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는 알프스만 있는 게 아니다. ‘하이디’를 코드로 한 동화여행도 마련돼 있고 ‘럭셔리 앤드 디자인’이라고 명명된 쇼핑과 갤러리 여행도 있다. 또 고성을 중심으로 한 테마여행 상품도 많다.하지만 스위스관광의 최고 매력 포인트는 알프스 산자락 굽이굽이 흩어져 있는 작은 마을들을 돌아보는 데 있다. 기차로 유연하게 연결되는 이 산악마을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테마로 여행객들을 끌어당기는데, 일명 ‘박물관 마을’로 유명한 브리엔츠도 그 가운데 하나다.알프스 호반을 따라 이어진 이색 박물관들4,000m급 알프스 산들과 스위스에서 가장 깨끗하다는 브리엔츠호에 둘러싸여 있는 아름다운 지역인 브리엔츠는 취리히에서 기차로 약 2시간 정도 걸리는 산악마을이다. 브리엔츠호의 한 귀퉁이에 자리한 이 마을에는 호숫가를 따라 이어진 크고 작은 호텔들로도 유명하다.전형적인 샬레스타일도 그렇지만 호텔마다 독특한 테마로 꾸며져 영화, 동화, 꽃 등으로 장식돼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는 여행자들이 호기심을 가져볼 만하다.기차역에서 내려 오른쪽 길을 따라 올라가면 마을의 상점과 호텔, 호수의 전경도 함께 즐길 수 있다. 그 길가에 160년 역사의 목공예공방인 ‘리빙 뮤지엄’(Living Museum)이 있다.공예품판매점을 겸하고 있는 리빙뮤지엄은 스위스에 오직 한 곳뿐인 목공예학교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도제를 거친 사람들은 시험을 통해 ‘마이스터자격증’을 얻게 된다.이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목공예품을 팔 수 있게 되는데, 현재 스위스 전역에 있는 목공예 ‘마이스터’는 14명뿐이다. 그만큼 ‘장인’이 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곳에는 고양이나 곰 등의 작은 조각품부터 커다란 장식장에 이르기까지 각종 목공예품들이 전시돼 있다.스위스 사람들은 예로부터 정교한 손재주로 널리 인정을 받아왔다. 목각, 레이스, 시계와 함께 아주 정밀한 기교를 요하는 오르골(음악상자)도 스위스가 자랑하는 품목. 박물관에 전시된 오르골은 귀에 친숙한 멜로디를 연주하는 작은 것부터 오케스트라만큼이나 풍성한 화음을 내는 대형 오르골까지 100여점에 이른다.작동하는 모습을 직접 보며 시계와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 오르골의 다양한 연주를 들을 수 있다. 리빙 뮤지엄은 1835년에 설립돼 지금까지 5대에 걸쳐 이어져 오는 조뱅(Jobin)공방이 그동안 만들고 수집해 온 골동 목공예품의 아름다움을 일반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개관한 곳이기도 하다.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목공예가들을 길러낸 작업장은 지금도 실제로 쓰이고 있다. 관광객들은 목공예가들이 목각하는 모습과 나무를 구부리고 하프를 만드는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다.또한 자신이 직접 목각을 해보거나 오르골을 조립해 세상에 유일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 가져갈 수도 있다. 옛것과 현재의 것이 공존하는 박물관이자 관람객들이 직접 목각도 하고 자신만의 오르골을 조립할 수도 있는 곳. 이곳에 ‘살아 있는 박물관’(Living Museum)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유이다.목가적인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야외박물관나라마다 전통 생활양식을 그대로 보존, 후세에 알리기 위한 민속자료관이 있기 마련이다. 브리엔츠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한 ‘발렌베르그 야외박물관’도 그중 하나이다.약 2만평에 이르는 이 생활사박물관은 아무리 열심히 걸어도 하루에 모두 볼 수 없을 만큼 큰 규모의 테마공원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네 ‘민속촌’ 같은 곳인데, 그 규모와 치밀한 계획 및 관리상황은 한 번쯤 우리 방식과 견주어볼 만하다.우선 이곳에 있는 집들은 스위스를 지리에 따라 다섯 개 지방으로 나눠 각 지방의 특징적인 건물들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그냥 비슷하게 복원을 하면 오히려 돈이 적게 들었을 터.하지만 길이나 도시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옛 건물들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벽돌 한 장, 나무 한 토막을 하나하나 해체해 이곳에 그대로 옮겨 지었다고 한다.정밀한 시계산업이 왜 스위스에서 발전했는지 그 이유를 한 가닥 짐작하게 할 만큼 고지식한 부분을 엿볼 수 있다. 집뿐만 아니라 당시 사용하던 가구와 물품들까지 그대로 재현돼 있어 옛 스위스인들의 생활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각각의 집마다 관리인이 배정돼 있어 아침에 문을 열고 부엌에 불을 지피고 화단을 가꾸는 등 사람이 사는 듯이 활동을 부여한다. 보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느끼기 위해 살아 있는 전시관.그래서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외국인이든 스위스인이든 즐거움과 교육적인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특히 치즈공장이나 바구니 공방, 버터 만드는 곳, 대장간, 시계 공방, 목공예소 등은 지금도 활발하게 운영돼 관광객들에게 각별한 재미를 선사한다.북부의 부유한 농가에서부터 산골짜기의 허름한 서민들 집까지 각기 다른 양식의 집들이 광활한 공원에 듬성듬성 자리하고 있어 여유로운 산책을 겸해 하루 종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너무 넓어 걷기가 버겁다면 옛날 방식으로 마차를 빌려 구경을 다닐 수도 있다. 아이들을 동반한 여행자들에게 추천할 만하다.스위스인들이야말로 투박한 구슬로도 훌륭한 보배를 만들어내는 재주와 열의를 지닌 사람들이 분명하다.◆여행메모 : 인천국제공항에서 스위스 취리히까지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서 간다. 루프트한자가 매일 취항하고 있으며 소요시간은 경유를 포함해 14시간10분. 취리히 기차역에서 브리엔츠까지 기차로 2시간 가량 걸린다.▷화폐: 스위스는 유로랜드 비가입국가. 화폐는 스위스프랑이며 환율은 7월2일 현재 1스위스프랑에 887원.▷시차: 한국보다 7시간이 늦다.▷발렌베르그 박물관 이용정보개장시간 : 4월15일부터 10월31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입장료 : 성인 16스위스프랑, 어린이 8스위스프랑, 스위스 패스 소지자에 한해서 25% 할인.취재협조 / 루프트한자 독일항공(02-3420-0400 www.lufthansa-korea.com)스위스 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