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노인국가다.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말을 기준으로 20%에 육박한다. 고령 인구가 많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어린이가 적다는 것을 뜻한다.새로 태어나는 새싹들이 많지 않으니 고령자들의 비중이 저절로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일본의 15세 이하 어린이 숫자는 지난 4월말 현재 1,817만명으로 추계됐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 3%로 G8 국가중 이탈리아(14.4%)에 이어 최하위다. 무디스에 의해 지난 4월 G8 국가중 최하위로 전락한 국가신용등급과 똑같은 처지다.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지난 4월부터 시작한 한가지 조치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에 하나의 비지니스 기회를 던졌다. 어린이들에게 요리를 가르치는 실기 교육이다.일본 정부는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지난 4월부터 주 5일제 수업을 전면실시하기 시작했다. 격주제로 토요일에 국,공립 초등학교와 중학교 문을 열었던 종전과 달리 이번 신학기부터는 학교 문을 완전히 닫고 어린이들을 풀어놓아 준 것이다.실생활에 필요한 도구 다루는 법도 익혀어린이들의 여가 시간을 크게 늘려준 주 5일제 수업은 학교와 학부모들에게 고민을 하나 더 안겨준 셈이 됐다. 어떻게 하면 늘어난 자유시간을 보람있게 쓸 수 있도록 가르치냐는 것이다.여기에 맞춰 등장한 어린이 요리 교실은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동시에 실생활에 필요한 도구 다루는 법을 통해 자립심을 키워 준다는 측면에서 학부모들로부터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무엇이든 만들어 보고 싶어하고, 도구를 다뤄 보고 싶어하는 연령대의 초등학생들로부터도 대환영을 받고 있음은 물론이다.어린이용 요리책 ‘혼자하는 쿠킹’을 펴낸 사카모토 히로코씨가 작년 말부터 운영중인 고베의 어린이 요리 교실은 몰려드는 지원자들로 언제나 만원이다. 이 교실에서는 식칼 다루는 법, 조리 기구 사용하는 법 등을 간단한 음식 만들기와 함께 가르친다.“식칼을 사용할 때는 왼손은 고양이가 악수하듯이 쥐도록 하세요” “ 가스 불을 켤 때는 근처에 냅킨, 키친타월 등 불이 잘 붙는 종이가 있는지 조심하세요”요리도 요리지만 주방에서의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한 요령 습득에도 이 교실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어린이 요리 교실은 주말마다 열리며 월 1회, 3개월 단위의 회원제로 실시되고 있다. 참가 대상은 2세부터 초등학생까지이며 회원이 아니더라도 1회 코스로 참가할 수 있다.어린이 수강생들로 붐비는 곳은 사카모토씨의 요리 교실만이 아니다. 오사카시의 한 사설단체가 운영하는 ‘키즈 플라자 오사카’에서도 어린이 요리 교실은 인기 만점의 강좌다. 매주 토, 일요일과 기타 공휴일마다 열리는 워크 숍에서는 어묵, 두부 등 몇가지 가공식품을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어 특히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한편 요리를 만드는 교실 외에 조리 기구의 안전한 사용법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강좌도 등장, 어린이와 학부모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오사카가스는 조리 과정을 통해 가스기구의 올바른 사용법을 배우는 어린이 주방장클럽을 오사카 일대의 11개소에서 개설, 순회 강좌를 열고 있다. 월 1회씩 3개월 단위로 종료하게 돼 있어 연간 4차례 수강생을 모집하지만 매번 추첨으로 수강생을 가려야 할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