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 따기’에 비견될 만큼 어려운 내집장만이 쉬워질 전망이다.지난 3월과 5월 정부는 ‘새정부의 경제운용방향’과 ‘서민ㆍ중산층 생활안정대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돕기 위한 신주택정책을 발표했다.이에 따르면 주택 실수요자가 집값의 일부(약 30% 수준)를 초기에 부담할 경우 정부기관이 나머지 금액을 저금리로 장기간(20~30년) 빌려주고, 본인의 소득으로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장기주택담보대출제도(Mortgage Loanㆍ모기지론)를 내년 1월부터 실시한다는 내용이다.현재 이와 관련한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제정안이 입법예고된 가운데 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8월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때문에 이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서민들의 내집마련 부담은 한층 가벼워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면 위로 급부상한 ‘장기주택담보대출제도’(모기지론)를 자세히 살펴봤다.내집마련 쉬워진다2004년 1월부터 정부가 입법예고한 한국주택금융공사법이 시행되면 일정자격을 갖춘 사람들은 집값의 30%로 내집을 장만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발표한 주택대출상품 자료에 따르면 주택대출금은 20년 이상의 장기대출로 금리는 고정된다.만기시 별도의 원금상환은 없고 매달 동일한 금액을 상환하는 조건이다. 정부는 주택대출상품에 대해 ‘장기ㆍ고정금리ㆍ원리금 균등분할상환대출’의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대출금리의 경우는 현재 은행권의 3년 만기 주택담보 대출금리(6% 내외)를 감안할 예정이다.(표참조) 여기에 1가구 1주택에 대한 소득공제(최대 600만원)를 적용해 일반 대출금리와 비슷하거나 소폭 낮은 수준에서 결정할 방침이다.예를 들어 월소득 250만원의 직장인이 1억5,000만원대 25평형 아파트(서울시 노원구나 동대문구 등지 소재)를 구입하면 본인이 초기에 집값 30%(5,000만원)를 부담하고 20년간 매달 76만원(대출금리 6.8%)씩 상환하면 내집장만을 할 수 있게 된다.연말에 최대 6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금리부담은 5.7%로 떨어져 월상환액은 68만원으로 감소한다(상환액은 월소득의 3분의 1 이하 수준에서 결정).또한 월 소득 300만원의 근로소득자가 초기 본인 부담금 7,000만원과 월 115만원을 상환하면(대출금리 6.8%ㆍ20년 만기ㆍ1억5,000만원 대출) 2억2,000만원 수준의 32평형 아파트(서울시 노원구나 동대문구 등지 소재)를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소득공제 혜택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5.7%로 떨어지고 월상환액은 105만원으로 줄어든다.투기억제 위해 벌칙금리 적용장기주택담보대출제도가 시행되면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금융권에서 집을 담보로 잡히고 돈을 빌린 다음 매월 상환하면 된다. 반면 금융권은 이 대출채권을 유동화회사(현행 한국주택저당채권유동화주식회사ㆍ내년부터는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매각한다.유동화회사는 대출채권을 기초로 주택저당채권(Mortgage)이나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하고, 이를 연기금과 보험회사 등의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여기서 금융권은 주택저당채권과 주택저당증권의 매각대금을 기초로 일반인들에게 새로운 주택대출상품을 내놓게 된다.금융권은 일정액의 주택대출자금을 한국주택금융공사로부터 지원받아 장기주택대출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장기주택담보대출은 일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도 이용할 수 있어 단기대출상품 이용자 역시 장기로 전환할 수 있다. 대출이자의 경우는 단기대출보다 높지만 대부분 고정금리로 운용되기 때문에 금리상승에 따른 위험부담은 최소화할 수 있다.한편 모기지론이 정착된 미국의 경우는 일반은행에서 주택구입자들에게 대출한 주택저당증권을 유동화회사인 패니매(Fannie Mae), 지니매(Ginnie Mae), 프레디맥(Freddie Mac)에서 사들인다.따라서 은행은 금리변동이나 대출부실에 대한 걱정 없이 얼마든지 장기대출이 가능하다. 유동화회사인 패니매, 지니매, 프레디맥 또한 주택저당증권을 연기금, 뮤추얼펀드, 보험회사 등에 매각한다. 주택저당증권은 집을 산 사람들이 부도를 내더라도 패니매, 지니매 등이 지급보증을 해준다.미국 또한 고정금리로 운용되지만 금리가 하락하면 다시 저금리로 대출받아 기존 대출금을 조기상환하면 되고 대출금리가 오르면 금리차익만큼 주택구입자에게 이익이 돌아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장기주택담보대출을 활성화하고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금을 조기 상환할 경우에는 벌칙금리(1~2%)를 적용할 예정이다.1가구 1주택자만 해당한국주택금융공사법을 추진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신제윤 과장은 “현재 추진 중인 법안은 서민들과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은 없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열심히 노력하면 내집 장만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주는 의미 있는 제도”라고 밝혔다.신과장은 “국회에서 통과되면 바로 시행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서민들의 주택구입을 위해 대출금의 저금리(고정금리)와 소득공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투기를 못하도록 1가구 1주택자만 해당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이 제도에 대한 각계의 여론은 매우 회의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최희갑 수석연구원은 “이 제도가 얼마나 활성화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최연구원은 “전세로 사는 사람들에게 장기대출을 해주면 내집마련은 가능하다. 그렇지만 대출받은 자금을 20~30년간 상환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든다”며 “서민들이 내집장만을 하기보다는 일정 소득을 갖춘 사람들만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그렇지만 옳은 정책인 만큼 여기에 덧붙여 부동산시장 전체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택매매, 보유현황 등을 공개하고 올바른 과세를 적용해 평생 집 한채 마련하려는 서민들의 소원을 풀어줬으면 한다”고 판단을 유보했다.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선임연구위원은 “서민들에게 전혀 도움이 안되는 제도”이라고 잘라 말했다.장연구위원은 “서민들 가운데 월 300만원을 버는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전문직 맞벌이 부부, 고소득 부부로 저축해 놓은 돈은 없지만 앞으로 소득이 보장되는 사람만 이용할 수 있는 제도이지 서민들의 내집마련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그는 또 “미국에서는 모기지론이 정착됐다고 하지만 이 제도는 중산층 양성을 위한 전략책으로 참전군인, 연금수혜자, 직업이 확실한 사람에게만 혜택이 돌아갔지 흑인, 히스패닉은 이용할 수 없었다. 국내에서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모르지만 이 제도로 임대수입을 얻는 사람들이 나타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서민 가계부담 경감대책 마련해야국토연구원 손경환 연구위원은 “서민들이 1억원 가운데 7,000만원을 빌리면 어떻게 상환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손연구위원은 “대출금리에 대출수수료 등이 포함되면 서민들의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좋은 제도인 만큼 정부는 서민들을 위한 소득공제를 대폭 확대, 저금리 등의 정책으로 가계부담을 경감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수요가 있을지 의문시된다”고 말했다.한편 금융전문가 K씨는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기보다 있는 자를 위한 제도”라고 말했다.‘서민들의 내집마련을 돕는다’는 좋은 취지로 시작된 정부의 장기주택담보대출제도가 내년 1월 서민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