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고객을 공략하라.’기업들의 미용실을 향한 ‘구애’가 뜨겁다. 신제품을 내놓기 전에 미용실에 미리 시제품을 선보여 반응을 체크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고, 각종 공연업체들도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전에 미용실 고객들을 상대로 다양한 홍보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이른바 ‘미용실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빙그레는 6월1일부터 30일까지 신제품인 요플레 뷰티클래식을 대형 미용체인점 준오헤어를 통해 고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상품이란 점을 감안해 젊은 여성 고객이 많이 찾는 미용실을 프로모션 행사장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 회사측의 한 관계자는 “신제품이 나오면 으레 이벤트 행사를 갖는데, 이번에는 제품의 특성을 감안해 미용실을 택했다”고 말했다.국내 최대의 화장품 전문기업인 태평양 역시 미용실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회사의 이미지에 잘 맞는데다 자사 제품의 주 소비층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가 바로 미용실이라는 판단에서다. 구체적으로 이 회사는 지난 4월1일부터 5월 말까지 아모레퍼시픽 프로모션을 박준미장에서 전개했다.신제품을 전시해 박준미장 고객들에게 현장에서 사용해 보도록 권했고, 직원을 파견해 반응을 꼼꼼히 조사했다. 이 회사는 또 목용욕품인 해피바쓰도 미용실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행사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LG생활건강도 최근 치아미백제 클라렌을 선보이며 미용실을 활용했다. 미용실 고객들을 상대로 샘플을 나눠주며 현장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여성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는 후문이다. 클라렌은 여성들을 집중 공략하는 마케팅 덕분에 올해의 최고의 히트상품 가운데 하나로 꼽힐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르노삼성자동차와 KTF 등도 미용실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마케팅에 자주 활용한다. SM3를 출시한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우 주요 미용체인과 공동으로 ‘SM3 속 숨은 그림 찾기’ 이벤트를 전개해 양문형 냉장고 등 각종 상품을 증정했다. KTF 역시 몇몇 미용체인 업체와 제휴를 맺어 신규서비스 등을 알리는 데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영화사나 공연업체들의 움직임도 부산하다. 미용실 고객 대다수가 문화에 대한 욕구가 강한 층이라는 분석에 따라 미용실 고객들을 대상으로 각종 공연 티켓을 추첨을 통해 나눠주는 행사를 자주 열고 있는 것. 업계에서는 최근 많은 화제를 모으며 인기리에 공연된 <투란도트 designtimesp=23950>를 비롯해 <싱잉 인더 레인 designtimesp=23951> 등이 미용실 마케팅으로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미용실 마케팅이 활성화되면서 기업과 미용실의 관계도 완전히 역전됐다. 사실 3~4년 전만 해도 미용실이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협찬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물론 문전박대를 당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미용실이 대기업을 상대로 큰소리를 치기 일쑤다. 특히 일부 미용실은 이미지를 고려해 업계 1위 업체가 아니면 제휴를 거부하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그렇다면 기업들이 미용실을 마케팅장으로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 보통 방송사나 신문사 등과 손잡고 제대로 된 이벤트를 하려면 억대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미용실을 통하면 수백만원에서 많아야 수천만원이면 족하다. 그것도 주로 자사 제품이나 티켓으로 주기 때문에 실제 비용은 더 적게 든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타깃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미용실을 찾는 사람들은 여성이고, 이 가운데 젊은층이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체인 형태로 운영되는 대규모 미용실의 경우 20대 전후의 신세대가 주류를 이룬다.더욱이 대형 미용실의 고정고객들은 미용실을 한 달에 2~3번씩 찾는 등 자주 들르는데다 VIP급 고객이 많아 소비성향 역시 매우 강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유행에도 민감해 새로 나오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심이 많다는 점도 비슷하다.고객들의 대기시간이 길게는 4~5시간으로 매우 길어 마케팅에 제격이라는 평가도 있다. 오래 기다리다 보니 이것저것 관심을 갖게 되고 마케팅을 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에게 노출이 오래되는 강점이 있는 것이다.준오헤어 정길남 부장은 “규모가 큰 미용체인은 보통 50만~100만명의 고객을 거느리고 있다”며 “보통 한 달에 걸쳐 행사를 진행하면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기업 입장에서는 탐이 날 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이밖에 미용실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정보의 전파력이 강하고, 반응을 체크하기가 쉽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된다.미용실은 이제 단순히 머리를 다듬는 공간이 아니다. 각종 상품정보와 시제품이 전시되는데다 공연정보도 활발하게 오가는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미용실을 활용한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노무현 정부 경제정책 집중분석잠재성장력 해치지 않는 경기부양책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실물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아무것이나 선택할 수는 없다”며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력을 해치지 않는 안전한 경기부양책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실물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투자”라고 언급해 기업의 설비투자를 적극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경기부양책은 원래 수요를 자극하는 정부의 경제정책을 말한다. 20세기 세계 경제학의 물꼬를 돌린 경제학자 케인스의 이론이다. 1930년대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대공황이 발생하자 케인스는 “정부가 경기조절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급격한 수요위축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대규모 공공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적절한 통화확대 정책으로 돈을 많이 풀어 민간부문의 소비와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그러나 수요를 자극하는 경제부양책은 잠재적인 성장능력을 배양하는 정책과는 거리가 있다. 공급에 훨씬 못미치는 수요의 간극을 메워줄 뿐 생산능력 자체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이에 반해 노대통령이 선거공약에서부터 줄곧 주장해 온 ‘잠재성장률 끌어올리기’ 정책은 우리나라의 공급능력을 확충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잠재성장률 7% 공약도 이 같은 차원에서 나왔다.잠재생산능력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노동과 자본 투입량 확대, 기술발전, 사회 비효율 제거를 들 수 있다. 노동인구가 많아지고 자본투입이 늘어나면 생산량은 자연 증가한다. 기술이 발전하면 노동(자본)생산성이 향상돼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 불필요한 규제완화 등을 통해 사회의 비효율을 제거하면 그만큼 사회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결국 노대통령의 경기부양책은 ‘생산능력 확충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추가경정 예산(4조2,000억원)을 쓰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청년실업자와 여성 고령자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기업의 설비투자에 대해서는 세액공제나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기업 규제 완화를 통해 ‘17조원의 투자유치 효과’를 거두겠다는 것도 분명 잠재성장력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이에 반해 잠재성장력을 해치는 경기부양책은 낭비적인 소비를 유도하거나 미래의 소비를 앞당기는 정책, 부동산 등 자산가격을 올리는 정책을 말한다. 2001년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 부과 폐지와 승용차 특소세 한시적 인하 조치는 ‘미래의 소비’를 앞당겼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오히려 경기불황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경기를 부추겨 땅값을 올리는 정책은 당장 경기부양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과 가계의 비용을 높이는 부작용을 낳는다.노대통령의 ‘잠재성장력을 해치지 않는 경기부양책’은 사실 김대중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아무리 경기가 어려워도 2001년과 같은 부동산 경기 부양책은 절대로 쓰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현승윤ㆍ한국경제신문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