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와 S&P, 피치 등 해외 신용평가사에는 익숙하지만 국내 신용평가사의 실정은 잘 모르는 사람이 적잖다. 국내에는 한국신용평가정보(이하 한신평)와 한국신용정보(이하 한신정),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 등 3개의 신용평가사가 있다.지난 85년 한신평이 설립되면서 증권관리위원회(현 증권선물위원회)는 회사채 평가업무를 신용평가사로만 지정했다. 86년 한신정이 설립되며 경쟁국면을 맞았다. 83년 설립된 한기평은 컨설팅 업무만을 하다가 87년부터 신용평가사 업무에 참여했다.신용평가사의 연구원이 시장에 처음 뛰어든 것은 지난 2000년. 장영규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채권분석팀장이 한신평에서 삼성증권으로 옮기며 스타트를 끊었다. 시장진출 1호인 장팀장 이후 8~10명의 신용평가사 연구원이 시장의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로 탈바꿈했다. 이들은 모두 한신평과 한기정 출신으로, 산업은행이 1대 주주인 한기평에서 시장으로 나온 연구원은 단 1명도 없다.장팀장은 “지난 96년 미국 S&P에서 연수할 당시 외국 신용평가사와 시장의 인력교류를 목격했다”며 “미국 신용평가사에 입사한 후 신용분석을 체득한 인력이 투자은행에 스카우트돼 시장의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로 일하다가 다시 신용평가사의 간부급으로 역스카우트돼 컴백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평가사와 시장의 인력교류는 한 국가의 신용평가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 장팀장의 설명이다. 장팀장은 또 “친정 격인 신용평가사가 매긴 신용등급 결론에 대해서 비판할 때도 많다”며 “그러나 경험을 토대로 신용분석을 학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곳은 국내에서는 신용평가사 외에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진상휘 삼성증권 채권분석팀 연구원도 한신평 출신이다. 현재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은 장팀장과 진연구원 등 2명의 신용평가사 출신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삼성증권에서 근무하던 단두연 연구원은 동원투신으로 이동했다. 단연구원 또한 한신평 출신.장영규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이후 2001년 시장에 발을 내디딘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기업분석부 연구위원이다. 한신정 출신의 윤영환 연구위원과 함께 일하고 있는 길기모 굿모닝신한증권 기업분석부 수석연구원 역시 한신정에서 왔다.윤연구위원은 “바이 사이드(Buy Side)인 투신회사에는 회계사나 제2금융권 출신의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들이 많다”며 “반면 셀 사이드(Sell Side)인 증권사에 신용평가사에서 움직인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은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한신정과 나이스채권평가에서 일했던 명재열 미래에셋투신운용 채권투자전략팀 과장은 “투신사의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신용분석 결과가 좋은 종목을 골라 내부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명과장은 이어 “신용평가사 시절 1개의 기업을 평가하는 기간은 최소 2주에서 한 달이었다”며 “주니어 연구원과 팀장급이 함께 소통하는 ‘평정회의’ 경험과 분석하는 업체의 자료를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이 신용분석 능력을 키워줬다”고 덧붙였다.그밖에도 한신평 출신의 이석호 하나알리안츠투신운용 연구원과 한신정 출신의 차상훈 대우증권 연구위원, 이승석 국민투신 연구원이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다.언급된 이들 모두는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들의 모임 ‘크레디트 피플’(Credit People)의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