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컴퓨터는 의류나 수저처럼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가구당 한 대는 물론이고 무선인터넷이 보급되면서 가족수에 따라서는 한 가구당 서너 대씩 갖추는 곳도 적지 않다. 여기다 일반 기업체, 점포에까지 컴퓨터가 보급되는 실정이고 보면 컴퓨터 관련 시장은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컴퓨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성장하는 시장이 바로 컴퓨터 유지보수 관련 사업이다. 컴퓨터 유지보수 관련 사업의 종류도 다양하다. 애프터서비스(AS)전문업체에서부터 소모품공급사업, 잉크리필 등 각종 재활용사업까지.하지만 일반적으로 컴퓨터 유지보수사업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컴퓨터 AS다. 컴퓨터 유지보수업체에서 취급하는 상품은 이외에도 PC 업그레이드, 각종 소모품 판매 등을 들 수 있다.컴퓨터 유지보수업의 사업형태는 점포형과 소호형의 2가지가 있고, 서울에만 600여개의 체인 본사가 있으며, 각 업체별로 적게는 수십개에서 많게는 수백개까지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다.점포형은 투자비가 많이 드는 대신 찾아오는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AS 외에도 업그레이드, 부품 및 소모품 판매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이에 반해 소호형은 대부분 AS와 유지보수가 주수입원이다. 대신 상품판매에 비해 마진율이 높은 게 장점이다. 때문에 어느 정도 자금력을 가진 창업자는 점포형을, 자본이 부족한 청년창업자라면 소호형을 택하는 게 좋다.컴퓨터 유지보수사업은 어느 정도 기술만 있으면 소자본으로 손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관련 분야 종사자들이나 자본력이 약한 청년창업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하지만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사업에도 엄격하게 사업의 원리는 적용된다. 상품력은 물론이고 마케팅 홍보력, 고객관리 능력이나 서비스마인드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성공한 사례는 물론 실패한 사례가 적잖은 것도 이 때문이다.경기도 안양에서 컴퓨터 유지보수업을 하던 김씨(남ㆍ60)는 2002년 1월 창업을 한 지 1년 만에 가게문을 닫게 됐다. 김씨의 경우 퇴직 전 컴퓨터 AS대리점에서 간부사원으로 근무했었다.컴퓨터 AS대리점에 대해 많은 경험을 갖고 있어 본인도 자신이 있었다. 본사 또한 김씨의 이런 이력에 마음을 놓고 체인점을 개설했다. 운영 초반기에는 월 7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괜찮은 실적을 보였다.하지만 중반기를 넘어 후반기로 갈수록 매출은 뚜렷하게 하강곡선을 그렸다. 나중에는 월 평균 매출이 300만원까지 떨어졌다. 흑자는커녕 투자비도 건지지 못할 정도. 김씨가 들인 투자비는 가맹비 550만원, 초도물품비 300만원, 매장에 들어간 비용이 3,100만원으로 3,950만원이었다.김씨의 실패원인은 적극적이지 못한 안일한 자세에 있었다. 창업 초기에는 본사의 홍보와 지원에 힘입어 다른 점포와 비슷한 수준의 수입을 얻었다. 본사에서 제공해주는 초기 오더의 영향으로 다른 점포와 비슷한 실적이 나왔다. 하지만 본사 지원이 끝난 이후에 김씨는 홍보를 전혀 실시하지 않았다.더 큰 문제는 인력관리였다.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직원을 고용해 고객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가장 기본인 친절교육조차 시키지 않아 고객들의 불평이 이어졌다. 그러나 직원교체도 하지 않은 채 고객들의 불만을 묵인하기만 했다.해결책을 눈앞에 두고도 비켜간 것이다. 원래 장사는 잘한다는 소문보다 못한다는 소문이 빨리 퍼지는 법. 불친절하고 능력 미달의 직원이 있다는 소문으로 인해 매출은 점점 떨어져 점포의 유지마저도 힘들어지고 말았다. 결국 김씨는 사업을 접고 현재는 집에서 쉬고 있다. 김씨의 실패는 전문성이 있어도 사업자 마인드가 없다면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반대로 철저한 경영 마인드로 성공한 사례도 있다. “우리에게 맡긴 컴퓨터는 폐기처분하는 날까지 고장이 나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사무실 밀집지역인 서울 서초구에서 직원 4명을 두고 컴퓨터 유지보수업체인 컴닥터119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오현식씨(남ㆍ32)는 요즘 하루가 짧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변 오피스에서 요청한 AS를 처리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오씨는 컴닥터119의 대리점을 창업하기 전에 컴퓨터 대리점을 운영했다. 컴퓨터에 대해서는 ‘도사’라고 불리는 경지에 도달해 있다. 오씨는 개인 점포를 운영하면 수입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그동안 운영하던 점포를 정리하고 가맹점을 창업했다.500만원의 가맹비와 30만원의 로열티 등 총 1,000만원의 창업비용이 들었으며, 현재 월 800만~900만원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중 순이익은 400만~450만원 정도로 마진율이 50%이다. 오씨의 경우 초기에도 본사에서 하루 3건의 AS를 보장해줘 초기 매출도 지금과 비슷했다고 한다.컴퓨터 유지보수업은 점주의 컴퓨터에 대한 전문지식이 풍부해야만 한다. 그래야 직원들에 대한 컨트롤이 가능하기 때문. 오씨의 경우에는 직원의 실력이 미숙할 경우 데리고 다니며 직접 가르쳐 실력을 늘려준다. 직원들에게는 철저한 능력급제를 실시하고 있다. 능력에 따른 대우를 하다 보니 직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오씨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분야에서 창업을 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으로 작용했다. 그가 직접 밝힌 전략은 신속, 정확, 정직, 성실, 친절이라고 한다. 입지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아무래도 주택가보다 오피스 주변이 수요가 많다.특이한 점은 별도로 홍보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 대신 입소문이 퍼지도록 최선을 다해, 친절하게, 최대한 빠르게 수리를 한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손님들은 소개를 받아 연락하는 경우가 많다.컴퓨터 AS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오씨는 고객들의 불신이라고 한다. 그동안 전문지식이 없는 AS기사가 많았던 까닭에 고객의 불신이 커졌다는 것. 하지만 진심으로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오씨는 가맹점을 3개 더 오픈해 직원들과 하루 20~30건 정도의 AS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