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패스워드 홍수에 빠져 있다. 회사 e메일, 개인 e메일, 인터넷증권, 인터넷뱅킹 모두 패스워드가 필요하다. 요즘에는 웬만하면 개인 e메일을 서너 개 갖고 있다.인터넷쇼핑몰이나 인터넷영화관에 회원으로 가입해도 패스워드가 필요하다. 친구들끼리 사용하는 게시판도 따로 패스워드를 요구한다. 이외에도 신용카드, 현금카드 비밀번호까지 합하면 10여개가 넘는다. 일상생활이 패스워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것이다. 그만큼 외워야 할 패스워드가 많아졌다는 이야기가 된다.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서치시큐리티닷컴이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가 일과 관련해 6개 이상의 패스워드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그중 20%는 무려 15개 이상의 패스워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23%는 5개 이하를 갖고 있었다.서치시큐리티닷컴의 조사는 일과 관련된 패스워드수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비밀번호까지 합하면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패스워드 스트레스도 만만찮다. 외워야 할 패스워드수가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그 결과 결정적인 순간에 패스워드를 기억하지 못해 곤란한 일을 당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게다가 패스워드는 불법사용을 막기 위해 복잡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생일, 전화번호와 비슷한 것은 아예 등록이 되지 않게 해 놓았다. 회사에서는 보안을 이유로 자주 패스워드를 바꾸라고 요구한다. 패스워드 외우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그렇다고 모든 패스워드를 똑같이 사용하는 것은 악의적인 해커들에게 ‘내 주머니를 털어가시오’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패스워드 스트레스. 바로 정보화가 가져온 편리함의 반작용이다.패스워드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현재 스마트카드와 생체인식이 패스워드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그 또한 패스워드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PGP그룹의 존 칼라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스마트카드나 생체인식을 도입한 곳이 많지 않지만 만약 그런 시스템이 일반화된다고 해도 현대인들이 외워야 할 패스워드를 3분의 1 또는 3분의 2 정도만 줄일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지금으로서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패스워드를 관리하고 외우는 것이 최선인 셈이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패스워드 기억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다소 엉뚱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패스워드를 종이에 써서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는 것.첨단정보화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구시대적 방법이지만, 때로는 가장 원시적인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패스워드를 적어놓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한다.종이를 잃어버렸을 때 패스워드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칼라스 CTO가 제안하는 방법은 패스워드의 특정 자리에 있는 알파벳 순서를 하나 또는 둘 높은 것으로 바꿔 쓰는 것. 거꾸로 낮은 것을 쓸 수도 있다.예컨대 패스워드의 두 번째 글자자리에 있는 알파벳을 둘 빠른 것으로 바꾼다고 가정하자. 만약 패스워드가 ‘apple’이라면 두 번째 글자인 p 대신 n을 써놓는 것이다. 즉 종이에 적혀 있는 패스워드는 ‘anple’이 된다.패스워드가 apple 같은 일반적인 단어가 아니라면 추측하기 더욱 어렵다. 약간 더 보안수준을 높이고 싶다면 다른 자리도 자신만이 기억하고 있는 시스템에 따라 바꾸면 된다. 다만 너무 복잡하게 만들면 결과적으로 외워야 할 것이 또 하나 추가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패스워드는 현대문명이 가져온 필요악이다. 원시시대로 돌아가지 않는 한 패스워드는 많아 질 수밖에 없다. 기술의 발달로 지문이나 홍채 같은 생체인식이 일반화되고 전세계가 철저한 보안을 갖춘 네트워크로 연결되기 전까지 복잡한 문자와 숫자로 이뤄진 패스워드는 늘어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외부에 쉽게 노출되지 않으면서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시스템을 세워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