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하기 시작한 2001년 하반기 이후 각종 억제책 다시 부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최초의 종합대책은 1978년 8월8일에 발표된 이른바 8ㆍ8부동산대책이다. 토지거래 신고 및 허가제 도입, 모든 거래구역 내에서의 기준시가제 적용, 부동산중개업 허가제 실시, 법인의 비업무용 토지에 대한 중과세, 부동산 양도소득세 증액 등의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8ㆍ8대책이 발표된 당시는 주택건설 붐으로 인해 78년 한 해 주택건설이 30만호에 이르고,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많은 유동자금이 부동산 쪽으로 유입되면서 유례없는 부동산 투기 현상이 벌어지는 상황이었다.지난 90년 5월에는 이른바 5ㆍ8조치를 통해 토지공개념제도가 도입된다. 정부는 대기업으로 하여금 과다보유 부동산을 처분하도록 하고 신규취득도 강력히 억제했다. 당시 건설-건축경기 과열의 원인을 대기업의 부동산 과다보유로 봤기 때문이다. 10대 그룹은 결국 보유 부동산 8,000만평 중 1,579만평에 이르는 땅을 내놓아야 했다.문민정부시절인 95년 7월에는 부동산실명제가 전격적으로 시행됐다. 명의신탁을 금하고, 실소유자 명의로만 등기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문민정부의 주택정책 기조도 부동산 투기를 억제한다는 쪽이었다.98년 정책기조는 부동산 ‘무조건’ 살리기DJ정부가 들어선 첫해인 98년 정책기조는 ‘무조건’ 부동산경기 살리기였다. 당시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의 여파로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건설업체가 줄도산하던 상황. 정부는 경기회복을 앞당기는 방안의 하나로 부동산경기 활성화라는 카드를 뽑아들었다. 98년 한 해 동안 주택시장의 굵직굵직한 규제가 잇따라 사라졌다.수도권 민영아파트에 대한 분양가자율화, 소형평형 의무비율제 폐지, 토지거래 허가 규제 철폐, 신규주택 양도세 및 취득-등록세 감면혜택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최근 다시 전면 금지된 분양권 전매도 이때 허용된 조치다.99년에는 대규모 주택 추가 건설계획을 발표하며 부동산경기에 불을 댕겼다. 매년 50만~60만호의 주택을 건설하기 위해 막대한 주택자금을 지원하기로 한다. 민영주택 청약제도도 대폭 완화해 집을 두 채 이상 갖고 있어도 청약 1순위 자격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2년으로 묶여져 있던 재당첨 제한 규정이 사라졌고, 20세 이상이면 세대주 여부와 상관없이 청약통장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2001년에는 신축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주고, 생애 최초로 집(전용 18평 이하)을 구입하는 사람에게는 집값의 70%까지 저리로 융자해주는 정책을 내놓았다. 그해 8ㆍ15 경축사에서는 8조4,000억원을 투입, 국민임대주택 10만호를 추가로 건설한다는 거창한 계획이 발표됐다.이처럼 경기부양 쪽으로 일관되게 추진돼 온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1년 하반기. 98년 폐지됐던 소형평형 의무비율제가 슬그머니 부활한다. 수도권에 지어지는 300세대 이상 재건축 및 민영아파트에 소형 평수를 20% 이상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2001년 6월부터 주택수요의 급증으로 집값은 이미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이듬해 봄에 내놓은 이른바 ‘3ㆍ6대책’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수요억제 쪽으로 선회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었다. 이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가 지정됐고, 중도금을 2회 이상 납부해야 전매가 허용되도록 분양권 전매제한이 강화됐다. 후속조치로 분양가규제도 시작돼 서울시의 권고를 받은 동시분양 참여업체들이 분양가를 낮추기도 했다.8월부터는 강도 높은 투기수요 억제책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재건축 추진아파트에 대한 자금출처조사를 실시하고, 가격이 일정비율 이상 오르는 아파트에 대해서는 수시로 시가를 고시하도록 했다. 서울지역 재건축아파트의 안전진단 심사를 대폭 강화해 재건축 가수요도 최대한 억제했다.월에는 아파트 청약제도가 강화됐다. 1가구 2주택 소유자와 함께 최근 5년간 신규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사람은 1순위에서 제외시켰다. 신축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혜택을 축소하고, 1세대 3주택 이상 보유시 실거래가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담보비율도 이전 70~80%에서 60%로 낮추고, 부동산 투자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유입하기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한 투기혐의자에 대해서는 3개월마다 국세청에 통보하는 조치와 함께 투기지역에서는 실거래가에 과세되도록 양도소득세의 투기억제 기능도 강화했다.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지난 4월 서울 강남구와 광명시를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하는 한편 대전 서구 및 유성구, 천안일부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김포, 파주 등 신도시 건설계획 등을 담은 ‘5ㆍ9부동산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는 최근 가장 강도가 높은 대책인 ‘5ㆍ23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이 대책은 재건축아파트 80% 시공 후 분양, 300가구 이상 주상복합아파트 전매금지, 투기과열지역 수도권ㆍ충청권 확대, 600개 투기혐의 중개업소 상주 조사, 부동산 과다보유자 보유세 합산과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똑같이 경기침체기에 정권을 출범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부동산경기 활성화 정책을 펼친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수요억제 정책을 유지해야 하는 말 못할 고민을 안고 있다.INTERVIEW 정창수 건설교통부 주택도시국장“투기세력 기필코 잡겠습니다”최근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호가가 내리고, 분양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는 등 부동산시장에 5ㆍ23대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이 시장에 끼어들 여지를 상당부분 제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들의 주택구입이 이전보다는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하지만 일각에서는 재건축 기피로 주택공급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특히 400조원에 달하는 부동자금에 대한 근본적인 유인책이 없어 이 자금의 움직임에 따라 부동산투기가 다시 극성을 부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이에 대한 근본대책은 없는지 이번 5ㆍ23대책에서 주택부문 실무책임을 맡았던 정창수 국장으로부터 들어봤다.5ㆍ23대책을 내놓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일부 아파트를 중심으로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으로 인해 최근까지 국내 부동산시장은 지나치게 과열된 상태였습니다. ‘떳다방’, ‘전주’, 일부 분양업체 등 이해관계가 맞는 당사자끼리 모여 아파트값을 지나치게 부풀린 것이죠.서울지역 아파트값을 조사해 보면 과반수 아파트에서 가격변동이 없었습니다. 최근 아파트값 폭등이 투기세력에 의한 것이지, 주택공급이 크게 부족해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투기세력을 근절하기 위해 이번 대책을 마련했습니다.이번 대책으로 재건축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그동안 재건축시장은 너무 무질서했습니다. 아직 쓸 만한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개발차익을 노려 무리하게 재건축을 시도한 사례가 많았다는 얘기입니다. 이로 인해 부동산시장에 많은 혼란이 있었습니다. 적당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재건축보다 리모델링 쪽으로 추세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집값을 안정시키고, 주택보급도 원활히 하기 위한 방안은 있는지요.지속적인 신도시개발이 하나의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도시는 대규모 계획형 개발이기 때문에 도시계획을 완벽히 할 수 있고, 개발수익으로 도시 기반시설도 충분히 갖출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서울에만 몰려 있는 주택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