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어린이 여름캠프에서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여자아이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이는 분명 땅콩이 들어 있지 않은 샌드위치를 먹었지만 갑자기 사망한 것이다.원인은 바로 칼. 캠프 지도교사는 다른 아이들의 땅콩 샌드위치를 자른 칼로 그 여자아이의 샌드위치를 썰었다. 교사는 아이의 알레르기를 걱정해 칼을 깨끗이 닦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양의 땅콩이 칼에 남아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은 땅콩 알레르기의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땅콩 알레르기는 음식 알레르기의 일종. 땅콩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인 알레르겐(allergen) 역할을 하는 것이다. 땅콩 알레르기를 포함한 음식 알레르기는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음식 알레르기 환자는 줄잡아 800만명. 그중 매년 150~200명이 사망한다.음식 알레르기 가운데 가장 심각한 종류가 바로 땅콩 알레르기다. 다른 음식 알레르기보다 훨씬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땅콩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환자는 약 150만명. 사망자는 연간 100여명에 달한다. 음식 알레르기 사망자의 절대 다수가 땅콩 알레르기 환자다.땅콩 알레르기에 대한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땅콩 알레르기 치료 연구가 활발하다. 미국 휴스턴에 있는 타녹스는 최근 땅콩 알레르기에 효과적인 신약 TNX-901을 개발했다. 한달에 한번 TNX-901을 주사하면 땅콩 알레르기를 크게 줄일 수 있다.TNX-901은 땅콩 알레르기를 치료하지는 못하지만 땅콩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둔감하게 한다. 땅콩에 대한 내성을 길러주는 것이다. 실제로 땅콩 반개를 먹었을 때 심각한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켰던 환자가 TNX-901 치료 후 땅콩 9개를 먹어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일부 환자는 땅콩을 24개까지 먹을 수 있었다. TNX-901를 정기적으로 주사하면 실수로 땅콩을 먹어도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TNX-901은 개발소식과 함께 땅콩 알레르기 환자와 가족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타녹스 파트너와 마찰로 연구 중단최근 TNX-901 출시를 손꼽아 기다리던 땅콩 알레르기 환자와 보호자들은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타녹스가 파트너인 대형 제약사들과의 마찰로 연구를 중단했기 때문이다.파트너인 제넨텍은 TNX-901을 시장에 내놓기에 앞서 자사가 개발한 천식약 졸레어(Xolair)를 땅콩 알레르기에 쓸 수 있는지 확인하기를 원했다. 졸레어는 미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신약으로 메커니즘이 TNX-901과 비슷하다.전문가들은 그러나 졸레어는 땅콩 알레르기에 효과가 별로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타녹스는 계약상 파트너의 동의 없이 개발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 따라서 현재 TNX-901 개발을 멈춘 상태다. 임상실험에 참가한 83명에 대한 약물투여는 한동안 진행될 계획이지만 연구가 언제 다시 재개될지 미지수다.TNX-901이 다시 개발에 들어가도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가격이다. 제조과정이 어렵고 제조단가가 비싸기 때문이다. 타녹스는 알레르기 환자가 연간 지불해야 할 비용이 1만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땅콩의 알레르기 성분을 없애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미 농무부(USDA) 소속 연구소의 시인 정(Si-Yin Chung) 박사는 최근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땅콩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땅콩을 땅콩 알레르기 항체에 노출시켜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게 한 것. 한 가지 문제는 땅콩의 맛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항체 처리과정에서 땅콩맛을 내는 단백질과 당분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땅콩의 단백질과 당분은 모두 알레르기와 관계있는 성분. 때문에 처리과정에서 맛이 사라지게 된다.정박사는 “땅콩 알레르기의 위험을 없애는 대가로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맛”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