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MA, 지난해 6420만가구 애완동물 키워… 10년 전보다 1000만가구 늘어

미국 가정에서 애완동물은 동물이 아니다. 가족이다. 집 앞뜰에서 뛰놀던 강아지가 주인 침대에 파고들어도 크게 화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고 나란히 누워 잠을 청한다. 키우는 고양이가 조금만 아파도 온 정성을 기울여 보살핀다.미국은 애완동물의 천국이다. 웬만한 가정은 애완동물을 한두 마리 키우고 있다. 미국 애완동물용품제조협회(APPMA)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애완동물을 기르고 있는 가구는 6,420만 가구이다. 전체 가구의 62%가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10년 전인 92년(5,400만)보다 약 1,000만 가구가 늘었다. 미국 가정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애완동물은 고양이. 숫자로 7,770만마리에 달한다. 개는 6,500만마리다. 이외에 햄스터처럼 덩치가 작은 애완동물은 1,680만마리, 새 1,730만마리, 파충류 880만마리가 가정에서 자라고 있다.지난 한 해 동안 미국인들이 애완동물을 위해 쓴 돈은 무려 300억달러(약 36조원). 인디애나폴리스에 있는 종합애완동물센터인 펫커넥션의 데이비드 브레튼 사장은 “지난해 매출이 140만달러로 매년 20% 가까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펫커넥션은 애완동물을 치료하고 보살피는 것은 물론 훈련까지 시킬 수 있는 시설이다. 브레튼 사장은 “애완동물 주인들은 아무리 불황이라도 자신의 애완동물을 위한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며 “미국에서 애완동물 비즈니스가 불황을 모르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은 애완동물에 대한 넘치는 사랑 덕분”이라고 덧붙였다.애완동물 용품 고급화, 다양화 추세애완동물용품은 점점 다양화, 고급화하는 추세다.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애완동물용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애완동물을 치장하는 액세서리, 침대와 의자는 물론 비타민도 선보였다.LA에 있는 피피앤드로미오(Fifi&Romeo)는 애완동물용 의자와 침대, 스웨터와 코트, 심지어 매니큐어까지 팔고 있다.여기서 판매하는 애완동물용품만 570가지다. 가격은 의자가 420달러, 침대는 350달러를 웃돈다. 애완견에 입히는 스웨터는 150달러에 달한다.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600달러짜리 목걸이도 있다. 명품 메이커들도 애완동물용품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구치, 버버리, 샤넬 등이 일부 부유층을 대상으로 애완동물용품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애완동물 비즈니스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애완동물사료도 고급화하고 있다. 애완동물용품체인인 펫츠초이스에서 일하는 웨슬리 헨젤만씨는 “예전에는 사람이 먹지 않는 부위로 사료를 만들었지만 이제 웬만한 음식 수준”이라고 말했다.일부 고급 애완동물사료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헨젤만씨는 “일반 사료는 한 포대에 7달러 정도이지만 고급사료는 35달러에 육박한다”며 “그렇지만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35달러짜리”라고 설명했다.고급 애완동물 용품시장의 성장은 베이비붐 세대의 영향이 크다. 애완동물은 베이비붐 세대에게 자식들이 떠난 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따라서 애완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다. 게다가 베이비붐 세대는 충분한 구매력을 갖고 있다. 혼자 사는 독신이 많아진 것도 고급 애완동물 용품시장에 한몫을 하고 있다.최근 미국 애완동물용품 비즈니스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체인화하고 있다. 주요 애완동물체인들이 소규모 경쟁업체의 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미국 애완동물체인의 선두업체는 펫츠마트(PETsMART), 펫코(Petco), 펫랜드(Petland) 등 세 곳이다.펫츠마트는 북미지역에 600개의 점포를 갖고 있다. 펫코는 620개, 펫랜드는 155개를 운영하고 있다. 펫코는 향후 연간 60개 상점을 추가로 열어 최종적으로 1,250개를 세우는 것이 목표다.병원·보험 등 독특한 서비스 속속 선봬기발한 애완동물서비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애완동물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고, 암을 치료하는 동물병원이 문을 열었다. 맞벌이 부부가 낮에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것처럼 애완동물을 돌봐주는 데이케어센터(Day Care Center)도 등장했다.미국 보험정보협회에 따르면 애완동물 주인들이 연간 동물병원에서 쓰는 비용은 60억달러. 개와 고양이를 합해 한 마리에 173달러를 쓴 것이다. 애완동물이 중병에 걸리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최악의 경우 애완동물 치료에 수천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애완동물보험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PPMA에 따르면 애완동물보험에 가입한 개와 고양이는 전체의 1% 수준으로 각각 6만8,000마리와 7만3,000마리다.애완동물보험의 선두주자는 VPI. 암을 포함해 6,400가지 이상의 질병과 사고를 대상으로 하는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연 평균 보험료는 개가 255달러, 고양이는 200달러 정도이다. VPI는 지난 80년 잭 스태판 박사가 설립한 애완동물 전문보험회사.캘리포니아에 본사가 있다. 지난해 신규 보험가입이 12만5,800건으로 전년(8만8,100건)과 비교해 42.8% 늘었다. 캐나다에서 설립된 펫케어는 개와 고양이를 위한 5가지 보험상품을 마련해 놓고 있다.연 평균 보험료는 102달러 정도. 애완동물이 사고를 당해 수술이 필요하면 치료비로 2,000달러를 지원한다. 상처를 입은 경우는 500달러를 지급한다.일부에서는 애완동물보험에 대한 회의론을 제기하고 있다.<컨슈머리포트 designtimesp=24114>의 킴 클레만씨는 “애완동물보험료가 너무 높다”고 지적한다. 개 한 마리가 11년 동안 9가지 병에 걸렸다고 가정했을 때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비용은 3,300달러. 반면 애완동물보험은 6,000달러를 내야 한다.클레만씨는 “차라리 애완동물이 병에 걸렸을 때에 대비해 은행에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예금하는 편이 낫다”고 충고한다. 보험금은 애완동물이 병에 걸리지 않아도 보험회사가 차지하지만 예금을 찾아쓸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중병이 걸렸을 때는 역시 애완동물보험이 유리하다.개와 고양이를 보살펴주는 데이케어센터도 주목받고 있다. 주인이 출근했을 때 애완동물을 대신 보살펴주는 센터이다. 회사에 출근할 때 맡기고 퇴근 후 찾아가는 방식이다. 휴가를 갈 때 장기간 맡길 수도 있다. 웹캠이 설치돼 있어 주인이 인터넷으로 애완동물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일리노이에 있는 팸퍼드펫센터(Pampered Pet Center)는 200시간 패키지를 기준으로 시간당 2.5달러를 낸다. 일시적으로 맡길 경우 시간당 5달러다. 미주리주에 있는 펫시터(Pet-Sitter)는 개와 고양이로 나눠 개는 하루 22달러, 고양이는 14달러를 지불한다.지난 3월 뉴욕주 롱아일랜드에서 특이한 동물병원이 문을 열었다. 애완동물의 개별입원실을 마련해 보호자가 함께 지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곳은 또 암치료에 필요한 최첨단장비인 선형가속기를 갖추고 있다.애완동물의 치아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전문수의사도 두고 있다. 사고를 당한 애완동물의 재활을 위한 수영장도 있다. 애완동물의 질병에 따라 심장병, 피부병, 눈병으로 나눠 최첨단장비로 치료한다. 대체의학인 한의학의 침까지 서비스하고 있다. 24시간 응급실도 운영하고 있다.주인이 갑작스럽게 사망했을 때에 대비해 애완동물을 평생 돌봐주는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퍼듀대와 텍사스A&M대를 비롯한 몇몇 수의대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일정액을 받고 주인이 사망한 후 애완동물을 보살펴줄 사람을 찾아 평생 동안 돌봐주는 것이다.다만 비용이 비싼 것이 흠. 퍼듀대가 제공하는 마음의 평화(Peace of Mind) 프로그램은 애완동물 한 마리에 2만5,000달러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