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텀시티에서 우동 아파트촌 일대를 지나 해운대로 가는 길목, 위풍도 당당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단지가 눈에 띈다. 부산지하철 2호선 동백역 근처에 있는 현대 ‘까멜리아 오뜨’다.지난해 입주한 이 고급 주상복합은 61평부터 101평형까지 분포돼 있다. 1층에는 인테리어 소품, 고급 한복 등 보통 상점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상점들이 들어서 있었다. 지하에는 스쿼시, 골프연습장, 헬스클럽 등 스포츠시설들이 있다.1층 상가 A부동산 관계자는 “로열층의 경우 평당 매매가가 1,000만원에 가깝다”고 말했다. 현재 주민들이 입주한 곳 중 부산지역에서 가장 비싼 편에 속하는 시세다. 해운대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입지가 이곳의 가장 큰 자랑이다. 로열층의 경우 동백섬과 오륙도까지 다 보이는 환상적인 조망을 갖고 있다.이 부동산 관계자는 또 “이곳 거주자의 경우 개인사업자가 가장 많다. 또 고위공무원도 적잖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외국인들을 상대로 임대하는 경우도 많으며, 바닷가에 별장을 갖고 싶어 하는 외지인들이 분양받은 경우도 적잖다고 설명했다.본래 별장으로 쓰려고 하는 서울사람들은 달맞이 고개에 있는 빌라촌을 선호했는데, 최근 수영만 요트경기장과 우동 부근에 조망권을 갖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이 들어서면서 이쪽으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이 관계자는 “몇 층이냐에 따라, 어느 동이냐에 따라 조망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값도 천차만별”이라고 했다. 61평형의 경우 조망이 뛰어난 층은 시세가 7억원대에서 형성돼 있지만 바로 아래 조망이 좋지 않은 층은 4억원에 불과해 ‘경치값’이 무려 3억원이나 된다. 이 주상복합아파트에서 5분만 걸으면 조선호텔비치다.이 같은 조망권에다 지하철 2호선 개통으로 나아진 교통여건, 교육 등의 입지조건 때문에 최근 해운대지역이 부산의 신흥부촌으로 부상하고 있다. 해운대구는 본래 부산의 16개구 중에서 재산세 납부 실적이 가장 높은 부촌.건설사들이 너도나도 주상복합 공급을 시작하면서 이 같은 열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분양을 마쳤거나 곧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조망 좋은 주상복합들의 평당분양가는 모두 1,000만원대에 근접했다.이전에는 값이 제일 비싼 축에 드는 아파트라 해도 부산지역에서 분양가가 평당 1,000만원을 넘은 적이 없었다. 지난해부터 현대 하이페리온, 포스코 아델리스 등이 분양을 했는데 초기에는 미분양이 속출했었다. 그러나 이 미분양 물량이 최근 많이 팔려, 평균 60% 이상은 분양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망에 따라 5,000만원 이상의 웃돈도 붙었다.기존 분양뿐만 아니라 새로 공급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두산건설은 수영만 매립지에 짓는 주상복합건물 중 아파트를 분양했으며, 대우건설도 바로 옆에서 주상복합을 분양한다. 또 포스코건설은 하반기에 주상복합오피스텔을 분양할 예정이다.확정되지 않았으나 수영만 매립지에 4만여평의 부지를 갖고 있는 현대산업개발과 교보생명도 주상복합아파트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들어서면 서울 강남 도곡동 못지않은 고급 주상복합타운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이 같은 분위기는 해변가 호텔 밀집지역에서도 확인된다.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 내 명품관인 파라디아와 렉서스, BMW자동차를 판매하는 동성모터스가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지하철 해운대역 근처에는 패밀리레스토랑이 줄지어 들어섰고, 서울 강남의 유명한 레스토랑 ‘강가’도 자리잡고 있다. 고액자산가를 상대로 하는 은행 PB점포도 들어섰다. 한미은행 ‘로얄 플라자 해운대’가 영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상류층이 경기에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다는 통념대로 경기가 침체돼도 이 같은 해운대지역의 고급화 바람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부산 파라다이스호텔 명품관의 여은주 홍보실장은 “호텔과 명품관 매출이 약 2~5% 정도 줄어들기는 했지만 이는 경기영향보다 사스(SARS)의 여파가 더 크다”며 불황으로 큰 타격을 받지는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