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워크아웃과 개인회생제도로 다중채무자에 갱생 기회 부여

선진국인 미국, 일본도 우리처럼 신용불량자 문제로 심각한 몸살을 앓은 적이 있다. 미국은 호황기였던 80년대 중반 신용카드 등의 소비증가로 대량의 개인파산자가 발생했고, 일본 또한 80년대 말 신용카드와 고리사채로 엄청난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는 사태를 맞았다.그러나 이들 국가는 다중채무자들의 갱생을 위해 개인워크아웃과 개인회생제도, 법원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신용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개인신용위기에서 벗어난 미국과 일본, 그리고 금융선진국인 영국, 독일의 소비자파산 구제제도를 살펴봤다.미국 : 채무자의 갱생이 최대 목표신용사회인 미국에서의 신용불량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다중채무자가 발생하면 파산법(Bankruptcy Act) 13장에 따라 개인채무재조정을 통한 소비자파산 구제제도를 두고 있다.이 제도는 일정한 자격 등을 갖춘 다중채무자의 원리금 및 연체료의 삭감과 만기연장 등의 채무재조정으로 청산에 의한 무조건적인 채무정리보다 채권자의 채권회수액 증대와 채무자의 자율적 갱생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채무자는 각종 정부기구나 공공기관 및 비영리단체 등에서 파산 이전 단계부터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특히 비영리 민간단체인 NFCC(The National Foundation for Credit Counselingㆍ전미신용상담재단)의 CCCS(Consumer Credit Counselling Serviceㆍ소비자신용상담기구)라는 기구는 전국적인 사무소를 열고 다중채무자를 돕고 있다.이밖에도 AICCA(The Association of Independent Consumer Credit Counselling Agenciesㆍ전미독립소비자신용상담협회), CCCA(Consumer Counseling Centers of Americaㆍ전미소비자상담센터) 등이 다중채무자를 지원한다.이 같은 비영리 민간단체들은 각종 자료제공 및 상담은 물론 채무자를 대신해 채권자와 접촉하고 상환조건 협상과 상환을 대행하는 적극적인 채무관리 프로그램(Debt Management Program)을 운용한다. 이 프로그램은 채무자와 채권자의 합의에 기초해 실행돼 청산보다 채권자의 채권회수액 증대와 개인 다중채무자의 자율적 갱생도모에 크게 기여했다.일본 : 채무자에 법률적인 상담 제공우리와 유사한 법체계를 갖고 있는 일본은 다중채무의 해결에 있어 채무자와 채권자간의 ‘임의정리’를 최우선으로 한다. 하지만 임의정리가 여의치 않을 경우 법적 해결절차로 ‘조정에 의한 정리’(특정조정, 민사재생)와 ‘자기파산’을 두고 있다.임의정리는 보통 채무자의 변제능력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채권자와 채무자의 합의인 사적 정리인 반면, 재판소의 조정위원회가 채권자와 채무자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조정에 의한 정리는 강제 구속력을 지닌다. 자기파산은 임의정리 등이 곤란한 채무자가 법원으로부터 파산을 선고받고 잔여채무에 대한 면책결정을 받아 재생을 도모하는 마지막 구제수단이다.고도성장이 지속된 일본은 80년대 말 소비자신용 증가와 장기 경기침체, 고리사채의 영향으로 90년대 중반부터 다중채무자가 급증했다. 이 가운데 소비자의 개인파산에 관한 법률적 절차와 정비 필요성이 제기됐고 채권자와 채무자 상호간의 임의정리를 지원하기 위한 민간기구인 JCCA(Japan Credit Counseling Associationㆍ일본크레디트카운슬링협회)가 설립됐다.JCCA는 채무자에 대해 채권자와의 직접적인 해결을 중개하거나 법률적인 조정 및 파산절차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민간기구다. 다중채무자에 대해 소비자보호의 입장에서 공정하고 중립적인 상담으로 채무자들의 생활 재건 및 구제를 도모한다.또한 소비자신용의 건전한 이용을 계몽해 다중채무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한다. 그러나 JCCA는 미국의 CCCS 등의 비영리단체와 달리 채무자를 대신해 채권자와 변제조건에 대해 협상을 하거나 채무자로부터 대금을 납부받아 채무변제행위를 대행하는 역할은 하지 않는다.JCCA는 상담결과 채무자가 변제계획 책정이 불가능하거나 채권자가 책정한 변제계획에 동의하지 않으면 파산신청 등을 지원하고 채무자가 변제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다시 상담을 해주거나 파산절차를 지원한다.영국 : 자발적 정리절차로 채무자 갱생 유도영국은 올해 들어 국민들의 과소비와 가계부채 급증으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비율이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영국은 금융선진국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청산절차 이전의 공적 개인워크아웃제도의 하나로 파산법에 ‘자발적 정리절차’(Voluntary Arrangement)를 두고 있다.자발적 정리절차는 법원이 청문회를 열어 채무자로 하여금 채무조정을 포함한 채무정리안(Proposal) 작성을 결정하게 한다. 이때 채무자는 임시명령을 신청, 법원의 허가 없이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과 법적 절차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이후 채무자는 채권자의 상환독촉 없이 자발적으로 정리절차에 들어간다.채무자는 파산집행인의 협조를 받아 채무조정을 포함한 채무정리안을 작성하고 감독관후보자에게 적정성 여부를 판단한 뒤 법원에 제출한다. 채무자의 채무정리안은 법원이 심리하고, 감독관후보자는 채권자회의를 열어 채무정리안을 의결ㆍ확정한다.여기서 확정된 채무정리안은 채권자회의에서 임명된 감독관에 의해 채무이행이 총감독된다. 만약 채무이행에서 채무자가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감독관은 자발적 정리절차를 중단 또는 종결할 수 있다.한편 법원은 채무자가 파산을 신청했을 때 자발적 정리절차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되거나 자발적 정리절차의 개시 후 감독관이 채무자의 비협조 등을 이유로 자발적 정리절차의 중단ㆍ종결을 선언하면 개인워크아웃은 종료되고 파산절차가 개시된다.독일 : 채무정리계획을 통한 채무변제금융선진국인 독일의 파산법은 채무자가 소비자파산을 신청하면 ‘재판 이외의 방법에 의해 채권자와 합의를 위해 노력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 청산결정에 앞서 채무조정을 통한 자력갱생을 유도하기 위해 파산 신청서류에 채무정리계획을 함께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신파산법(1994년 제정, 1999년 시행)에 따르면 채권자와 채무자의 합의에 근거한 채무정리계획제도를 법제화했다. 이는 채무 관계자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강제력에 근거한 효과를 확보하기 위해서다.따라서 채무자는 법원에 대한 파산신청 6개월 이전에 채권자와 채무정리계획에 대한 합의를 위한 성실ㆍ노력의무를 다한다. 이 성실ㆍ노력의무는 사회복지사, 소비자단체, 지방자치단체 등에 의해 인정을 받아야 하고 여기서 받은 확인서류를 법원에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법원에 제출된 채무자의 채무정리계획은 채권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채권자의 이의표명이 없으면 채무정리계획은 확정된 것이고, 이때부터 강제집행력을 갖는다. 채무자는 확정된 채무정리계획에 따라 채무를 변제해 나가면 된다. 그러나 채무정리계획이 불인정되면 청산 절차가 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