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 관련 기업이나 일부 건설업체들이 지난해 반짝 호황을 누렸던 것을 제외하면 많은 부산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의 대표적인 향토기업을 소개하기 위해 접촉한 기업들 가운데 “회사가 많이 힘들다. 요즘 같은 때 무슨 취재냐”며 난색을 표하는 곳이 적지 않았다.지난 6월 부산상공회의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매출순위 1,000개 기업 중 부산에 본사를 둔 기업은 모두 41개. 르노삼성자동차가 매출액 기준 96위, 한진중공업이 103위였다.부산에 뿌리를 둔 기업들 중에는 외지인들이 “여기가 부산 기업이었어?” 할 정도로 이름은 널리 알려졌으나 연고에 대해서는 의외인 곳도 적잖다. 부산시 산업진흥과에 의뢰, ‘대표적 부산 향토기업 10’을 골랐다. 산업진흥과에서는 부산에 본사를 둔 기업들을 대상으로 매출액 상위, 인지도, 업종별 대표기업 중심으로 선정했으며, 수치 데이터를 적용한 것은 아니다.금융 / 부산은행380만 부산시민 중 약 300만명이 부산은행과 거래하고 있다고 한다. 부산시 시금고 은행을 맡고 있는 것도 부산은행이다. 이처럼 부산은행은 자타가 공인하는 지역은행이다.부산은행은 지역밀착 영업전략의 성공으로 요즘 개가를 올리고 있다.지난해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인 1,48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여느 은행과 마찬가지로 올해 들어서는 경기침체, 신용카드 부실 증가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 상반기 결산을 한 결과 당기순이익이 5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8% 줄었다.이처럼 순익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여파가 적은 편이다. 부산의 금융중심가인 서면지역에는 부산은행을 중심으로 역시 부산 기업인 제일투자증권, 기타 선물회사 등이 몰려 있다.유통 / 아람마트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신세계 이마트, 까르푸, 월마트 등 기라성 같은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하고 있는 부산ㆍ경남지방의 유통업체다. 경남에 2개, 울산에 4개, 부산에 11개 점포를 내고 있다.아람마트 자체 집계에 따르면 전국 할인점 중 매출순위로 9위라고. 향토기업임을 십분 내세워 영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품질과 가격 면에서 대기업계나 외국계 할인점과 차이가 없다면 지역기업을 이용해 달라”며 소비자 정서에 호소하는 것. 자동차부품업체인 성우하이테크가 모기업이다.중화학공업 / 넥센, 동일고무벨트,한진중공업, 고려제강, 동성화학부산 기업들 중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곳은 대부분 중화학공업 관련 기업들이다. 상장 또는 등록기업도 이 분야에 집중돼 있다.흥아타이어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넥센은 타이어튜브를 재생하던 중소기업에서 1998년 우성타이어를 인수함으로써 비약적으로 도약한 기업이다. 우성을 인수, 브랜드를 넥센으로 바꾸었고 이후 넥센이 ‘너무 잘’ 나가자 모기업인 흥아타이어도 사명을 넥센으로 바꾸었다. 현재 넥센은 자동차용 튜브, 산업용 장비에 쓰이는 솔리드타이어, 골프공 등을 생산한다. 부산방송 지분도 취득했으며, 강병중 회장은 부산방송 회장을 겸하고 있기도 하다.동일고무벨트는 1945년에 설립, 6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의 기업. 기계에 동력을 전달하는 고무벨트를 비롯해 각종 산업용 고무제품을 생산한다. 고무제품은 철과 같이 어느 산업에나 꼭 필요한 기초 부품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회사의 생산제품은 매우 광범위하다.생산라인의 컨베이어 시스템은 물론이고 자동차, 가전제품, 사무기기, 선박에까지 쓰이는 동력전달 벨트, 항만이나 도로 등에 쓰이는 토목용 고무 등을 생산하고 있다. 불황에도 아랑곳 않고 올 상반기에도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나는 등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한진중공업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 빅3의 뒤를 잇는 조선업체이고, 고려제강을 스프링와이어 등 철로 된 와이어류를 생산하는 회사다. 모두 부산지역 산업 특성을 반영하고 있는 업종들이다. 동성화학은 신발과 합성피혁 등에 사용되는 폴리우레탄 소재를 생산하는 회사.신발, 레저용품, 의류 /화승, 은성사, 세정, 파크랜드화승은 르까프, 월드컵, 허시파피, 우들스 등의 브랜드로 알려진 신발 생산·유통업체다. 1953년 동양고무공업이라는 이름으로 설립, ‘기차표’ 고무신을 생산하는 업체로 출발했다. 80년대 국내 신발수출의 20%를 점유하는 등 코리아 신발 전성기를 구가했던 회사. 그러나 이후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혹독한 구조조정도 거쳤다.현재는 수익을 내는 상태로 돌아섰다. 최근 출범한 부산신발산업진흥센터 등과 함께 중동지역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등 다시 한 번 신발 대국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기반을 만들고 있다.또 이미 베트남 호치민에 진출, 베트남 최대 규모의 신발공장 건설에 착공했다. 오는 9월부터 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하면 생산능력이 연간 2,300만켤레로 늘어나게 되며, 회사는 이를 재도약의 토대로 삼으려 하고 있다.은성사는 손맛 좀 안다 하는 ‘꾼’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이름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릴과 낚싯대로 유명한 기업이기 때문.하지만 은성사 역시 근해 오염으로 인한 낚시용품 수요감소, 중국산 저가제품의 공세, 전세계적인 낚시용품시장 축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고급형 제품은 중국산이 넘보지 못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이 회사는 고급 제품군을 강화해 불황을 타개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의류업체인 세정과 파크랜드 역시 부산지방의 유명한 전통기업. 무려 30년 전인 1974년에 런칭한 브랜드 ‘인디안’을 보유한 기업이 바로 세정이다.의류업계에 이처럼 장수한 브랜드는 흔치 않다. 캐주얼제품인 인디안 외에도 비즈니스 정장 ‘인디안 옴므’와 여성캐주얼 ‘앤섬’, 젊은층을 겨냥한 캐주얼 ‘인디안블루’, 젊은층을 위한 정장 ‘인디안옴므프레쉬’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다. 한편 의류생산전담 4개 회사를 설립해 품질 고급화에 나서고 있다.또한 이 회사는 지난해 악기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지난해 7월 계열사인 세정악기를 설립, 중국 칭다오시에 1,230만달러를 투자해 부지 3만8,000평 건평 2만평 규모의 악기공장을 건설 중이다. 연간 1만5,000대의 피아노와 18만대의 기타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게 된다.파크랜드는 중저가 정장을 생산하는 회사로, 과감히 광고하고 물류분야에 아낌없이 투자해 순식간에 브랜드 인지도를 상승시켰다.식품/ 한성기업, 비락, 대선주조한성기업은 크래미, 젓갈 등으로 대중 인지도가 높은 원양어업 관련 회사. 참치, 맛살 등 각종 수산물 가공식품과 젓갈 등을 생산한다. 북태평양(명태ㆍ대구ㆍ가자미), 인도네시아(조기ㆍ가오리ㆍ갈치), 남태평양(다랑어), 아르헨티나(오징어) 등으로 어선이 출어하고 있다.비락은 식혜로 돌풍을 일으켰던 바로 그 회사다. 부산지역 대표적인 유제품 생산업체로 유제품뿐만 아니라 식혜와 같은 전통음료, 카레 자장 단팥죽 등의 레토르트 가공식품과 스낵류 등을 생산하며 종합식품회사로 성장하고 있다. 식혜 돌풍을 일으키고 난 후 과다 투자 등으로 위기에 빠졌다가 구조조정 등을 통해 전열을 재정비했다.이후 연 평균 15% 가량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아태장애인경기대회 때는 공식 우유로 선정돼 8만개의 우유와 14만개의 과일음료를 지원하는 등 지역친화형 기업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대선주조는 부산ㆍ경남지역의 대표소주인 ‘시원소주’를 생산한다. 지난 97년 부도가 났었고, 이때 금융권에 1,860억원의 부채를 지고 있었지만 현재는 이를 300억원 아래로 줄였다.2002년 기준 국내 소주시장 점유율은 8.51%. 지난 2년 연속 순이익을 내는 등 수익구조를 갖춰 2004년에 화의를 탈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건설 / 반도종합건설건설사들의 문을 줄줄이 닫게 했던 IMF의 시련을 견뎌낸, 몇 안되는 부산에 뿌리를 둔 건설회사들 중 하나다. 전국에 3만여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했다.부산ㆍ경남지역을 넘어 용인, 의왕, 평촌 등 수도권까지 진출했고, 최근에는 대형업체도 섣불리 손대지 않는다는 골프장 리조트사업에도 손을 뻗었다. 경남 울주군 양산 통도사 인근 리조트는 이미 50% 가량 지어진 상태다. 반도주택, 반도프린테크, 반도아스콘 등 5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어 부산지역 그룹사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