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이 신한금융지주회사에 최종 매각됐다.정부는 6월19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열고 조흥은행을 신한지주금융회사에 매각하기로 최종 승인했다. 이로써 신한지주는 국내 최대의 금융지주사로 올라섰고 향후 신한은행은 조흥은행과 합병절차를 거치면 국민은행에 이어 자산규모 2위의 초대형 은행으로 재탄생하게 된다.공자위에 따르면 조흥은행의 총매각대금은 3조3,700억원(현금 1조7,188억원, 신한지주 주식 1조6,512억원)으로 드러났다. 이는 정부가 신한지주에 사후손실보전분(6,500억원)을 보장하더라도 매각대금이 2조7,200억원에 달해 조흥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 2조7,200억원은 무사히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신한지주는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는 조흥은행 주식지분(80.04%) 5억4,357만주 가운데 51%는 현금으로, 49%는 주식(주당 가격은 6,200원)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6월18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 조흥은행 노조는 공자위의 매각결정에도 불구하고 파업의 강도를 더욱 높여 나간다는 내부방침을 세웠다.노조 파업 강행, 예금인출 사태정부가 신한지주에 매각하는 방안을 최종 승인함에 따라 10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민족은행’ 조흥은행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조흥은행 노조는 이 결과에 강력 반발, 매각이 철회될 때까지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6월18일 오전 총파업을 선언한 조흥은행 노조는 6,000여명의 전 노조원이 서울 광교 본점에 모여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2,000여명의 남자 노조원들의 경우는 삭발로 은행 매각에 대한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조흥은행은 6월18일 노조의 총파업 선언 이후 이틀 동안 약 5조원에 달하는 예금이 대거 인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조흥은행의 원화 예수금 전체 규모가 35조원대임을 감안할 때 상당한 현금이 빠져나간 것을 의미한다.따라서 파업이 장기화되면 조흥은행은 유동성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때문에 지난 6월19일 한국은행은 조흥은행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2조원대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긴급 매입하기도 했다.조흥은행은 총파업으로 6월19일 전국 476개 점포 가운데 179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고 밝혔으나 노조측은 전국적으로 70개 거점점포만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영업장의 폐쇄로 조흥은행 고객들은 예금을 인출해 타 은행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정부, 조흥 노조 극한 대립이번 조흥은행의 총파업은 단일은행 파업인데도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지난 2001년 말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 때 주택은행의 예금인출은 매우 미미했다. 그러나 조흥은행의 파업은 하루 만에 3조원 이상의 예금이 빠져나가는 등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반응은 전과 매우 다르다. 이는 조흥은행 노조가 전산망 다운을 무기로 매각 저지 달성을 위해 극도의 불안감을 조성한 것이 마이너스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경실련은 조흥은행 사태와 관련, 성명을 내고 “조흥은행이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회생한 만큼 정부가 매각을 조속히 실시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조흥은행 노조도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게 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고객불편을 초래하며 파업을 강행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하지만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5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는 “정부는 조흥은행의 졸속 헐값 매각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정부는 조흥은행 파업과 관련해 고객의 불편이 없도록 최대한의 대책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전산망 마비로 예금인출이 어렵게 될 경우 타 은행에서 업무편의를 제공할 예정이고 조흥은행의 유동성 위기에는 한국은행이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또 정부는 은행매각으로 피해를 입게 된 노조원들에 대해서는 고용승계 등에 대한 협상의 여지가 있는 만큼 영업장에 조속히 복귀할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정부의 안을 수용하지 않고 불법폭력ㆍ장기파업에 나설 경우 공권력 투입은 물론 노조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물밑교섭 진행, 무산시 극도의 혼란 예상조흥은행 파업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조흥은행 노조 간부는 6월19일 매각 승인 결정이 발표되자 “파업의 강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강력한 뜻을 내비쳤다. 이 노조 간부는 “공권력이 투입될 경우 강력한 투쟁을 펼치고, 동시다발적인 산개투쟁 계획까지 완료한 상태”라며 “고객의 편의를 위해 전산망 다운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조흥은행, 신한지주, 예금보험공사 경영진은 조흥은행 노조원들의 고용보장과 합병방법, 합병은행 명칭 등에 대한 물밑교섭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본계약 체결 후 2년간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며 “은행브랜드나 행장 선임 문제 등에 대해 조흥은행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제안을 해왔다”고 털어놓았다.신한지주는 조흥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2년 후에 합병한다는 내부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 당장 합병을 추진할 경우에 조흥의 행원수가 2,000명 정도 더 많기 때문에 조직장악이 어렵게 될 가능성 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조흥은행 경영진은 고용보장과 조흥 브랜드 등을 살리기 위해 즉각적인 합병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조흥은행 관계자는 “조흥이 신한에 인수된 뒤 2년간 자회사로 있으면 외부에서 볼 때 독립경영이 보장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신한의 세력에 밀려 일방적으로 흡수합병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양측은 매각에는 합의했지만 당분간 고용보장과 명분 문제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조흥은행 문제는 매각으로 일단락됐지만 파업정국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6월24일로 예정된 한국노총의 조흥노조 지지 찬반투표가 통과될 경우 전국은 극도의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정부가 강경대응 입장을 거듭 천명하고 있는 만큼 막판 극적인 대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노·정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조흥은행 사태는 이제 태풍의 중심권으로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