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평가보상제로 갖추고 불편부당함 지켜, 프로세스 정당성도 중요시

어떤 일의 결과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것이 상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를 도출해 가는 과정이 공정하다면 결과에 대해 승복하지 않을 수 없다. 다툼을 벌이겠다는 발상이 아닌 이상 편향되지 않고 공정하게 관리돼 얻어진 결과는 받아들이는 것이 상식이다.공정이라는 가치는 인류역사와 함께 늘 강조돼 왔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여신 디케(Dike)는 한 손에 저울을, 다른 손에는 칼을 쥐고 있다. 또 천으로 눈을 가렸다. 저울을 들고 있거나 천으로 눈을 가린 모습은 각각 어떤 일의 실행과 그 판단에 있어서 공평무사하게 임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기업이 구성원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나왔던 믿음(Credibility), 존중(Respect)과 함께 공정(Fairness)이라는 가치가 지켜져야 한다. 이는 평상시에는 물론이지만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구성원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데 큰 힘을 발휘하는 가치다. 지난 20여년 동안 신뢰경영이라는 주제를 천착해 온 로버트 레버링은 공정함을 다시 세 가지의 세부적인 개념으로 정리하고 있다.첫째는 평가와 보상에 있어서의 공정이다. 포천 100대 기업들은 다양한 평가보상제도를 갖고 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내부 구성원들의 자산이다.최근 들어 금융 부분이 비대해지고 이에 따라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로 들어온 주주들을 중시하는 경영의 흐름이 있지만 내부 구성원 이상으로 투자자에 지나지 않는 주주가 중시될 수는 없다.다양한 평가보상제도는 당연히 구성원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부가가치가 그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배분되는 것이 바로 공정한 것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제조업체인 고어&어소시에이츠는 사내 상설기구로 보상위원회(Compensation Committee)를 운영, 동료간에 이뤄지는 평가가 금전적 보상 프로그램에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또 출판미디어업체인 아비트론은 응대하는 고객으로부터 서비스에 만족했는가를 접수받아 그 정도에 따라 성공주식이라는 것을 배분하고 있으며, 특히 구성원의 부모를 대상으로도 다양한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CDMA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통신업체 퀄컴은 CDMA 분야에서 회사의 성공에 긍정적인 행동을 한 사람을 뽑아 시상을 한다. 여기서 CDMA 분야란 창조와 혁신(Creating and Innovation), 불굴의 정신(Doing whatever it takes), 기술습득(Mastering technology), 탁월한 성과(Achieving excellence in our people and in our industry)를 의미한다.둘째로 불편부당함(impartiality)이 지켜져야 한다. 승진이나 전보 평가 등에 해당하는 단어다. 제조업체인 아킵코는 12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직원 관련 제반 문제를 경영진과 함께 의논한다. 이중 2명은 구성원 대표로 보상 프로그램이 공정하고도 일관되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체크하는 역할을 한다.의류소매업체인 랜즈앤드는 특정 부서의 결원이 생겼을 경우 내부 직원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제공한다. 내부 우선 충원제이다. 새로운 직무로 이동하기 전에는 최장 12주간 시험적으로 근무해서 만족도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결원충원의 약 90%가 내부 직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식품소매업체인 스튜레오나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모든 구성원에게 승진과 직무 기회를 정기적으로 주지시키면서 내부 승진의 원칙이 고수되고 있다. 약 95%의 직위가 내부 승진자에 의해서 채워진다.셋째는 부당함을 접수하고 이를 처리하는 프로세스에서의 정당성(Justice)이 확립돼 있어야 한다. 금융증권회사인 골드만삭스는 다양성위원회라는 것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개인의 경력계발을 중심으로 남녀, 소수인종 등 모든 직원에게 동등한 기회가 제공되고 있는지와 이들이 충분히 능력을 계발할 기회를 부여받고 있는지를 점검한다.호텔 리조트 등 접객시설체인업체인 메리엇인터내셔널은 업무상 발생하는 어떤 문제가 불가피한 것이었는지를 판단하는 역할이 동료그룹에 주어진다. 리츠칼튼호텔도 메리엇인터내셔널의 호텔체인 중 하나다.공정성을 확보하는 프로세스로써 백미에 해당하는 제도는 페덱스나 메리엇인터내셔널 등이 운영하고 있는 GFT(Guaranteed Fair Treatment) 제도이다. 이는 직원들이 불만이 있거나 차별대우를 받았다고 여겨질 때 이를 해결하는 공식적인 절차에 관한 것으로, 구성원은 관리자의 부당한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며 이 같은 문제 제기는 동료들이 포함된 별도의 위원회를 통해서 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나아가 이를 통해서도 수긍할 만한 해답을 얻지 못했을 때는 경영진이 참가하는 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해줘야 한다.‘존중(Respect)은 구성원의 상황과 문제를 해결해주고 회사 전체적으로 신뢰를 북돋워주는 행동’(resolving employee situations and problems, encourages company wide trust)이란 페덱스의 정의는 역시 훌륭한 일터란 남다른 곳이며 이를 위해 확고한 가치체계를 수립하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엘테크의 브레인스토밍절차의 투명성이나 처리과정의 공정함이 지켜지지 않으면 어떤 좋은 제도나 방침이라고 해도 무용지물이 된다. 오히려 부작용과 역효과를 낳게 된다.회사가 구성원에게 많은 금전적인 혜택을 주고 독특한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시 그들의 신뢰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제도적인 측면에 앞서 그것을 공정하게 실시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신뢰경영의 모델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로버트 레버링은 수년간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는 초우량 기업들의 경영진과 종업원을 직접 인터뷰했다. 그는 이들 기업의 공통점을 찾고자 했다. 초기에는 시행착오가 많았다.그는 초우량 기업들은 훌륭한 제도나 방침들이 많을 것이라고 판단해 그것이 구성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질문했다. 레버링은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오리무중에 빠져들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스톡옵션이 있는 기업들이 많았다. 그래서 물어봤다. 스톡옵션이 있어서 좋지요라고. 그러나 대답은 한결같지 않았다. 어떤 회사의 구성원은 스톡옵션이 있어서 좋다고 얘기하고, 다른 회사의 구성원은 스톡옵션이 회사분위기를 망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레버링은 그제야 비로소 제도나 방침이 결코 초우량 기업의 공통점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고 지적했다. 그후 연구를 거듭해 발견한 것이 이들 기업의 내부관계의 탁월함이었으며 그것은 신뢰, 자부심, 재미의 관계였다.그가 지적하고 있듯, 스톡옵션 같은 제도나 방침은 초우량 기업의 공통점이 아니다. 오히려 이 같은 제도와 방침이 시행되고 적용되는 과정에서의 투명함과 공정함이 초우량 기업들의 공통점이 될 수 있다. 공정이라는 가치를 담보하기 위해 주요 포천 100대 기업들이 얼마나 에너지를 쏟고 투자를 하는지 곱씹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