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세 은퇴 후 화가가 된 파리의 우체부 그림 에세이

[서평]
‘행복한 화가’ 루이 비뱅의 그림을 책으로 만나는 시간
루이 비뱅, 화가가 된 파리의 우체부
박혜성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만4500원

파리 시민들이 ‘행복한 화가’라고 부르며 사후 70여 년이 지나도록 기억하는 화가가 있다. 그는 정규 미술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좋은 물감이나 캔버스를 살 형편이 되지 않아 늘 엽서 만한 작은 크기의 종이에 무채색이 대부분인 그림을 그렸다. 소박하지만 따뜻하고 서투르지만 인생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한 그의 그림들은 위안이 필요했던 시기 파리 시민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 그의 이름은 ‘루이 비뱅’이다.

이 책은 어린 시절 화가의 꿈을 꾸었던 루이 비뱅이 현실적인 여건으로 인해 파리의 우체부로 살아가다가 마침내 그 꿈을 이뤄 내는 이야기를 담았다. 61세 은퇴 전까지 그는 파리에서 직업인으로서, 가장으로서 성실한 삶을 살았고 남는 시간에는 우체부로 파리를 누비며 눈에 새겨 뒀던 풍경들을 그림으로 기록했다. 그 자체가 작품이자 일상의 기록이었던 셈이다. 버릴 쓰레기가 없을 정도로 가난했지만 은퇴한 뒤 62세부터 그토록 하고 싶었던 그림 그리기에 전념한 루이 비뱅. 그의 그림은 우연히 근처를 방문한 유명한 화상 빌헬름 우데를 만나 전시할 기회를 얻게 된다.

독학으로 그림 배운 ‘소박파’ 대가

파리 외곽의 정겨운 전원 풍경, 결혼식을 축하하는 하객들, 눈 오는 날 동심으로 돌아간 파리의 모습 등 파리 시민들은 자신의 일상이 주인공이 된 루이 비뱅의 그림을 보며 행복에 젖었다. 그리고 사후 2년 뒤 모든 화가들의 꿈인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소박파(Naive Art)’ 화가 중 한 사람으로 자신의 이름을 올리기까지, 이 책은 루이 비뱅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일상 속 평범하지만 소중한 순간들에 대해 되새겨 보게 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루이 비뱅이 속한 ‘소박파’는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어떤 유파나 화파로부터 독립해 개인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자생적으로 획득된’이라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와 연관돼 있다. 세련된 기교나 명료한 이론 없이 순수하게 묘사를 즐기며 그림을 충동적·본능적으로 그려 소박하지만 특별한 시점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들을 가리켜 일요 화가, 아웃사이더 화가라고 부르기도 했다.

아트 스토리텔러로 그동안 대중들에게 어려운 미술 이야기를 쉽게 알려주는 역할을 해 온 박혜성 저자는 우체부 시절 오고가던 파리 곳곳의 건물들과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을 그림의 소재로 삼았던 루이 비뱅의 여러 작품들 중 대표작으로 ‘사크레쾨르 대성당’을 꼽는다. 건물 외벽을 일일이 선으로 그어 채우는 세밀함과 정면과 측면을 동시에 그리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회화에서는 볼 수 없는 다시점과 입체주의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피카소마저 놀랐다는 일화를 전한다.

사실 루이 비뱅은 피카소처럼 위대한 화가도, 반 고흐처럼 전설의 화가도 아니다. 성실히 생업에 종사한 후 60대에 독학으로 그림을 그렸던 비주류 화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그림에서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발견하고 희망을 얻는 것은 그가 인생에 걸쳐 놓치지 않은 여정과 꿈과 삶에 관한 메시지가 ‘인생은 목표나 결과가 아니라 동기이자 과정’이라는 것을 일깨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당장 여건이 안 되거나 부족하다고 해서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꿈을 꾸는 것 자체가 행복한 삶이고 꾸준함은 어떤 재능보다 강력할 수 있다는 말을 루이 비뱅이 들려주는 것 같다며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한다. “루이 비뱅의 이야기가 가슴 한편 꿈을 품고 살아가는 분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혜경 한경BP 출판편집자

이 주의 책|
‘행복한 화가’ 루이 비뱅의 그림을 책으로 만나는 시간
자본주의 대전환
리베카 헨더슨 지음 | 임상훈 역 | 어크로스 | 1만8000원

하버드대의 석학 리베카 헨더슨의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강의 ‘자본주의 다시 상상하기(Reimagining Capitalism)’를 토대로 쓴 책이다. 극심한 불평등과 생태적 과부하를 낳은 자본주의를 지속 가능한 형태로 전환하는 길을 제시한다. 경제 전문지 ‘포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 책에 담긴 논의의 시급성을 일깨워 줬다고 평가했다. 저자가 강조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ESG 경영’ 등은 이제 당장의 경제·환경·사회 위기를 타개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키워드가 됐다. 개설 당시 수강생이 28명에 불과했던 강의가 이제는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학생 2명 중 1명이 듣는 필수 강의로 자리매김했다. 경제학·심리학·조직행동학을 아우르는 엄밀한 연구와 함께 그 자신이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고 참여해 온 최전선에서의 경험이 풍부하게 담겼고 기업·투자자·정부 등 전방위적 차원에서 도입할 수 있고 시민이 요구할 수 있는 실질적 혁신 전략들을 전한다.
‘행복한 화가’ 루이 비뱅의 그림을 책으로 만나는 시간
최고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클라이드 페슬러 지음 | 박재항 역 | 한국CEO연구소 | 1만5000원

할리데이비슨은 미국의 대표적인 모터사이클 제조 기업으로, 고급 모터사이클의 대명사로 불린다. 1903년 설립됐고 100년 기업을 넘어섰다. 창업자 윌리엄 할리와 아서 데이비슨의 성을 합쳐 할리데이비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1986년부터 2006년까지 21년 연속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고 2000년에는 세계 모터사이클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할리데이비슨은 재구매율이 95%에 달할 정도로 고객 충성도가 높다. 이 책은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할리데이비슨 경영서로, 25년간 할리데이비슨에 근무하면서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성장시킨 저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모두 담았다. 브랜드 체험, 브랜드 확장, 브랜드 연상 등 6가지 할리데이비슨의 브랜드 전략을 상세히 소개한다.
‘행복한 화가’ 루이 비뱅의 그림을 책으로 만나는 시간
승리, 패배, 그리고 교훈
루 홀츠 지음 | 이종민 역 | 포레스트북스 | 1만7000원

아홉 살짜리 신문 배달 소년이 미식 축구의 전설이 되기까지 뜨거운 인생 스토리를 담았다. 미국 대학스포츠협회(NCAA)의 전설적 코치인 저자는 수많은 독보적 기록을 갖고 있지만 시작은 미미했다. 방 하나짜리 지하 셋방에서 태어나 온 가족이 생계를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는 시절을 살았고 멜빵바지와 단벌 셔츠 하나로 학교에 다녀야 했다. 하지만 그는 서로 기댈 수 있는 가족과 앞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어 준 코치들, 평생을 함께한 절친들이 있었다. 어떤 팀에 속하든 가장 체구가 작고 말까지 더듬는 선수였던 그가, 대학 미식축구 선수로 뛴 경력이라고는 1년밖에 되지 않는 그가 무려 44년 동안이나 코치로 일하면서 많은 팀을 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들의 사랑이었다.
‘행복한 화가’ 루이 비뱅의 그림을 책으로 만나는 시간
슬로비스의 모자
로타르 자이베르트 지음 | 나종석 외 역 | 북캠퍼스 | 1만5000원

속도를 성취의 유일한 기준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느림에서 생산적·창조적 성과를 얻어 내려는 ‘슬로비스’는 사실 새로운 유형의 인간이 아니다. 우리는 꼼꼼함과 인내를 요구하는 곳에서 줄곧 슬로비스들을 만나 왔다. 이들의 원칙은 단순하다.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다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 이 원칙의 핵심은 시간의 주도권을 찾는 것이다. 이 책은 시간의 주도권을 찾기 위해 자신의 여력을 의미 있게 다룰 것을 제안한다. 좀 느려지자는 것이다. 물론 이 ‘느림’을 게으름이나 의욕 부진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느린 속도가 반드시 나쁜 실적을 낳는 것은 아니고 일을 많이 하는 것이 무조건 큰 성과를 약속하지는 않는다. 참을성 있고 여유 있는 사람들이 좀 더 창조적이며 일에서 보다 많은 즐거움을 얻는다.
‘행복한 화가’ 루이 비뱅의 그림을 책으로 만나는 시간
인공지능, 법에게 미래를 묻다
정상조 지음 | 사회평론 | 1만2000원

얼마 전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데이터 수집부터 대사 표현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윤리적·법적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알게 됐다. 그런데 유달리 이루다만 크게 주목 받았을 뿐 사실 그 문제가 모든 AI에 나타나고 있고 나타날 수 있는 문제라는 데까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은 알파고부터 크롤러, AI 스피커, 이루다에 이르기까지 이미 활동하는 흥미로운 AI 로봇들을 소개하고 그로 인해 새롭게 부상한 이슈를 하나하나 짚어 나간다. 보통 사람들은 AI라고 하면 첨단 기술의 영역이라고 여기며 단순한 소비자에 머무르거나 미래 AI로 인해 찾아올 일자리 상실 등을 막연히 두려워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