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 경기회복에 따른 '낙관론'과 소비회목 불투명의 '신중론' 팽팽

요즘 국제금융시장에서 최대 관심이 되는 것은 과연 서머랠리가 올 것인가 여부다. 특히 국내 증시보다 미국증시에서 이에 대한 논란이 심한 것은 계절적으로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있는데다 그동안 미국증시가 꾸준히 상승해 왔기 때문이다.이번 미국증시를 조금 길게 보면 지난해 3/4분기 미국기업들의 실적이 발표된 이후 추세적으로 주가 상승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2000포인트와 300포인트 이상 상승해 지난 2000년 이후 실종됐던 서머랠리가 3년 만에 오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현재 뉴욕 월가에서는 낙관론과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증시의 기초여건(fundamentals)이 개선되고 있는 점이 낙관론의 근거다. 미국경기는 올 들어 발표된 모든 경제지표 중에서 회복을 암시하는 지표가 그렇지 않은 지표보다 약 3배가 많을 정도로 회복국면에 놓여 있다. 미국기업들의 실적도 지난해 3/4분기 이후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추세다.반면에 신중론자들은 경기적인 면에서 아직까지 고용사정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점을 중시해 경기의 버팀목인 민간소비 회복이 불투명하고 경제외적으로 불확실한 변수가 많기 때문에 성급한 서머랠리에 대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이다.그렇다면 앞으로 미국증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일단 우리나라처럼 미국도 연방기금금리가 41년 만에 최저수준일 뿐만 아니라 시중부동자금이 많은 상태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 내에서도 부동산시장의 거품론이 고개를 들면서 거품해소와 경기부양 차원에서 시중부동자금을 증시로 유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증시여건 면에서는 경제지표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데다 미국기업들의 실적도 지난해 3/4분기와 4/4분기에 각각 7%와 12% 증가한 데 이어 올 1/4분기에는 13%로 증가폭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기업실적 예상치보다도 기업실적 실제치가 높게 나와 과거 주가가 상승국면일 때의 전형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정책적인 면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내년에 있을 대통령선거를 겨냥해 모든 경제정책의 역량을 경기회복과 국민들의 생활안정에 두고 있는 것도 증시 입장에서는 앞으로 시간이 지난수록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올 들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해 왔던 달러약세 유도정책에 대해서도 예상을 뒤엎고 부시 대통령이 강한 달러정책을 재천명함에 따라 증시에서 자본이탈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그린스펀 의장도 미국경제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함에 따라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을 더해주고 있다.마지막으로 지난 3년간 증시침체로 이제는 주가가 살아날 때도 되지 않았느냐는 낙관적인 심리를 바탕으로 일반투자자의 주식투자비율이 높아지면서 증시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결국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신중론보다 낙관론에 무게가 쏠리고 있는 것이 뉴욕 월가의 지배적인 분위기다.특히 앞으로 미국증시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일반투자자의 투자성향을 주목해야 한다. 요즘 들어 일반투자자의 투자성향이 바뀌는 문제를 뉴욕 월가에서 주가 예측방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조지 소로스의 자기 암시 가설을 토대로 살펴보면 쉽게 이해된다.먼저 이 이론의 골자를 정리해 본다. 통상적으로 어떤 국가의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이때의 주가는 실제 경제여건보다 더 낮게 형성된다. 경기침체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기 때문이다.일정시간이 지나면 투자자들 사이에서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견해가 나오기 시작한다. 점차 투자심리도 ‘낙관’ 쪽으로 옮아가면서 주가 상승속도가 경제여건 개선속도보다 빨라지는 1차 소(小)상승기를 맞는다.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주가상승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면서 낙관 쪽으로 몰렸던 투자자들의 쏠림현상이 흐트러진다. 결국 향후 주가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얽히면서 맴돌이 국면을 맞게 된다. 이때 경기와 기업실적이 뒤따라오느냐가 중요하다.만약 경기와 기업실적이 뒤따라오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재차 낙관 쪽으로 쏠리면서 주가가 1차 소상승기보다 더 오르는 2차 상승국면을 맞게 된다. 물론 이때는 금리인상과 같은 악재가 나온다 하더라도 시장에서 흡수해 주가흐름에는 장애요인이 못된다.마지막으로 어느 순간 거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한동안 낙관 쪽으로 쏠렸던 투자자들의 심리가 흐트러져 재차 맴돌이 국면을 맞는다. 과거와 달리 이때는 금리인상에 대해 투자자들은 과민하게 반응한다.이런 상황에서 경기와 실적이 뒤따라오면 3차 소상승기를 맞게 된다. 반대로 경기와 실적악화가 지속될 경우 투자자들의 심리가 비관 쪽으로 자리이동하면서 주가는 실제 경제여건보다 더 떨어지는 과잉조정 국면에 직면한다. 경우에 따라서 투자자들은 심리적 공황상태(panic)를 맞을 수도 있다.이번 경기순환과 주가흐름을 기준으로 한다면 9ㆍ11테러 이후 1차 소상승기와 1차 맴돌이 국면을 끝낸 미국증시가 그동안 2차 상승국면에 진입하지 못한 것은 엔론사태를 비롯한 미국기업들의 분식회계와 이라크전쟁이 잇달아 발생했기 때문이다.이제는 이런 장애요인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2차 상승기에 해당하는 서머랠리가 올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국내 증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최근 들어 다시 미국증시와의 동조화 경향이 심화되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미국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만으로 국내 증시의 분위기를 호전시키는 데 상당한 효과를 주고 있다.현재 우리나라도 일정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시중 부동자금이 아직까지도 380조원이 넘는다. 다행스러운 점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기해 국정운용기조를 ‘경제살리기’로 전환하고 있는데다 부동산시장에 몰려 있는 시중자금을 증시 쪽으로 유입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IR활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다만 경기나 기업실적 면에서 미국만큼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다 카드채를 비롯해 경제주체들의 현금흐름(cash flow)상 문제가 언제든지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그러나 분위기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따라서 앞으로 국내 증시는 기조적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주가변동폭은 클 것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쏠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