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L씨는 디지털카메라 애용자다. 하루에 100장 이상 찍는 일이 다반사지만 PC에 저장만 할 뿐 인화하지 않았다.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인터넷 사진관에서 아날로그사진 인화료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저렴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생각을 바꿨다.L씨는 당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 인화를 주문했다. 인화할 사진을 사이트에 업로드하고 사진크기와 배송방식을 정한 후 신용결제를 하면 주문이 완료된다. 인터넷 사이트마다 가격과 서비스가 천차만별이다.디지털인화가격 아날로그와 동급국내에서 디지털사진인화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것은 디지털포토, 아이미디어 등을 위시한 인터넷사진관들이다. 디지털카메라 사용인구가 증가하면서 인터넷사진관도 늘어 현재는 50여개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업체는 10여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부분의 업체는 사이트만 구축한 채 영업을 포기한 상태라는 것.“가격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라는 게 한 업체 관계자의 귀띔이다. 실제 지난해 인터넷사진관이 우후죽순 증가하면서 업체들은 치열한 할인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 온라인사진관이 등장한 2000년 당시 4×6사이즈 기준으로 장당 500원이던 인화료가 현재 평균 250원까지 떨어졌다. 3년 사이에 가격이 절반으로 내려선 것이다. 자연히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고 문닫는 업체가 속출했다.조휘택 아이미디어(www.imedia.co.kr) 사장은 “가격경쟁으로 인해 10년간 인화료가 오르지 않아 활력을 잃었던 아날로그사진업계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더 이상의 가격경쟁은 업계 전체에 악영향만 미칠 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인식은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지만 가격경쟁이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다.디지털포토(www.zzixx.com)는 선입금액의 30%를 적립해주고 있다. 1만원을 선입금하면 1만3,000원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4×6 사진을 장당 190원에 인화할 수 있는 셈이다. 꼴랄라(www.colala.co.kr)는 4×6 사진을 장당 200원에 판매하고 있다.단 20장 이상을 주문해야 한다. 국민카드로 결제하면 20%를 추가 할인해준다. 포토아이넷(www.photoi.net)은 주문량에 상관없이 4×6 사진을 장당 200원에 판매한다.가격뿐만 아니라 서비스 부문의 경쟁도 치열하다. 무료전자앨범은 기본이다.업체에 따라 1인당 60~100MB의 저장공간을 제공한다. 다만 일정기간이 지나면 삭제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꺼번에 데이터를 전송할 때는 FTP(File Transfer Protocol)를 이용한다. FTP란 대용량의 데이터를 압축해 전송하는 기술이다. 디지털포토, 에프디아이큐(www.fdiq.co.kr) 등이 서비스하고 있다.특히 에프디아이큐는 대량 주문시 최대 45%까지 할인해주고 있다. 온라인포토의 모바일전송서비스는 디지털사진으로 휴대전화의 바탕화면을 꾸밀 때 지원하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웹상에서 이미지를 편집해 휴대전화에 전송해준다. 아이미디어는 캠코더로 찍은 이미지를 사진으로 출력해준다.온오프라인 네트워크 바람 거세고화질 인화를 위한 서비스도 주목된다. 디지털포토 관계자는 “자체개발한 트루픽스(TruePix) 기술을 이용해 최적의 화질을 복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일을 압축해 전송할 때 발생하는 손실을 보정한다는 것.아이미디어는 디지털카메라 전용 규격을 시판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의 화면비율은 4대3으로 아날로그사진의 비율과 달라 사진을 출력하면 이미지의 일부가 잘려나갈 수 있다. 디지털 전용 사이즈로 인화하면 이를 방지할 수 있다.한국코닥의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카메라 이용자의 2%만이 인화를 하고 있다. 인화를 하지 않는 이유로는 불편하다(37%), 비용이 비싸다(37%),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13%), 시간이 많이 걸린다(7%), 방법을 모른다(5%), 기타(1%) 등이 꼽혔다.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13%를 제외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디지털사진인화시장의 잠재고객이 되는 셈이다.디지털포토 송정진 사장은 “디지털사진인화가격은 이미 아날로그사진과 차이가 없어 이제 고객의 편리를 극대화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온오프라인의 네트워크 서비스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온오프라인의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고객은 온라인에서 인화를 주문하고 자신이 원하는 오프라인 현상소에서 사진을 찾을 수 있다. 사진을 수취하기 위해 며칠을 기다릴 필요도 없고 배송료 부담도 사라지는 것이다. 대리점에서 직접 인화를 하므로 디지털카메라나 메모리칩을 대리점으로 가져가 1시간 이내에 사진을 찾을 수도 있다. 인화를 꺼리는 대부분의 요인이 사라지는 셈이다.온오프라인 네트워크는 최근 대형 필름사들에 의해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코닥은 140여곳의 오프라인현상소를 네트워킹해 놓은 상태다. 고객들은 코닥온라인(www.kodakonline.co.kr)에서 인화를 주문하고 네트워킹된 현상소 중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사진을 찾을 수 있다.이외에도 전국 1,400곳의 인화대행점에서도 사진을 받을 수 있다. 이들 대행점은 비록 디지털인화기를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피킹포인트(picking point)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한국후지필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인터넷 사이트(www.fdinet.co.kr)와 전국 150곳의 현상소를 연결해 온오프라인 네트워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올해 200곳까지 네트워크를 확대할 계획이다.SK글로벌이 운영하는 스코피(www.skopi.co.kr)도 SK주유소망을 활용한 온오프라인 네트워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는 3곳의 직영점과 1곳의 가맹점뿐이지만 올 하반기에 가맹점 모집 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으로 온오프라인 네트워크를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의 직영점들은 가맹점사업의 시범모델인 동시에 가맹점들의 허브가 될 것이라고 회사측은 밝혔다.기존 온라인사진관의 네트워크사업 진출도 주목된다. 디지털포토는 현재 6곳의 오프라인현상소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시범운영 결과에 따라 올 하반기 100개 가량의 가맹점 모집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무인인화기 등 다양한 사업모델 선봬디지털사진사업의 매력은 다양한 사업모델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사진인화를 포함해 무인인화기(키오스크)사업, 포토상품 제작 및 판매 등이 대표적인 예다.스코피는 키오스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키오스크는 즉석사진처럼 디지털사진의 촬영과 인화를 그 자리에서 제공한다.현재 3곳의 주유소와 1곳의 극장에 설치돼 있고 패스트푸드점, 놀이동산 등으로 설치장소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SK 스코피팀 이승철 대리는 “이미 여러 곳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기기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스티커사진 등이 지원돼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열쇠고리, 달력, 시계 등에 디지털이미지를 입힌 포토상품들도 인기를 얻고 있다. 이미 대다수의 인터넷사진관들이 판매하고 있다. 디지털액자도 등장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일반적인 액자와 달리 모니터가 장착돼 있어 배경색이나 명암이 스스로 변환하며 다채로운 효과를 보여준다. 6월부터 스코피 매장이나 사이트에서 구입할 수 있다.디지털사진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IT전문시장조사업체인 KRG에 따르면 디지털사진인화, 프랜차이즈사업, 디지털사진 관련 쇼핑몰 등을 포함한 온라인사진관의 시장규모는 올해 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한편 디지털사진시장은 2005년에 2,600억원의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사진에 대한 고객인지도 향상, 파일 전송속도 개선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디지털포토 송정진 사장은 “200만화소에서 300만, 400만화소로 디지털카메라가 고급화되면서 전송하는 파일도 커지고 있다”며 “VDSL망이 보급되지 않는 한 전송지연에 따른 고객불만이 증가할 것이다”고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았다.INTERVIEW 조휘택 아이미디어 사장“가격경쟁 지양, 서비스로 경쟁해야”아이미디어는 찍스와 함께 국내 인터넷사진관의 효시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지난해 선두를 달리던 매출에 노란불이 켜졌다.“경쟁업체의 증가와 대부분의 업체가 벌이고 있는 가격인하경쟁에서 한발 물러서 있기 때문입니다. 매출신장세가 멈춘 것은 사실이지만 무리한 가격경쟁은 앞으로도 하지 않을 계획입니다.”조휘택 사장은 선두업체의 책임을 유난히 강조한다. “시장진입이 선결과제인 후발업체라면 몰라도 시장을 선도하는 선발업체들이 가격경쟁을 벌이는 것은 잘못입니다. 선발업체는 시장을 키우고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서비스 개발은 필수입니다.”조사장의 말대로 아이미디어는 디지털사진 전용사이즈서비스, 캠코더 이미지 인화서비스 등 업계 최초의 시도들을 해 오고 있다. 또한 50여개에 달하는 국내 마라톤대회의 사진촬영을 수행하며 디지털사진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몇몇 굴지의 대회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마라톤대회 촬영은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이미디어라는 브랜드파워를 키우는 데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기회가 되면 다른 스포츠대회로 범위를 확대할 계획입니다.”서비스 품질 향상을 모토로 하면서도 대부분의 업체가 시행하고 있는 무료전자앨범 제공서비스를 고객에만 제한하는 이유는 뭘까.“전자앨범서비스는 대형 포털업체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이미 많은 포털업체들이 무료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인터넷사진관은 사진의 질, 정확한 배송 등 고유의 서비스에 전력을 기울여야지요.”아이미디어는 등기우편을 통한 배송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반우편의 경우 배송사고율이 5%에 이르기 때문이라는 것. “고객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문량에 따라 배송료를 할인하거나 면제하기 때문에 회사의 부담도 커졌습니다. 그러나 서비스 품질 향상 측면에서 보면 부담이라기보다 투자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