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코리아’(Bye Korea)에서 다시 ‘바이코리아’(Buy Korea)로…외국인투자가들이 주식을 다시 사기 시작했다. 5월28일 시작된 외국인투자가들의 순매수세가 열흘 넘게 지속되고 있다. 이 기간에 외국인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순매수세를 기록했다.외국인의 순매수세가 열흘 이상 계속되기는 지난 2000년 6월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올해 초 북핵문제, 사스, 카드채, SK글로벌 등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한국 증시를 등졌던 외국자본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굿모닝신한증권 박효진 연구위원은 “북핵문제는 한ㆍ미간 공조회복에 따라 위기감이 진정되고 있다. 사스공포도 심각한 경제적 훼손 없이 지나가고 있으며, 카드채 문제 또한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큰 위기감은 해소된 편”이라며 국내 증시를 둘러싼 악재가 사라지고 있음을 시사했다.메릴린치증권은 6월10일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비중을 ‘비중축소’에서 ‘비중확대’로 상향조정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증시를 압박했던 시장외적인 리스크가 현저히 줄어든데다 정부의 경기부양대책, 소비심리 개선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메릴린치증권은 특히 북한 핵문제가 현실적인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JP모건증권도 이에 앞서 6월9일 비슷한 근거를 이유로 들며 향후 3개월 내에 종합주가지수가 800선을 넘는 강세장이 연출될 것으로 내다봤다.외국인들은 IT경기가 조만간 회복되리라는 기대하에 IT 관련주를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 최근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매수한 대표적인 종목은 삼성전자와 엔씨소프트다. 우리금융지주, 제일모직에 대한 매수세도 두드러졌다.미국 다우지수가 급락한 6월10일에도 한국에서의 매수세는 계속 이어졌다. 외국인 순매수세가 당분간 유지되리라는 기대감을 낳게 하는 부분이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현 주가는 상반기 악재를 충분히 반영했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상태”라며 “최근 외국인 매수는 이러한 상황이 반영돼 상반기에 줄여놓은 한국 시장 투자비중을 재차 늘리는 과정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대신경제연구소 조용백 이사도 “외국인투자가들이 하반기 세계 경제회복을 확신하면서 한국에서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매수세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미국 증시 활황… 경기회복 기대감한국 증시에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증시가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3월 중순 1270선에서 오르기 시작한 나스닥지수는 1600포인트, 7500선에서 오르기 시작한 다우존스지수는 9000포인트를 넘어섰다. S&P지수도 1000포인트 고토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저점을 기준으로 하면 나스닥 47%, 다우 24%, S&P 27% 상승했다.이 같은 주가의 상승은 우려했던 이라크전쟁이 조기에 끝났고,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면서 매수세가 강세를 보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방기준금리도 45년래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 더 인하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10년물 미 국채수익률은 3.30%로 1958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옮아가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경기선행지수 중 하나인 ISM 지수도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 지난 5월 ISM 제조업지수는 49.4, 비제조업지수는 54.5로 각각 예상치인 48.7과 52.0을 넘어선 것으로 발표됐다. 지수가 50을 넘으면 전달보다 상황이 나아졌음을 의미한다.그린스펀 FRB 의장의 최근 경기 관련 발언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아직 경기회복이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신뢰 회복, 제조업지표 회복, 유가 하락 안정 등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하반기에는 경기 회복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암시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주가상승에 따른 금융시장의 안정, 정부의 감세정책 등을 꼽았다. 특히 3,300억달러에 달하는 감세정책은 실업률을 낮추고 자금을 증시로 유입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대통령선거를 17개월 앞둔 정치적 환경도 미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라크전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부시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경제문제를 최우선으로 챙길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실제로 주식시장은 선거를 앞두고 강세를 보여 왔으며, 올해도 이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부동자금 380조원 증시로?금융기관에 있는 만기 6개월 미만의 단기 수신금액을 일컫는 부동자금의 규모는 380조원으로 추정된다. 거래소 주식을 다 사고도 100조원 이상 남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부동자금의 1%인 3조8,000억원만 순수하게 증시에 유입돼도 그 파급효과는 크다. 고객예탁금의 3분의 1, 최근 10일간 외국인들이 순매수한 금액의 두 배가 넘는 규모이기 때문이다.지난 5월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책을 내놓은 정부의 기본방침은 부동자금의 증시유입을 통한 자금의 선순환이다. 대우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팀장은 “정부는 하반기에 콜금리를 인하하고, 부동자금을 금융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각종 유인책을 마련하는 등 투자심리 회복에 역점을 둘 것”으로 전망했다.예상되는 변수들하지만 아직까지는 시중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는 뚜렷한 징조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외국인들이 꾸준히 매수세를 보이는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차익실현을 위해 대규모로 주식을 내다팔았다.3월부터 최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2조 5,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에 순수고객예탁금도 1조5,000억원 가량 이탈한 상태다. 고객예탁금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규모로 부동자금이 유입되리라는 기대에는 못미치는 수준이다.우리증권 이철순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상승세는 외국인투자가들이 홀로 떠받치고 있는 상황이다. 차익실현을 위해 주식을 처분하고 있는 개인투자자와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다시 매수에 나서야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자금을 증시를 끌어들이기 위해 만든 금융상품인 비과세 장기주식형 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의 실적도 아직 신통치 않다. 최근 13개 비과세 장기주식형 펀드에 들어온 돈은 361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투신협회는 집계하고 있다.펀드당 수백억원의 돈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한 것에 비하면 매우 저조한 실적이다. 비과세 장기주식형 펀드는 주식 편입비율이 60% 이상인 주식형 펀드에 1년 이상 8,000만원 한도 내에서 투자할 경우 배당소득세를 면제해주는 상품이다.주가가 내려도 원금이 보장되고, 지수가 상승하면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도 비슷한 실정이다. 지난 5월 실시한 1조6,600억원 공모에 실제로 청약한 금액은 공모액의 14.2%인 2,369억원에 불과했다.북핵문제의 불확실성도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변수다. 최근 연쇄적으로 열린 한ㆍ미ㆍ일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대북 강경자세에 큰 변화가 없음이 확인됐다. 따라서 북한의 대응여부에 따라 한반도에 추가적인 긴장상태가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크레디리요네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군 재배치 문제 등으로 북한 핵위기의 재현 가능성이 남아있는데다, SK글로벌 문제와 재벌에 대한 공정위 조사 등 기업지배구조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국내외 경기의 회복 여부는 가장 주목해야 할 변수로 꼽히고 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한국과 미국 모두 경기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지만, 3분기에 기업들의 실적개선과 함께 가시적인 경기회복 징조를 보이지 않으면 주가는 상당기간 조정국면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주가 800은 4/4분기에증시를 둘러싼 이 같은 변수에도 불구하고 종합주가지수는 연말쯤 800~850선을 형성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대신경제연구소 조이사는 “국내 경제 실물지표들의 하락세를 감안하면, 이번 경기사이클상 경기저점을 3/4분기 중반에 통과할 것으로 관측된다”며 “3분기 초 주가조정 국면을 거쳐 4/4분기에는 주가가 850선까지도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굿모닝신한증권 박연구위원도 “올 여름 650~700선을 유지하다 4/4분기에 가서 주가가 84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LG투자증권 황팀장은 “3분기를 고비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과 미국 경기지표의 개선세가 뚜렷해지면 4분기에 종합주가지수는 800선을 상회하는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