공급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가세했고, 김태섭 연구위원은 “신도시 필요성”을 역설했다. 다만 김성식 연구위원은 “강남 대체신도시는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조심스럽지만 금리문제를 거론한 전문가도 있었다. 김우희 상무와 성종수 소장은 “적절한 선에서 금리를 조절해 유동성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건축 역시 화제에 올랐다. 지박사는 “재건축의 규제를 풀어 공급확대에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고, 김상무 역시 “효과적인 재건축을 통해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에 비해 김성식 연구위원은 구제강화에 무게를 뒀다. 그는 “투기자금이 집값을 올린 만큼 재건축규제를 강화해 이를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기타 의견으로는 실수요자 위주의 정책, 세제 통한 가수요 억제, 분양가 제한, 담보대출 비율 축소, 전매 전면 금지, 거래 투명성 확보 등을 제시했다.향후 집값은집값의 움직임에 정부와 국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정책이 어느 정도 먹힐지를 가늠하는 잣대로 작용할 수 있는데다 집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매수시기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대체로 안정화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7월 이후 급등세가 꺾이고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안정화를 언급하면서도 뉘앙스는 조금씩 달랐다. 강보합, 보합, 약보합으로 의견이 조금씩 갈렸다.이 가운데 가장 많은 의견을 차지한 것은 약보합세. 박재룡 수석연구원, 김태섭 연구위원, 김성식 연구위원, 김선덕 소장 등은 “정부정책이 나름대로 강력한 만큼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나아가 집값을 하향안정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보합세 의견을 낸 전문가로는 성종수 소장과 조주현 교수를 들 수 있다. 성소장은 “보합세를 유지하겠지만 재료가 있는 지역은 충분히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조교수는 “아주 강력한 대책인 만큼 단기적으로 적잖은 영향을 발휘해 집값이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반면 곽창석 이사와 지규현 박사는 강보합세를 예상했다. 곽이사는 “이번에 내놓은 일부 대책은 부작용 우려가 있어 하반기에 2% 안팎의 집값 상승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지박사는 “상승폭은 꺾이겠지만 대기수요자가 많아 조금씩 꾸준히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부동산 버블붕괴 가능성부동산시장의 버블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90년대 초 일본에서 일어났던 혼란을 염려하는 애기도 들린다. 일부 경제연구소 역시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하지만 설문조사에 응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일본과 같은 버블붕괴는 없다”고 단언했다. 구체적으로는 일본과 상황이 많이 다른데다 우리나라의 경우 강남 등 일부지역에서만 크게 올랐기 때문에 이를 전체적으로 확대해 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지규현 박사는 가장 큰 이유로 담보대출 비율이 일본에 비해 아주 낮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일본 금융기관들은 버블붕괴 전 담보가의 110% 가량을 대출해줬지만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실질적으로 약 30%대 수준에서 대출해주고 있다”며 “부동산가격이 크게 떨어져도 금융기관들의 피해는 크지 않고, 결국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김우희 상무는 “따지고 보면 강남지역만 버블”이라며 “이를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조주현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세제도가 있어 리스크를 줄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지 않고 추가로 상승할 경우에는 버블붕괴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