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00평 부지에 5개 한국문화 테마파크 건립… 2005년 8월 문열듯

역사왜곡 교과서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한ㆍ일 우호에 찬물을 끼얹은 악재 노릇을 톡톡히 했지만 21세기 일본 열도의 한국 붐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일부 분야에만 치우쳐 아쉬운 감은 있어도 한국음식, 한국어, 한국문화에 대해 일본인들이 갖고 있는 관심은 상상 이상이다. 김치는 어디에 가나 일본인 모두가 즐겨 먹는 음식이 된 지 오래고, 한국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 열의가 높아지면서 한국어 학습 붐도 하루가 다르게 고조되고 있다.시즈오카현이 매년 실시하는 일본 문학작품의 외국어 번역 콘테스트는 올해 처음으로 한국어 부문을 신설했지만 무려 300명 이상의 참가자가 몰리면서 영어, 프랑스어 등 다른 나라 언어를 압도했을 정도다.그러나 지역과 대상을 조금만 넓혀 놓고 보면 한국 붐은 사정이 달라진다. 한국, 한국문화와의 접촉이 손쉬운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를 벗어나면 한국에 대한 인상은 아직 과거의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한국이 일본의 파트너로 2002한ㆍ일월드컵을 훌륭하게 치러낸 동반자이지만 연령이 위로 올라갈수록, 대도시에서 한적한 시골로 갈수록 현대 한국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힘들고 고달팠던 시절의 한국 인상이 더 강하게 남아 있다. 통일적이면서도 과거에 비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한국의 최신 이미지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이야기다.오사카에서 오는 2005년 8월 오픈을 목표로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링쿠코리아 빌리지는 이 같은 점에서 볼 때 앞으로의 역할과 위상이 특히 주목되는 곳이다.링쿠코리아 빌리지는 이름과 설립 작업의 배경부터 우선 특이하다. ‘링쿠’라는 이름은 영어 등 구미 계통의 언어에서 온 단어가 아니다.오사카의 국제관문인 간사이공항이 코앞에 있을 만큼 인접한 거리라는 뜻의 한자어 임공(臨空)을 일본식 발음으로 읽은 것이다. 간사이공항 개항에 맞춰 새로 조성한 대규모 링쿠타운에 들어설 한국의 최신 공간이라는 뜻을 가진 것이 링쿠코리아 빌리지라는 이름인 셈이다.8,700평의 부지에 5개의 테마존이 들어서는 형태로 건립될 링쿠코리아 빌리지는 기본적으로 한국문화의 일본 내 교류 거점과 문화 비즈니스센터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농수산물 및 생활문화 상품의 대일본 수출기지와 물류센터 역할을 맡는 동시에 일본 내의 유일한 한국문화 테마파크를 지향한다는 비전을 세워놓고 있다.일본인들이 한국음식을 맛보고, 문화를 접하고 한국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지금까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를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여건과 환경 수준을 좀더 끌어올림으로써 한국을 보다 고감도로 체험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링쿠코리아 빌리지의 준비작업은 오사카부의 제의가 출발점이 됐다. 2001년 12월 오사카부가 오사카의 한국총영사관에 코리아타운 건설을 위한 부지 제공 의사를 전해온 후 이를 한국정부와 기업, 국영기업체 대표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첫 걸음을 내디뎠다.이후 한국의 농림부, 보건복지부, 문화관광부 등 유관부처들의 검토와 협의를 거치면서 링쿠코리아 빌리지 설립준비위원회(위원장 문국주)가 지난해 6월 구성되고, 위원회는 올해 3월 일본 매스컴을 대상으로 사업계획을 공식으로 발표했다.발표에 이르기까지 위원회는 한국의 광역지자체와 기초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한 사업설명회도 전개해 최대한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위원회는 설립작업이 본궤도에 오르자 링쿠코리아 빌리지 한ㆍ일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이부영, 김근태 의원)를 상위조직으로 신설하고 2명의 공동위원장과 오타 후사에 오사카부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지난 6월27일 오사카 총영사관에서 제1차 총회를 가졌다.한국문화를 맛보고, 즐기고, 체험할 본격적인 복합공간을 지향한다는 것이 링쿠코리아 빌리지의 기본 모습이지만 한ㆍ일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각계의 힘과 노력이 전례 없이 강하게 합쳐지고 있음을 설립과정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부지 및 시설을 5개의 기본 테마존으로 구성할 링쿠코리아 빌리지에는 한국문화의 거리, 비즈니스 지원시설, 물류센터, 이벤트 및 문화광장, 그리고 관리 편의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모두 150개의 점포가 설치되는 동시에 쇼룸, 공연시설, 야외문화시설, 사무공간이 함께 마련될 계획이다. 예컨대 일본인 고객들이 김치를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도 즐기면서 한국의 전통문화와 역사에 잠시 심취하기도 하고, 최신의 한국영화를 관람하며 오늘의 코리아를 흠뻑 들이킬 수 있도록 꾸며진다는 것이다.20년 무상임대방식으로 부지 확보추진위원회는 건립공사가 내년 2월 첫 삽을 뜨고 순조롭게 끝나 오는 2005년 8월 문을 열 경우 한국의 지자체와 기업들에도 상당한 부대효과가 생겨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한국의 문화와 인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 외에 지역특산품을 일본 현지에 최소비용으로 공급할 수 있는 거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는 지역특산품의 수출, 판매, 물류창구와 지원시설이 링쿠코리아 빌리지 내에 들어섬에 따라 관련기업과 지자체들이 누릴 수 있는 플러스 효과나 다름없는 셈이다.위원회는 일본의 또 다른 중심축인 오사카, 교토, 고베 등의 관문(간사이공항) 바로 앞에 코리아타운이 들어섬으로써 한ㆍ일간의 대형 문화교류센터가 확보되는 효과를 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관광자원의 홍보 및 관광객 유치활동의 거점으로 링쿠코리아 빌리지는 상당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총 600억엔 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될 건립공사를 위해 위원회는 추진 주체로 (주)링쿠코리아를 세워놓고 있다. 이와 함께 2004년 2월 공모를 통해 자금을 확대하는 한편 입주점포를 운영할 희망자도 본격적으로 모집할 계획이다. 입주점포는 오사카 일대에 기반을 둔 재일동포를 우선적으로 참가시킬 방침이지만 한국의 투자자들에게도 문호를 최대한 개방할 예정이다.비즈니스 관점에서 볼 때 링쿠코리아 빌리지가 갖는 기본적 차이점은 설립주체에 있다. 한국의 재래시장 이름을 걸고 도쿄와 요코하마, 오사카 일대에서 문을 열었던 소규모 의류점들은 적잖은 수의 입주상인들에게 손해를 안겼다는 것이 일본 현지의 공인된 평가다.일본인 빌딩주인들로부터 매장을 임차한 후 이를 재임대해 한국의 상인을 끌어들인 점포운영주들은 자신의 이익에만 급급했지 비자문제, 취급상품 차별화에서 숱한 문제점을 드러내 상인들을 골탕먹였다는 후문이다.오사카부로부터 20년 무상임대 방식으로 부지를 확보했다는 것은 우선 임대료 문제에서 커다란 이점을 안고 들어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링쿠코리아 빌리지에는 또 재일동포들과 오사카에 사무소를 둔 관광공사, 농산물유통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이 일본측 위원으로 참가, 현지 길라잡이로 만만치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광역지자체 중에서는 인천시, 강원도, 충남, 경남 및 제주도가 이미 참여의사를 확정, 민관합동의 시너지 효과를 예고하고 있다.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재일동포의 최대 밀집지역인 오사카에 건립됨에 따라 지금까지 오사카를 지켜온 동포들의 일부 반발과 사업중복에 따른 비효율이 장애물로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대규모 쇼핑몰분양 때마다 빠지지 않고 따라다녔던 이권 청탁의 오해와 우려를 어떻게 깨끗이 떨쳐버리고 사업에만 전념할 양심적 입주업체를 모을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공동위원장을 맡은 김근태 의원은 이 같은 기자의 질문에 “정치적 이유에서 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지만 절대 아니다”고 강조한 뒤 “위원회가 사업타당성을 최우선적으로 앞세우고 중시하도록 당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