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비율 높아지고 M&A에도 개입...일본에 외국자금 많이 유입돼

세계증시가 회복되면서 국제간 자금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펀드들의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움직임은 증시를 비롯한 대내외 금융시장과 경제주체들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무엇보다 투자위험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고 있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이미 글로벌 펀드들은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을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그동안 기피해 왔던 국가 혹은 지역에 대한 투자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추세다.투자원금에 대비한 총투자 가능 금액인 레버리지(leverage)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새로운 변화다. 최근 들어 다시 글로벌 펀드들의 투기성향이 강해지고 있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투자패턴이다.헤지펀드의 경우 아시아 외환위기와 러시아 채무불이행 당시 20배까지 올라갔던 레버리지 비율이 2000년 하반기 이후 세계경기 침체과정에서 5배 이하로 떨어졌다가 최근에는 다시 10배 이상으로 회복되고 있다. 종전과 달리 헤지펀드 이외의 글로벌 펀드들의 레버리지 비율도 함께 올라가고 있는 것은 그만큼 투기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투자대상과의 관계도 ‘수동적’에서 ‘능동적’ 지위로 바뀌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종전에는 투자해 놓고 수익을 기다렸으나 최근에는 투자이익이 기대되는 대상을 매입해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나가고 있다.자연스럽게 글로벌 펀드들의 벌처펀드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이제는 금융위기를 겪은 국가의 회생 가능한 기업을 매수해 예정된 수순에 따라 구조조정과 개혁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린 뒤 다시 매각하는 투자패턴이 보편화된 상태다.동시에 인수ㆍ합병(M&A)시 경영권 취득여부에 따라 구분되는 우호적 M&A와 적대적 M&A와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최근 이뤄지는 M&A는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지분을 늘려나가는 적대적 M&A의 성격을 띠는 경향이 뚜렷하다.자연스럽게 개인들의 자금이 갈수록 펀드화되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글로벌 펀드들의 영향력이 이제는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이는 개인들이 모든 금융활동에 있어서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결국 이번에 세계증시가 회복되면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움직임은 각종 글로벌 펀드들이 종전에 비해 투기펀드 혹은 벌처펀드의 성격이 강해지면서 펀드간의 구별이 모호해지고 있는 것으로 요약된다.최근과 같은 글로벌 자금들의 새로운 환경하에서 앞으로 무엇을 갖고 돈을 벌 것인가. 현재 전세계 부동자금은 80년대 초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50년대 말 이후 최대 규모다.일단 투자대상별로는 주식이 가장 유망하다고 보는 것이 국제금융기관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기업실적과 같은 증시여건이 개선되고 있는데다 세계 각국들이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는 고리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상대적으로 주가가 오른 만큼 부동산과 채권, 금과 같은 실물자산의 희생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적정보유 수준을 넘은 채권이 올 하반기 이후에는 덤핑현상까지 우려돼 의외로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 주목해야 한다.국가별로는 이미 저평가 인식을 바탕으로 외국자금이 많이 유입되고 있는 일본이 경기 회복여부와 관계없이 가장 유망해 보인다. AIG생명,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등 국제금융기관들이 하반기 이후에 계획하고 있는 일본 부동산 매입 규모만 하더라도 약 5조엔이 넘는다.올 들어 중국의 대체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도와 이라크 재건특수가 기대되는 중동, 미국의 끌어안기를 바탕으로 안정세가 가시화되고 있는 중남미, 그리고 올 들어 주가상승폭이 돋보이는 아프리카지역에도 글로벌 자금이 많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반도체 비롯 기술업종 투자 유망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중국의 외환자유화 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 외환자유화 일정을 추진해 내부적으로 풍부한 외환사정에 따른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완화해나가는 동시에 미국과 일본의 압력 정도에 따라서는 고정환율제를 포기하는 문제까지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이 경우 크게 두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하나는 기업 입장에서는 화교계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와 재테크 차원에서는 위안화를 보유하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 현재 중국의 풍부한 외환사정과 주변국의 입장을 감안할 때 고정환율제 포기 이후 위안화 가치는 평가절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산업별로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업종이 유망해 보인다. 이라크전쟁 이후 업종별로 주가상승폭이 가장 큰 ‘윈(소프트웨어)ㆍ텔(텔레콤)ㆍ넷(인터넷을 비롯한 네트워크)’이 대표적이다. 경기회복세가 의외로 빠를 경우 경기에 민감하면서 기술업종의 장점을 함께 갖고 있는 융합업종(fusion industry)도 높은 수익이 기대된다.문제는 90년대 말처럼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업종이면 수익모델과 기업실적에 관계없이 무조건 주가가 올랐던 제1기와는 상당히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2기에 있어서는 철저히 수익모델 확보와 기업실적 여부에 따라 투자자금 유입 규모와 주가수준이 좌우되는 차별화(nifty fifty) 장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마지막으로는 세계 각국들의 정치 일정에 따라 세계 부동자금의 이동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하반기 이후와 내년에 걸쳐 일본의 자민당 총선, 한국의 국회의원선거, 미국의 대통령선거 등 집권당의 재신임 여부와 직결된 선거가 유난히도 많이 예정돼 있다.여러 변수 가운데 90년대 이후 각종 선거에서 집권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경제생활 안정이 가장 큰 결정요인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실업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가 중시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결국 선거가 예정된 국가에 투자할 경우 선거 프리미엄과 경기요인으로 이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의미다.유념해야 할 것은 갈수록 글로벌 자금의 성향이 투기펀드와 벌처펀드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는 점이다. 앞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글로벌 자금의 향방을 예의주시하면서 일단 투자대상을 선택하면 그 어느 때보다 위험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