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레저용품에서 문구·목재까지 취급… 지난해 3월 결산 1,001억엔 매출

도쿄의 관광, 쇼핑 명소 중 일본인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곳은 단연 도쿄디즈니랜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사 계열의 닛케이비즈니스가 2만3,600여명의 일본 성인남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2년 브랜드파워 조사에서 소니에 이어 2위에 오른 이곳의 명성과 독보적 존재 가치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올해로 개원 20주년을 넘기면서 일본 최강의 테마파크로 자리를 굳힌 도쿄디즈니랜드는 일본인이면 누구나 한 번쯤 가 보고 싶어 하는 명소로 뿌리 내리며 일본을 대표하는 꿈동산으로 국민적 인기와 애정을 듬뿍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규모도 월등히 작고 외지인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자리잡고 있어도 도쿄디즈니랜드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또 다른 곳이 있다. ‘크리에이티브 라이프 스토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는 ‘도큐핸즈’다.도큐핸즈는 소매업 형태로 장사하는 곳이지만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백화점들과 여러 면에서 다르다. 취급하는 품목이 상당수 다르고, 일하는 점원들이 다르고 장사방식 또한 다르다.일반 백화점들의 매장이 밝고 화려한 조명과 고급스러운 상품, 그리고 점원들의 화사한 미소로 가득 채워져 있는 것과 달리 도큐핸즈는 촌스럽고 삭막하기까지 하다. 코끝을 자극하는 맛있는 먹거리를 취급하는 매장은 점포 내에서 찾아볼 수 없다. 각 매장은 공구, 자전거, 배낭과 목재 등의 DIY 용품, 그리고 레저용 상품들이 빈구석을 거의 남기지 않은 채 빼곡히 들어차 있다.같은 소매업의 울타리에 속한다지만 백화점이라기보다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기 좋아하는 어린이, 주부와 주말 목공들에게 인기 높은 ‘홈센터’와 같은 곳이다.코너별 전문종업원 배치도큐핸즈의 독창성은 취급상품과 매장 구성에서도 그대로 드러나지만 장사방식 또한 전형적인 ‘마이웨이’다. 다른 유사업체, 백화점들이 어떻게 하건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마음먹은 것처럼 꿋꿋하게 밀고 나간다는 식이다.도큐핸즈가 지향하는 점포 컨셉의 1차적 목표는 ‘가 보면 무언가 있다’는 소리가 고객들로부터 나오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필수적이고도 기본적인 것은 상품구성이다.공구, 레저용품에서 인테리어, 문방구, 목재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이면 모든 것을 갖춘 것이 도큐핸즈의 최대 매력이자 경쟁력의 원천이다. 일반 문구점이나 전문점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한 사람들일지라도 도큐핸즈에 가면 십중팔구 마음에 드는 상품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평가는 이처럼 폭넓은 상품구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도큐핸즈의 점원들은 물건을 사러온 고객들에게 ‘없습니다’는 말을 쓰지 않는다. 찾는 물건이 없다 하더라도 ‘취급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하지 않고, 추천할 수 있는 다른 상품은 없는가, 메이커에 주문하면 구할 수 있는가를 먼저 조사해 본다. 취급상품의 종류에서 타 업체들을 압도한다 할지라도 고객이 실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도큐핸즈는 개점 초 실시한 고객 설문조사를 통해 고객들이 매장에서 가장 원하는 것을 밝혀낸 적이 있다. 그당시 시선을 끈 내용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1시간 정도 시간을 때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고객을 매장에 오래 머물게 하면서 즐거움을 만끽하게 하려면 완성품보다 여기에 들어가는 중간 형태의 부품을 파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도큐핸즈가 내린 내부 결론이었다. 매장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중간제품을 손에 넣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것을 만들어내는 즐거움을 준다면 고객은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확신에서였다.그러나 완성품보다 중간 형태의 부품을 많이 취급하는 데도 함정은 있었다. 취급하는 상품이 많다 보면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게 될 우려가 컸다.진열된 곳을 찾아낸다 하더라도 어떤 것을 골라 어떻게 사용하고 결합시켜야 할지 모르기 일쑤였다. 특히 공구와 조립용 부품은 고객들이 판단에 애를 먹는 대표적 품목이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도큐핸즈가 동원한 것이 전문지식을 갖춘 종업원의 매장배치였다.기능사원으로 불리면서 일반 종업원들보다 약간 큰 사이즈의 명찰을 달고 있는 이들 전문종업원은 맡고 있는 코너에 관한 한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풍부한 상품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접착제 코너의 경우 이 코너에서 일하는 전문지식 종업원은 접착제메이커에서 일하던 기술자를 뽑아다 매장에 배치했다. 도큐핸즈가 매장에 배치한 기능사원의 수는 현재 약 230명에 달하고 있다.모두 특정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전문지식을 쌓은 후 도큐핸즈에 입사한 계약사원들이며 이들은 다른 매장으로 전환배치되는 법이 없다. 오직 자신이 갖고 있는 경험과 안목으로 고객들의 쇼핑과 상품선택을 도와주라는 것이 도큐핸즈의 지시이자 당부이기 때문이다.소수점포주의 철저히 고수고객들이 보다 쾌적한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밀착 서비스를 펼치는 까닭에 도큐핸즈의 종업원생산성은 높은 편이 못된다. 매장면적에 관계없이 종업원 1명이 상대하는 고객수가 약 6,000명, 다시 말해 하루 20명 수준을 넘지 않도록 인력을 배치하고 있어 인건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2002년 3월 결산에서 1,001억엔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불구, 경상이익은 26억엔(2.6%)에 그쳤음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그러나 도큐핸즈는 소수점포주의를 철저히 고수하고 있다. 고객들이 간직하고 있는 현재의 이미지, 이를테면 ‘일단 가 보면 무언가 찾을 수 있다’는 인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차별적으로 점포를 늘리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이 임직원들 사이에 뿌리박혀 있어서다.이 회사는 기업이념을 정확히 정립한다는 뜻으로 2002년 전체 임직원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시대에 따라 고객의 요구는 수시로 변하는 법이니 기업이념도 이에 맞춰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종업원들의 생각은 분명했다.‘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오픈 초부터 고수해 온 이념과 철학, 그리고 스타일을 그대로 간직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절대다수의 의견이었다.일반 소매업체들에 비해 도큐핸즈의 점포수는 태부족이다. 가격혁명의 진원지로 꼽히고 있는 100엔숍 ‘다이소’가 일본 열도에 2,400개 이상의 점포를 열어 놓고 있고, 염가 캐주얼의류의 파이어니어인 유니쿠로의 점포가 500개를 넘은 것과 달리 도큐핸즈의 점포는 고작 14개에 그치고 있다.점포수가 생존경쟁의 최우선 조건으로 당연시되고, 목 좋은 곳을 차지하려는 업체간의 물밑싸움이 숨막히게 전개되는 소매업계의 현실에 비춰본다면 딴판의 장사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도큐핸즈의 명성과 장사방식은 일본 열도를 감동시키고 고객들이 스스로 매장을 찾도록 매력을 뽐내고 있다.“히로시마점의 경우 히로시마시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 주민들로부터도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도쿄디즈니랜드가 일본 최고의 국민적 명소로 명성을 굳힌 것과 마찬가지라고나 할까요?”도큐핸즈의 고위관계자는 한정된 점포망과 비효율적인 장사방식에도 불구, 성장가도를 달려온 비결이 외고집에 가까운 독창성에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새 점포 개설에 소극적 자세를 고수해 온 도큐핸즈는 오는 9월 새 점포를 가와사키에 낸다.3년 반 만의 일이다. 전문가들은 도큐핸즈의 브랜드파워가 또 한 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며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