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전통예술에 투자해야 합니다.”영화와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잘 알려진 원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과 교수(36)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그는 관객이 몰리는 분야에만 문화 투자를 펼치는 기업들의 장기적 안목 결여를 비판했다.“전통에 스며 있는 소재를 지니고 세계로 뻗어나가야 합니다. 해외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문화시스템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죠. 가장 한국적인 예술에 투자한 기업은 대외 이미지를 차별화해 국제경쟁력을 지닐 수 있습니다. 길게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원교수가 ‘국악의 현대화’를 이끌어오며 아쉬웠던 부분이다.7월 개봉한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 designtimesp=24093>와 8월부터 공연될 가무악 <청산별곡Ⅱ designtimesp=24094>의 음악감독을 맡은 그는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의 접목을 추구해왔다.국립국악고와 추계예술대에서 국악을, 중앙대 대학원에서 작곡을 전공한 그는 ‘386예술인’이다. 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내며 원교수는 국악과 동시대 사람이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해왔다.“국악분야는 보수적 성향이 강해 사회와 쉽게 섞이지 않았죠. 그러나 저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음악을 지향했습니다. 당시대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전통음악에 담고 싶었습니다.”대학졸업 후 그는 연극과 무용 현장에 참여했다. 지난 93년에는 창작타악그룹 ‘푸리’를 창단했다. 사물놀이와 제3세계의 음악을 조화시켜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했다.현시대와의 소통수단으로 눈여겨온 영화에 몸담기 시작한 그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96년 영화 <꽃잎 designtimesp=24103>으로 대종상 음악상을 수상한 후 영화 <강원도의 힘 designtimesp=24104> <아름다운 시절 designtimesp=24105>의 영화음악을 작곡했다.99년에는 <이재수의 난 designtimesp=24108>으로 대종상 음악상을 또 한 번 받았다. <잊혀진 자장가 바리 designtimesp=24109>부터 <청산별곡Ⅱ designtimesp=24110>에 이르기까지 전통 속 팬터지를 다룬 뮤지컬과 가무악의 음악도 담당해 오며 그의 음악을 대중에게 알렸다.그는 영화와 뮤지컬, 연극 음악의 작곡가이며 후학을 양성하는 교수이지만 그 이전에 폭발적 에너지를 지닌 연주가이기도 하다. 사물놀이를 만든 전설적 상쇠 김용배씨로부터 꽹과리, 사물놀이를 배웠고 인간문화재 정재국씨로부터 피리와 태평소를 전수받았다.재즈연주가 김대환씨와 색소폰 연주자 강태환씨도 원교수의 음악세계에 영향을 끼쳤다. 오는 10월 <푸리 designtimesp=24115>의 10주년 기념공연을 치른 후 요청이 쇄도한 해외공연을 소화해낼 계획이다. 97년 음반 <아수라 designtimesp=24116>의 출반 이후 쉬었던 앨범활동도 재개할 예정이다.“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의 새로운 조화를 한차원 높여 선보이겠습니다. 앞으로도 전통과 현대의 ‘커뮤니케이션’에 역량을 집중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