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의 한 할인점을 찾은 주부 허영미씨(40)는 서너 가지 물건을 들고 얼른 계산대를 빠져나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계산대 앞에서 20~30분 정도 줄서서 기다려야 했던 허씨는 계산대에서 값을 치르고 나오는 사람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손님들도 예전보다 줄고 그나마 구입한 물건도 그렇게 많지 않더군요. 나도 당장 필요한 몇 가지만 샀는데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더라고요.”산업자원부에 따르면 4월 중 백화점 및 할인점의 매출은 각각 10.7%, 3.6%가 감소해 3개월째 계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김순복 신세계 홍보담당 부사장은 “백화점 및 할인점 매출은 4월 중 10% 안팎의 감소세였다”며 “6월 한 달을 지켜봐야 회복세 여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겠지만 전망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고 비관적으로 말했다.이는 통계청의 ‘올 1분기 도시근로자 가계수지 동향’ 지표에서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도시근로자의 월 평균 소득 증가율은 4.3%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1%보다 3.8%포인트 줄었다. 이에 따라 가계지출 증가율도 4.5%로 전년 동기 6.8%보다 2.3%포인트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통계청 정인숙 사무관은 “올 1분기에는 전쟁발발 전망 등의 심리적 요인으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됐다”며 “특히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의 소비가 눈에 띄게 준 것을 보면 소비자들이 경기불황을 크게 의식해 필요 경비만 지출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6월 경기전망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업종별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6월 기업경기 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96.4로 나타나 5월 108.1보다 11.7%포인트가 떨어졌다. 이는 내수부진, 가계부채 증가, 수출상승세 둔화, 기업투자의욕 저하 등에 따른 것으로 전경련은 분석했다.경제전문가들은 거시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성장률은 3.7%로 지난해 4분기 6.8%보다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1분기의 경제성장률이 바닥이 아니라는 얘기다.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성장률은 2분기에 2% 초반대로 급격히 떨어지는 등 상반기에는 3%를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3분기 저점을 통과한 직후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물론 아주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살리기에 적극 나설 것을 다짐하고 이에 발맞춰 기업들은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정부가 개인소비 진작책으로 개인배당 소득세율 인하, 배당소득에 대한 이중과세 조정 등 증시활성화를 위한 세제개선을 실시하고 최소 5조원 이상의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하지만 재계는 “제때 내놓는 경제정책보다도 기업 및 가계가 지속적으로 믿고 따를 수 있는 정부의 원칙과 일관성 있는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