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멀티코덱 MP3CDP 개발, 입소문으로 3년 만에 70배 성장 이뤄

MP3플레이어에 관한 한 레인콤(대표 양덕준)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기업이다. 지난해에만 70만대의 MP3CDP를 판매하며 세계 시장의 23%를 차지,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MP3플레이어를 생산한 지 2년 만의 일이었다.국내 시장점유율 역시 50%를 상회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매출규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1999년 창사 당시 12억원에 불과한 매출액은 지난해 800억원으로 무려 70배 가량 불어났다. 올해 목표는 1,500억원으로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이다.레인콤이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데는 두 번의 모험적인 업태 전환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첫 번째는 2000년에 있었다. 솔루션 개발 전문업체에서 MP3플레이어 생산업체로 변신한 것.양사장은 “솔루션 개발은 프로젝트에 실패해도 회사에 치명적이지 않지만 제품생산은 프로젝트의 실패가 곧 기업의 몰락으로 이어진다”면서 “당시 세계 1위의 메모리 타입 MP3플레이어 제조업체인 소닉블루의 협력사로 선정되며 기업의 기반을 다졌다”고 말했다.당시 레인콤이 개발한 제품은 세계 최초의 ‘멀티코덱(Multi-Codec)MP3CDP’였다. 이 제품은 MP3뿐만 아니라 WMA, ASF 등 모든 종류의 음악파일을 읽을 수 있어 주목을 받았다.컴퓨터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듯이 MP3플레이어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해 새로운 종류의 음악파일도 재생할 수 있는 것. 압축방식이 다른 음악파일을 듣기 위해 재생기를 별도로 구입할 필요가 없어 획기적인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아마존닷컴 판매순위 1~4위 독식자체 브랜드인 ‘아이리버’로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하면서 레인콤은 두 번째 전환기를 맞았다. 2001년 12월 세계 최초의 초박형 MP3CDP인 ‘슬림-X’을 내놓으면서 미국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한 것.당시 매출의 80%를 차지하던 주문자개발생산(ODM) 방식의 수출을 포기하는 것은 일대 모험이었다. 이미 500억원을 훌쩍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었으므로 굳이 자체 브랜드를 생산해야 하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기업의 미래를 위해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ODM 방식의 수출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미국진출 초기에 레인콤은 두 가지 어려움에 직면했다.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유통망 부재가 그것이었다. 이 때문에 양사장은 몇 달 동안 ‘아이리버’의 생산을 포기할까 하는 고민을 했다.그러나 등 IT전문 잡지와 인터넷사이트에서 호평을 받고 대형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에 입점하면서 모든 고민은 해결됐다. 결국 ‘아이리버’는 대성공을 거두며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미국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것.지난 6월에는 미국 최대 온라인쇼핑몰인 아마존닷컴의 MP3CDP 판매부문에서 1위부터 4위를 독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 생소한 브랜드가 미국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양사장은 시장의 변화와 제품의 성능을 꼽는다.“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 바뀌고 있었어요. 인터넷 문화가 발전하면서 소비자들은 비록 인지도가 떨어지는 제품이라도 다른 사람의 사용기를 보고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높아졌습니다. 또한 대형 전자제품 유통점들이 디지털제품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고요. 제품의 질만 우수하다면 얼마든지 팔 수 있는 조건이지요.”레인콤은 미국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전세계에 진출했다. 미국 외에도 일본, 중국, 홍콩 등에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유럽에도 올해 안에 현지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이를 통해 현재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유럽지역에서의 판매를 더욱 높여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굳힌다는 방안이다. 지난 1월 스웨덴의 제품평가기관인 IDG로부터 베스트상품에 부여되는 ‘스타 마크’(Star Mark)를 획득하여 판매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객만족서비스 주효2001년까지 레인콤은 전체 매출의 90%를 수출이 차지했다. 국내 MP3플레이어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국내 시장이 급성장하기 시작한 것. 이에 따라 국내 영업을 강화하면서 지난해 20만대의 MP3플레이어를 판매했다. 4만대 판매에 그친 2001년에 비해 무려 다섯 배나 성장한 것.현재 레인콤은 전체 매출의 40%를 국내에서 올리고 있다. 특히 목에 걸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볍게 만든 플래시메모리 타입의 제품은 올 1분기 국내 시장의 55%를 장악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레인콤이 구사한 마케팅 전략을 한마디로 하자면 ‘고객만족’이다. 이를 위해 웹사이트를 통한 고객접촉을 극대화했다. 웹사이트의 게시판을 활성화해 고객의 의견을 제품개발과 판매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MP3플레이어의 소비자층은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는 연령대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를 향한 매체광고보다 실수요자층에 접근해 ‘입소문’을 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오프라인상에서도 고객과의 만남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송년회, 번개모임, 경품행사 등 수시로 ‘유저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는 것. 기존 고객을 레인콤의 ‘팬’으로 만들어 반복구매를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마니아 클럽이 형성돼 있을 정도로 성과가 크다고 회사측은 평가한다.철저한 애프터서비스(AS)도 성공의 밑거름이다. 소비자의 과실이 아닌 한 AS는 무료다. 1년으로 정해진 보증기간에 상관없이 모든 제품에 AS를 시행했다. 또한 택배비도 회사가 부담했다.택배비를 지불한 소비자에게는 이를 되돌려준다. 관련업계로부터 지나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레인콤이 실시한 AS정책은 현재 업계의 모델로 자리잡을 정도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미국의 MP3플레이어시장은 2000년 23만대에서 2005년 485만대로 20배 가량 확대될 전망이다. 이러한 고속성장은 아시아ㆍ유럽지역도 예외가 아니라는 분석이다.이에 따라 수많은 기업이 MP3플레이어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으며 이미 퇴출된 기업도 부지기수다. 국내에도 한때 100여개 기업이 MP3플레이어를 생산했지만 현재는 10여개 업체로 줄었다.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방증이다.소니, 삼성, 파나소닉 등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술개발이 필수다. 레인콤 역시 전체 직원의 50%를 연구인력으로 기용하며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에만 초박형의 MP3CDP인 iMP-550, 저장용량이 10GB에 달하는 하드디스크 타입의 디지털오디오기기인 IHP100 등을 출시했다.또한 올 하반기에는 MP3, WMA 등 음악파일뿐만 아니라 Divx, WMV 등 동영상파일까지 재생할 수 있는 신개념의 AV 재생기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품디자인회사인 이노디자인과 손잡고 제품디자인의 고급화를 꾀하고 있다.레인콤은 현재 코스닥등록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7월 중에 심사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레인콤의 코스닥등록 이유가 남다르다. 증자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 양사장은 “자금은 현재 충분하다”며 “코스닥등록을 통해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의 이미지를 확립하고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더 큰 목적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