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권희백 한화증권 금융공학팀장(39)의 하루는 오전 8시에 시작된다. 서울 여의도 한화증권 빌딩으로 오전 8시에 출근한 그는 오전 8시15분부터 30간의 아침회의로 업무를 시작한다. 팀장과 회의를 함께하는 3명의 대리들. 대리 3총사는 전날의 주식시장과 파생상품시장, 채권ㆍ외환시장을 나눠 보고한다.오전 9시주식시장이 개장된 후 6명으로 구성된 금융공학팀은 바빠진다. 최근 보완유지에 초점을 맞춘 ‘클린 오피스’(Clean Office) 운동으로 문서라고는 책상에서 찾아볼 수 없는 금융공학팀 사무실. 깔끔한 분위기 속에서 팀원들의 두뇌회전은 빨라진다. 권팀장의 진두지휘하에 금융기법을 이용한 차익거래를 펼친다. 뉴욕시장과 유럽시장 등 각국 시장의 가격불균형을 이용한 차익거래를 위해 팀원들은 세계시장을 점검하며 분주하게 움직인다.낮 12시바쁜 장중에 팀원들은 도시락을 시켜 먹거나 빵으로 점심을 때운다. 점심약속이 있는 권팀장은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사무실을 나선다. 오는 9월 장외파생상품 인가를 받을 예정인 한화증권의 금융공학팀장.외부사람들과의 약속이 잦을 수밖에 없다. 인가를 위한 준비와 출시할 상품개발을 위해 외국계 증권사와 투자은행의 실무자를 만나곤 한다.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정보는 거의 알려진 게 없다. ELS공모로 드러난 장외파생상품의 규모는 빙산의 일각이다.첨단 금융공학 기법으로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주름잡고 있는 외국계 투자은행과 증권사는 고객과 비밀보장협약을 한 채 1대1 상대거래를 한다. 동종업계 지인들을 통해 정보를 듣곤 하는 권팀장은 수조원에 이르는 장외파생상품 거래에 국내 증권사도 적극 뛰어들 때가 왔다고 침을 꿀꺽 삼킨다.오후 4시장이 끝난 후 몇 가지 정리를 한 후 잠시 여유를 갖게 된 권팀장. 지난해부터 장외파생상품 인가를 받기 시작한 증권사가 늘기 시작했다. 인가는 다소 늦었지만 경쟁증권사보다 우수한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겠다는 포부가 권팀장의 가슴속에 스쳐간다.오후 7시사내 금융공학 학습동호회 ‘알케미스트’ 모임이 있는 날이다. 50여명에 이르는 직원들은 권팀장과 함께 금융공학에 대해 공부한다. ‘알케미스트’란 중세의 연금술사를 지칭하는 말이다. 권팀장은 금융공학이 마치 연금술과 같다고 생각한다.단순한 금융기법을 융ㆍ복합하고 조화시켜 상상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는 게 바로 금융공학이기 때문이다. 쇠와 돌을 합쳐 금덩어리를 만들려던 연금술사들. 이 과정에서 화학은 성장가도를 달리게 됐다.한국어로 번역된 금융공학 서적은 아직 마땅한 게 없다. 권팀장이 몇 주 전에 교보문고 외국서적 코너를 둘러보다 발견한 원서가 ‘알케미스트’ 직원들의 세미나 커리가 됐다.밤 12시하루가 지나간다. 잠들기 전 권팀장의 머릿속에는 88년 7월 입사 후 지금까지의 직장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경영학과 졸업 후 입사했던 당시 한화증권의 상호변경 전 이름은 제일증권이었다. 제일증권 채권부는 자타가 공인하는 업계 1등이었다.부동의 1등이자 금융의 기본인 채권부에서 일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94년 5월부터 8개월 동안 미국 시카고에 연수 목적으로 파견된 것도 기억이 난다. 시카고 소재 ABN암로에 파견돼 선물옵션펀드를 설립하는 데 참여했다.시카고 현장에서의 경험은 귀국 후 KOSPI200 선물옵션 출범에 큰 도움이 됐다. 금융공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됐다. 95년 2월 귀국한 권팀장은 파생상품부를 만들었다. 97년 5월에는 위험관리팀의 초대팀장이 됐다. 위험관리시스템을 구축하며 기획업무도 병행했다.2000년 또 한 번의 행운이 찾아왔다. 한화증권에서 단 한 명 선발하는 해외 MBA 파견 프로젝트에 뽑힌 것이다. 그해 7월 미국 위스콘신대 MBA과정에 입학했다. 세부전공으로 파이낸스(Finance)를 택한 권팀장은 지난해 7월 금융공학으로 무장하고 돌아왔다.귀국하자마자 한화증권 금융공학팀의 팀장으로 임명됐다. 기관이나 법인고객의 재무를 파악해 고객이 필요한 상품을 디자인, 프라이싱한 맞춤형 상품을 만들겠다는 다짐과 함께 그는 잠든다.공학적 분석 기법 기반 금융공학귄팀장의 24시로 짐작할 수 있듯이 금융공학으로 장내파생상품의 개발 및 가격결정, 거래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재무이론과 수학, 통계, 전산, 물리학을 금융시장에서 직접 적용해 활용하게 된다.금융공학을 통해 새로운 트레이딩 기법이 마련되고, 위험관리의 측정과 적용이 가능해진다. 장외파생상품과 위험관리부문의 전문가들이 금융공학을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금융공학전문가’인 셈이다.금융공학 인력은 크게 세 가지 일을 나눠 담당하게 된다. 상품을 개발하고 설계하는 계량분석가 퀀트(Quant)와 실제 트레이딩을 담당하는 트레이더(Trader), 상품을 판매하는 마케터(Marketer)로 구분된다. 국내 증권사의 금융공학팀은 아직 세 가지 업무를 정확히 구분하지 않는 수준이다.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역할을 동시에 담당하고 있는 곳이 많다.금융공학은 최근 국내에서는 증권회사를 위시한 전체 금융권에서 급격히 주목받기 시작했다. 장외파생상품시장의 규모변화가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난해 증권거래법 시행령 개정에 기초한 ‘증권회사의 장외파생상품 업무 허용’과 ‘인허가 추진’ 등의 제도변화가 금융공학을 수면 위로 부상시켰다.대형증권회사와 투신사, 은행들을 중심으로 금융공학과 장외파생상품, 금융위험관리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붐을 이루기 시작했다. 지난해 중반부터 국내 대형증권사들은 당장 인허가를 받고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해외지점 또는 역외펀드를 이용한 장외파생상품 경험 보유자들을 복귀시키거나 유사 업무 담당자를 재배치해 조직체계를 정비했다.지난 2~3년 사이에 삼성, LG, 굿모닝신한증권, 동원, 하나, 한화, 대우증권 등에 금융공학팀 혹은 비슷한 업무를 하는 다른 이름의 부서가 생겼다.또 금융공학전공자들을 채용해 신규인력을 확보하거나 외국계 금융기관의 장외파생상품 실무자를 스카우트한 대형증권사도 속출했다. 김홍식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은 홍콩 소재 BNP파리바 출신이며, 최희문 삼성증권 상무는 살로만스미스바니에서 왔다.외국계에서 한국 대형사로 스카우트된 일부 고위급 실무자가 ‘100만달러’(약 10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왔다는 루머도 덩달아 일었다. 국내 증권사 금융공학팀장의 연봉은 1억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증권사의 임금수준은 성과급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연봉이 어느 정도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없다.최근 1년에서 1년6개월의 학제를 지닌 MS(Master of Science)과정을 수학하기 위해 유학을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 MBA과정 중 파이낸스를 세부전공한 실무자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으나 MS 금융공학 과정을 밟은 인력을 국내 팀장급 이상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미국 등 해외에 MS 금융공학이 개설된 시기가 90년대 중후반이기 때문이다. MS 금융공학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유학을 떠난 이들이 귀국할 시점이 아직은 아닌 것.금융공학 관련 공부를 위해 유학을 떠날 때 유념해야 한 사안이 있다.대다수의 금융공학팀장들은 “아무리 좋은 학교의 금융공학 과정을 밟았다 해도 최소 2~3년간 관련 직종 경력이 없다면 금융공학 인력으로 채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장외파생상품 설계와 트레이딩, 마케팅은 학문 이론만으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치열한 시장경험이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4~5년 후의 금융공학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이종식 한국금융공학컨설팅 책임컨설턴트는 “미국처럼 채권시장이 활성화되고 금융감독원에서 다양한 파생상품의 규제를 풀면 금융공학은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금융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 금융공학인력도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INTERVIEW / 홍창수 리딩투자증권 리스크 매니저/ 금융공학연구회 시삽‘이른 시일내 금융공학 전성기 올 것’홍창수 리딩투자증권 대리(30)는 국내 금융공학 성숙과정을 지켜본 산증인이다. 1999년 12월 삼성경제연구소 홈페이지 내 사이버포럼 ‘금융공학연구회’(www.seri.org/forum/feforum)를 만들었을 당시 국내 금융공학은 태동단계였다.“금융공학에 대한 구성원의 이해를 높이고 파생상품과 위험관리에 관한 선진금융기법 지식과 시장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연구회를 열었습니다. 99년 말부터 1년 6개월 동안은 저 혼자 자료를 올리다시피 했습니다. 회원들의 수도 적었고 관심도 미약했어요.”그러나 2001년 중반 이후 상황이 몰라보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장외파생상품이나 위험관리가 금융시장의 화두로 떠오르자 업계 실무자와 학계 관계자들이 대거 가입하기 시작한 것.실무자의 직급도 사원부터 대표이사까지 다양하고, 학계에서도 학생부터 교수까지 고루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회원이 5,200여명에 이르고 자료도 다양하게 올라온다고 한다. 지식공유방(Q&A)에 질문이 올라오면 실시간으로 답변이 올라올 정도로 참여도 또한 높다.홍대리는 “한국금융리스크전문가협회(KARP)가 주관하는 장외파생상품 전문가과정(2개월, 야간)과 (주)FONET이 주관하는 OTC Manager과정(2개월, 야간)이 실무자들 사이에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또 증권업협회의 장외파생상품 프로그램, 연세대의 금융공학과 위험관리 프로그램, FRM이나 CFA 자격증 대비 학원 프로그램 등도 장외파생상품 지식을 접할 수 있는 과정들이다.시삽과 부시삽, 자문위원이 모두 실무자로 구성돼 있다. 김종훈 한화증권 금융공학팀 대리와 송영준 싸이핀파이낸셜써비스 연구원이 부시삽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계홍 새마을금고연합회 국제투자팀 운용역과 이석형 한국기업평가 RMS 책임연구원(경영학박사), 이기홍 새마을금고연합회 국제투자팀장(경영학박사)이 자문위원으로 기여하고 있다.2001년부터는 발빠르게 변화하는 금융이슈를 따라잡기 위해 오프라인 공간에서 금융공학세미나를 주기적으로 열고 있다. 세미나에서는 수원대 금융공학대학원 이인형 교수와 한양대 김인호 박사 등이 ‘금융위험관리 수학강좌’와 ‘금리 모델링’ 등을 강의했다.지난 6월 개최된 금융공학 세미나에는 100여명에 이르는 사람이 참여해 높아진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스터디모임도 활발해 미국 UC버클리 등에 금융공학을 배우기 위해 유학간 스터디 회원들도 등장했다“90년대 후반까지 국내 금융공학은 학술적인 경향이 짙었습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가 지나고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스와프와 관련된 장외파생상품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금융공학은 전성기를 맞이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