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가의 불황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IMF 외환위기 직후부터 불어닥친 불경기는 이후 상황이 어느 정도 회복된 뒤에도 여전했다. 한때 다른 분야가 IMF 이전 수준을 되찾았다며 반겼지만 출판가만은 예외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어려웠다. 2000년을 전후해 벤처바람이 불며 흥청망청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출판가는 아직 한겨울이었다. 경기가 다시 나빠진 요즘 어렵기는 마찬가지다.하지만 출판 가운데도 경제·경영서 분야만은 사정이 달라 보인다. IMF 직후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경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며 관련 책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이후 전반적인 위기 속에서도 오히려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다른 장르의 책들이 독자들이 줄어 워낙 힘겨워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측면도 있지만 소비자들 역시 요즘은 경제·경영서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이 같은 사실은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집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국내 최대의 인터넷서점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예스24에서 최근 집계한 자료를 보면 베스트10 가운데 경제·경영서가 무려 4종이나 포함돼 있다.4위에 오른 <한국의 부자들 designtimesp=24034>(위즈덤하우스)을 필두로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 designtimesp=24035>(21세기북스), <나의 꿈 10억 만들기 designtimesp=24036>(원앤원북스), <메모의 기술 designtimesp=24037>(해바라기) 등이 차례로 랭킹 10위에 들었다. 베스트10에 특정 분야 책이 대거 포함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출판가에서도 소비자들의 기호가 확실히 바뀌었다고 설명한다.최대의 오프라인 서점인 교보문고에서 최근 집계한 결과도 비슷하다. <한국의 부자들 designtimesp=24040>이 종합 2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designtimesp=24041>, <설득의 심리학 designtimesp=24042>(21세기북스) 등이 최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이밖에 다른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의 결과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어 경제경영서가 그나마 출판가의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물론 경제경영에 관련된 책이라고 다 잘나가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서도 눈에 띄는 흐름이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가령 최근 들어 주식을 다룬 증권서적은 거의 고사 직전이다.98년 후반기 이후 증시가 큰폭으로 오르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던 증권서의 경우 2000년 이후 증시가 폭락세를 거듭하면서 관련 책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코스닥을 다룬 책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최근 들어 다소 나아지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종합베스트에 끼는 증권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경제·경영서 분야 안에서도 상위에 랭크된 책이 거의 없을 정도다. 교보문고의 한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침체를 보이면서 증권서 역시 눈에 띄게 판매량이 줄었다”며 “요즘은 서점 차원에서도 증권서에 대한 기대를 많이 접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요즘 서점에 가보면 증권서 코너는 통로 안쪽으로 밀려나 있는 상태다.증권서와는 달리 자기관리 또는 자기계발을 다룬 책들은 시대적인 흐름을 반영하듯 크게 각광받고 있다. 지식경영이나 부자에 대한 얘기를 다룬 책들도 비슷하다. 다시 말해 요즘 경제·경영서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이들 책이 잘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경영서 안에서도 인기판도가 바뀐 것이다.자기관리서는 일종의 경력관리 지침서라고 볼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해진 사회에서 경쟁력을 기르고, 살아남는 비결을 일러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맥스웰 몰츠의 성공법칙 designtimesp=24053>(비즈니스북스), <프로페셔널의 조건 designtimesp=24054>(청림출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성공에 대한 관심이 많고, 자기관리가 요즘 직장인들의 필수사항으로 떠오르면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설득의 심리학 designtimesp=24057>이나 <협상의 법칙 designtimesp=24058>(청년정신) 등도 자기관리에 꼭 필요한 화술이나 협상을 다뤘다는 점에서 자기관리서로 분류된다. 비즈니스를 할 때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필요하면 설득하거나 협상을 유리한 쪽으로 이끄는 노하우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40대와 50대의 비즈니스맨들을 중심으로 독자가 많다.특히 허브 코헨의 <협상의 법칙 designtimesp=24061>은 지금까지 20만부 이상 팔려나가며 이 분야를 주도적으로 개척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완결판인 <허브코헨 이것이 협상이다 designtimesp=24062>가 출간됐다.지식경영서의 인기도 눈에 띈다. 인재활용술이나 리더십, 조직관리, 미래예측서 등이 여기에 속한다. 구체적인 책으로는 <상경 designtimesp=24065>과 <변경 designtimesp=24066>(이상 더난출판)을 비롯해 피터 드러커의 <넥스트 소사이어티 designtimesp=24067>(한국경제신문사) 등이 있다. 중간간부급 이상 경영진에게 인기가 높지만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초년병들에게도 의외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 출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부자들을 분석한 책도 히트대열에 합류한 상태다. 특징적인 것은 단순한 재테크 관련 책이 아니라 큰돈을 번 사람들의 비결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이다. 예전의 책이 단순한 재테크 가이드북이라면 요즘의 책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돈 버는 방법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이 가운데 <한국의 부자들 designtimesp=24072>은 올해 상반기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떠오르며 3개월 만에 20만부 이상이 팔려나가는 기록을 세우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이런 인기 덕분에 이 책은 올해 상반기 <한국경제신문 designtimesp=24073>이 선정한 소비자대상에서 출판부문 대상을 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인기비결은 저자가 100명의 부자들을 직접 만나 취재해 내용을 구성했다는 점이다. 특히 외국이 아니라 한국의 부자들에 대해 썼다는 점에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돈을 벌었으며 돈에 대한 철학과 생활습관은 어떤지 등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것. 결국 실제로 큰돈을 번 우리 주변 사람들의 솔직한 얘기를 담았다는 점이 크게 어필한 것으로 분석된다.<나의 꿈 10억 만들기 designtimesp=24080>라는 책은 콘텐츠의 우수성 외에도 최근 우리 사회를 강타한 부자신드롬 덕도 적잖이 본 것으로 분석된다. ‘10년 안에 10억 만들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고 성실히 노력할 경우 독자들에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독자들 입장에서는 나도 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최근의 경제·경영서는 분명히 예전 것과 다르다. 주제는 더욱 구체적이 됐고, 다루는 내용 또한 아주 다양해졌다. 특히 2000년 이후 직장에서 조직관리보다는 사원 개인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직원들 사이에서도 정년이 따로 없는 불투명한 사회로 변모하면서 이와 관련된 책들이 대거 등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98년 말을 전후해 경제·경영서가 본격적으로 시장을 형성했다면 요즘의 인기는 이를 더욱 굳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출판가에서는 예전에는 인기 소설가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요즘 들어서는 경제경영서를 발굴하고 이를 제대로 소화해줄 필자를 잡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상황까지 생겨나고 있다.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미화 실장은 “지금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자기관리나 자기계발, 또는 부자를 주제로 한 책은 당분간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다”며 “다만 같은 분야를 다루더라도 특징이 없거나 깊이 있게 파고들지 못하는 책은 수명이 길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7월10일 기준)순위 도서명 분야1 나무 문학2 지상에 숟가락 하나 문학3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신화 어린이4 한국의 부자들 경제·경영5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경제·경영6 나의 꿈 10억 만들기 경제·경영7 파페포포 메모리스 대중문화8 달님은 알지요 어린이9 메모의 기술 경제·경영10 살아있는 역사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