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특성에 맞게 골라야
주상복합아파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뉴스의 중심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파트시장 과열에 따른 정부의 규제조치가 이어지면서 반사이익을 얻은데다, ‘역대 최고급 아파트’로 꼽히는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Ⅰ·Ⅱ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신드롬’이라 할 만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최근에는 서울 자양동에 지어지는 ‘the # 스타시티’ 모델하우스에 연일 수만명의 인파가 몰려 주상복합 붐을 실감케 했다. 주상복합 청약 사상 가장 많은 인원인 8만9,000여명이 신청, 청약금만 2조5,000억원이 몰리는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물론, 이 같은 주상복합 열풍은 분양권 전매금지 등 초강수를 내놓은 정부 부동산 안정대책의 영향이 크다. 아파트 투자에서 단기시세차익을 누리기 힘들어지자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넓은 주상복합아파트로 시중자금이 몰리기 때문이다.그러나 주상복합으로 향하는 일반투자자 중에서 그 개념과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는 이는 얼마 되지 않는다. 주상복합아파트 모델하우스 소장으로 일한 A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와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대부분”이라며 “단기투자가 아닌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도 제대로 모르기는 마찬가지”라고 밝혔다.‘the # 스타시티’에 청약했다 낙첨됐다는 회사원 김세진씨도 “전용면적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말고는 아는 게 없다”면서 “청약현장에 있던 수많은 인파 가운데 사전지식을 갖고 온 이는 ‘떳다방’을 제외하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아파트 - 자연친화 조경 등 주거가치 중시주상복합과 일반 아파트의 비교체험은 김우희 저스트알 상무의 도움말로 진행됐다. 김상무는 부동산전문지 <부동산뱅크 designtimesp=23962> 편집장 출신으로 10여년간 부동산전문기자로 뛴 배테랑.먼저 지난 5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용상구 이촌동 LG한강자이 65평형을 둘러보았다. 27~93평형 총 656세대 규모인 이 단지는 한강을 굽어보는 입지여건이 최대 장점이다.“뭐니 뭐니 해도 이 아파트의 장점은 자연친화적이라는 겁니다. 한강 조망권이 뛰어나고 단지 내에 30% 이상 녹지공간을 조성한 것이 쾌적성을 높여주고 있죠. 한강시민공원과 용산가족공원도 가까워서 가족들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겁니다.만약 이 자리에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섰다면, 이 같은 자연친화 느낌이 덜했을 겁니다. 단지 내 정원이나 동과 동 사이를 잇는 오솔길이 주는 작은 마을의 분위기를 낼 수 없었을 테니까요.”주상복합아파트가 외형상 첨단 고층빌딩의 모습을 하고 있어 아기자기한 맛과 쾌적성이 뒤떨어지는 반면, 단지형 아파트는 자연친화적 조경이 가능해 훨씬 정감 있다는 설명이다.이를 감안한 듯,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들은 단지 조경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입주한 화곡동 대우그랜드월드의 경우 단지 바로 옆에 우장산공원이 위치해 자연환경이 탁월하지만, 단지 내 조경에도 공을 들여 아름다운 아파트로 손꼽힌다.LG한강자이의 경우엔 한강을 모티브로 전체 단지를 꾸몄다. 강의 흐름과 선형을 소재로 다양한 수경공간을 조성했고 외곽산책로, 테마놀이터, 낙조원, 해돋이원 등 다양한 테마공원을 조성해 공원 같은 단지를 만들었다. 지상 주차율을 8% 이하로 설계한 것도 높은 녹지율을 확보한 배경.특히 보행자와 차량의 동선을 분리한 단지 내 도로설계는 주상복합아파트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주상복합에 비해 관리비 등 생활비가 적게 드는 것도 일반 아파트의 장점입니다. 관리비 부과기준이 표준화돼 있어서 몇 평형은 대략 얼마 정도라는 인식이 가능하지요. 반면 주상복합은 난방이나 관리 방식에 따라 차등이 있지만, 대개 평당 1만원을 훌쩍 넘어요. 3~4인 가족들이 여유를 갖고 생활하기에는 주상복합보다 아파트가 장점이 많지요.”주상복합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실내골프연습장과 헬스클럽을 배치한 것도 눈에 띈다. 대형 평수 중심의 고급아파트를 표방하는 만큼 주민 서비스시설을 늘렸다는 게 LG건설의 설명이다.내부인테리어는 체리목과 베이지색 벽지가 어우러져 밝고 아늑한 분위기. 김상무는 “한강 조망권이 충분히 살아날 수 있도록 창호를 크고 넓게 배치하고 발코니를 따라 한강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한 설계도 탁월하다”고 평했다. 부엌과 식당을 분리한 것이나, 파우더룸을 큼직하게 배치해 실용도를 높인 것도 장점으로 꼽혔다.그러나 “큰 평수로 올라갈수록 입주자의 취향에 맞게 싱크대나 빌트인(붙박이) 가구를 바꾸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빌트인 가구의 수준이 다소 뒤떨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주상복합 - 비즈니스 용도 감안해야주상복합의 모델로 선택한 곳은 최근 분양과 계약을 완료한 ‘the # 스타시티’. 서울 자양동에 지상 35~58층 4개동에 아파트 1,176세대와 오피스텔 133실이 들어선다.56평형과 99평형 모델하우스를 둘러본 김상무는 “아파트보다 낮은 75%선의 전용률을 만회하기 위해 공간배치를 효율적으로 한 흔적이 엿보이고, 실내 천장 높이를 아파트보다 훨씬 높게 해 전체적으로 넉넉한 느낌을 준다”고 평했다.일반 아파트의 실내 천장 높이는 2.3~2.4m선. 반면 스타시티는 평균 2.7m이고 99평형은 3m 높이다. 같은 평형이라도 전용면적이 좁은 주상복합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무엇보다 ‘the # 스타시티’는 ‘주거용’이면서도 ‘비즈니스용’의 성격이 강한 공간으로 평가됐다. 거실과 욕실, 파우더룸 등을 넓게 만든 대신 침실수를 3개 안팎으로 배치한 것은 파티 등 손님맞이가 많은 입주자를 고려한 설계다.“최근 뉴욕 출장길에서도 느꼈지만, 세계의 주상복합아파트는 비즈니스까지 고려한 주거공간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안락한 집’의 개념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업무용 공간’의 성격도 무척 중요시하는 추세지요.평수가 커질수록 침실을 많이 배치해야 한다는 한국적 정서와는 맞지 않아요. 오히려 파티나 크고 작은 모임을 치러낼 수 있도록 부엌공간과 거실을 중요시합니다. 스타시티도 그런 컨셉에서 설계된 것 같아요.”또 ‘가족과 일, 휴식, 엔터테인먼트, 쇼핑과 건강을 위한 시스템들이 한곳에 모인 원스톱 라이프스타일 구현’이라는 포스코건설의 캐치프레이즈처럼, ‘the # 스타시티’는 다목적 주거공간이다.하층부 상업용 시설에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 굳이 밖에 나가지 않고도 모든 생활이 가능하다. 택배보관실, 멀티스터디룸, 독서실, 유아놀이방, 다목적홀, 골프연습장, 헬스클럽 등도 일반 아파트에서는 보기 힘든 특화된 공간.“최고급 주상복합을 지향하는 만큼 빌트인 가구와 마감재의 수준이 높다”고 말한 김상무는 “주상복합은 일반 아파트보다 입주자 편의시설이 월등히 잘 갖춰져 있지만 주상복합은 100% 입지가 상업용지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이는 곧 주거환경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 도심 상업용지에 위치하는 만큼 쾌적성이 뒤떨어질 수 있는데다 삭막한 느낌도 감수해야 한다. 주거가치 측면에서는 아파트가 여러 모로 낫다는 이야기다.김상무는 “앞으로도 주상복합아파트는 비즈니스 성격이 가미된 컨셉으로 등장할 것”이라며 “주거가치나 투자목적으로 본다면 수요층이 월등히 두터운 아파트를, 비즈니스와 생활편의를 중시한다면 주상복합을 선택하는 게 낫다”고 정리했다. 이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주상복합 ‘묻지마 청약’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