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관리강좌에서 인터넷 및 전자우편 상담까지 다양

평범하고 온순한 성격의 직장인 데이브 버즈닉은 비행기에서 승무원에게 물 한 잔 달라고 부탁했다가 어이없게 성격장애로 몰린다. 결국 법정에까지 끌려가게 된 버즈닉.그는 며칠 후 레스토랑에서 벌어진 싸움을 말리다 다시 법정에 서게 되고, 버디 라이델이 운영하는 ‘분노관리강좌’(Anger Management Class)에 참석하라는 판사의 판결을 받는다.버즈닉(애덤 샌들러)이 버디(잭 니콜슨)의 분노관리강좌를 들으면서 겪게 되는 일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 의 줄거리다. 는 티켓판매수익으로 1억3,100만달러를 벌어들일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미국사회에서 분노관리강좌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를 참지 못해 직장은 물론 가정에서까지 위기를 맞고 있는 사람들이 분노관리강좌에 몰리고 있다. 분노관리강좌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은 현대사회가 더욱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면서 스트레스로 인한 심리장애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게다가 9ㆍ11테러와 이라크전쟁을 거치면서 불안심리가 만연해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아졌다. 분노관리전문회사인 앵거매니지먼트닷컴(Angermgmt.com)의 레오나드 인그림씨는 “미국인 5명에 1명꼴로 화를 다스리는 데 문제가 있다”며 “제대로 통제되지 않은 분노로 인간관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5명 중 1명이 모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잠재적으로 위험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최근 실시된 한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는 더욱 극단적이다. 자신이 화를 다스리는 데 문제가 있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 2,212명 가운데 1,794명인 81%에 달했다. 문제가 없다는 응답은 236명(10%), 잘 모르겠다는 182명(8%)에 불과했다. 물론 설문이 게시된 웹사이트가 분노관리강좌와 관련돼 실제보다 과장됐을 수 있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상당한 수준이다.미국인들의 분노관리 문제는 다른 통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1%가 미국인들이 과거보다 무례해졌다고 답했다. 사회가 무례해졌다는 것은 화내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자기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무례하게 비쳐지고 있다는 것. 결국 자기 자신이 예전보다 화를 참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분노관리란?화를 내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표현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일주일에 몇 번 화를 낸다. 화는 때로 정신건강에 좋다. 화가 표출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분노관리 분야 전문가인 찰스 스필버거 박사는 “분노는 비교적 온화한 단계에서 극심한 분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태가 있다”고 말했다.지난 97년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면 화를 낼 때 58%가 소리를 지른다. 물리적인 폭력을 수반하는 것은 10% 미만이다. 그나마 연필 같은 작은 물건을 던지는 정도다. 화가 심각한 폭력으로 표현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그렇지만 화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정과 직장에서 문제가 생기고, 결국 인간관계에 금이 가게 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문제가 화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화를 잘못 관리하는 데 있다.분노관리강좌는 한마디로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간단한 방법으로 화가 날 때 잠깐 시간을 갖거나 심호흡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자신을 화나게 하는 일이나 사람을 제거할 수는 없지만 자신을 컨트롤하는 방법은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고등학교 심리상담교사로 일하고 있는 트리샤 르블랑씨는 “분노관리강좌는 화를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범위에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사회문제 야기 우려도분노관리는 비즈니스 차원에서 주목받을 만큼 크게 성장했다. 미국 전역에서 분노관리강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인터넷으로 실시되는 강좌도 인기를 끌고 있다. 분노관리 관련 책, 비디오테이프 등 교재도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다.분노관리강좌 비즈니스가 급성장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법원의 판결이다. 판사가 가해자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생긴 사건의 판결을 내릴 때 분노관리강좌를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실제로 일부 판사들은 수감 대신 보호감찰의 조건으로 10주에서 52주 동안 분노관리강좌를 듣도록 명령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법원 로베트타 키맨 판사는 지난 4년 동안 200명을 분노관리강좌에 보냈다.분노관리강좌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제법 짭짤하다. 일반적으로 개별상담비용은 1시간에 100달러 정도다. 그룹강좌는 약 50달러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강좌도 생겨났다. 전자우편으로 상담하는 프로그램은 한 달 비용이 약 70달러다.분노관리센터도 크게 늘고 있다. 분노관리강좌도 비즈니스가 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분노관리센터 설립 자문 비즈니스도 눈길을 끌고 있다.대표적인 회사는 분노관리 분야 선구자인 조지 앤더슨 박사가 설립한 앤더슨앤더슨. 분노관리센터 설립 자문을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자체 개발한 교재를 갖고 상담전문가도 양성한다.또한 앤더슨 박사가 개발한 분노관리모델을 바탕으로 한 상담전문가 공인자격증을 수여해 검증된 강사를 육성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으로 강좌를 개설해 전문인력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멀티미디어 교재로 교육을 하고 있다. 비용은 인원에 따라 399달러에서 1,995달러다.분노관리강좌가 크게 증가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분노관리가 아직 완전한 분야로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 게다가 분노관리 강좌와 센터를 규제할 단체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으로서는 누구나 분노관리센터를 차리고 강좌를 열 수 있다.심지어 트레이닝을 전혀 받지 않은 강사도 있다. 따라서 경험이 없는 부실한 강좌가 양산돼 오히려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 법원 피터 미카 판사는 “전국에서 동일하게 적용되는 표준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허브 웨슨 민주당 하원의원은 조만간 전국적인 규모의 표준을 만드는 법안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