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 2030 직장인 500명 설문…절반 이상이 지난해 주식 입문, 투자금 500만원 미만 47%
[스페셜 리포트] 수익률은 10~30%, 보유 종목은 3개, 반도체와 전기전자, 바이오주에 분산 투자한 ‘우량주 존버형’.한경비즈니스가 2030 주식 투자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주식 거래 계좌 수가 4000만 개에 육박하는 ‘주식의 시대’, 2030 투자자는 주식 시장의 새로운 주연으로 떠올랐다.
높아지는 부동산의 벽 대신 주식 상승장에 올라탄 이들은 10% 이상의 고수익을 내고 있었고 ‘종잣돈 마련’과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을 시작했다. 한경비즈니스가 2030 직장인의 주식 투자 성적표를 들여다봤다. 2030세대의 32.8%는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지 6개월도 안 된 ‘주린이’었다. 6개월~1년 미만이라고 응답한 이들이 24.2%에 달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동학 개미 운동’이 시작된 지난해 3월 이후 주식 시장에 뛰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주식 초보자인 만큼 투자금도 적었다. 응답자의 47%가 500만원 미만을 투자했다. 가장 많은 응답자가 100만~500만원 미만(28.6%)을 투자하고 있다고 답했고 다음으로 100만원 미만(18.4%), 500만~1000만원 미만(16.4%) 순으로 나타났다.
투자금은 적어도, 수익률은 높았다. 응답자의 73.6%가 현재 주식 투자로 수익을 얻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의 누적 수익률은 ‘10~30% 미만’이 41%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10% 미만(37.5%), 30~60% 미만(11.7%) 순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금융 자산으로 10% 이상 수익을 올리면 고수익으로 분류된다.
주식으로 수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 중에서도 누적 손실률이 10% 미만이라는 응답자가 58.3%로 과반을 차지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종목 수는 ‘3개(17.8%)’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5개(16%)를 보유한 응답자가 2위를 차지했다. 주식 종목을 10개 이상 보유한 응답자 역시 15.4%로 3위였다. 한 종목만 보유하고 있는 응답자는 8.4%로, 대부분이 분산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해외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응답자는 44.2%로, 해외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응답자가 55.8%로 더 많았다. 응답자들은 해외 주식의 장점으로 ‘유명한 기업이 많다(48.2%)’,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47.6%)’, ‘국내 주식보다 수익률이 높다(42%)’를 꼽았다. 그렇다면 이들이 주식 투자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2030 주식 투자자는 현재의 삶과 노후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재테크에 뛰어든 이유를 묻자 61%가 ‘종잣돈 마련(61%)’이라고 답했다. 인생에 크고 작은 투자와 지출을 위한 실탄 마련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안정된 노후를 위해 ‘노후 자산 축적(45.8%)’용으로 투자한다는 답변은 2위에 올랐다. 3위는 ‘비상금 마련(38.4%)’이었다. 밀레니얼 세대의 투자금이 적은 만큼 주택 마련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는 32%에 불과했다. 결혼 자금 마련이 16.4%로 낮은 것 또한 특징이었다.
2030 투자자들의 대세 종목은 ‘반도체주(57%)’였다. 다음으로 전기전자·가전(56.0%), 제약·바이오(49.2%), 자동차(41.6%), 인터넷·소프트웨어(38.4%) 순으로 나타났다. 증시의 대세주가 2030 투자자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었다.
주린이들이 대부분인 만큼 종목 보유 기간 역시 짧았다. 응답자의 51.2%가 종목을 보유한 평균 기간이 1~6개월 미만이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6개월 이상~1년 미만(22.6%), 1개월 미만(13.4%) 순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이 증시의 상승 곡선이 가파르지 않을 때 올라탄 것으로 보인다.
주식 투자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거의 없었다. 응답자들의 기대 수익률을 묻자 53.2%가 ‘10% 이상~30% 미만’을 목표로 잡고 있었다. 다음으로 30% 이상~50% 미만(18.0%), 10% 미만(13.6%) 순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가 재테크를 통한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은행 예적금 금리가 낮아서(77.4%)’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제로 금리 시대가 도래하자 자금이 주식 시장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월급이 적어서(37.2%)’가 2위, ‘언론과 미디어를 보고 관심이 생겨서(31.6%)’가 3위에 올랐다.
지난해 직장인들의 평균 임금 상승률은 1.1%. 2030대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으면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사기까지 15년이 걸린다(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 월급만으로는 미래가 불투명해진 2030세대가 투자에 발을 들인 이유다.
투자의 시대가 도래하자 언론은 물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주식 투자를 다루며 투자 정보가 많아진 것도 한몫했다. ‘상승하는 증시에 올라타기 위해(29.6)’라는 답변은 4위를 차지했다.
주식 투자를 하는 2030 직장인들의 51.8%는 하루 평균 30분~2시간 미만을 주식 투자를 위해 쏟고 있었다. 차트를 확인하고 주식 정보를 얻거나 공부하는 시간을 포함한 수치다. 30분 미만을 투자한다는 응답자가 35.2%로 2위를 차지했고 하루에 5시간 이상 주식 투자에 할애하는 응답자는 1.8%에 불과했다. 2030 투자자가 주식 정보를 얻는 경로는 단연 ‘유튜브(27.2%)’가 1위였다. ‘언론 기사(22%)’, ‘지인과 가족(20%)’이 그 뒤를 이었다. 대부분의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고 투자 전문가들의 자문 역시 유튜브를 통해 구할 수 있는 만큼 유튜브가 주식 정보를 얻는 창구가 되고 있었다.
가장 신뢰하는 정보 소스는 언론 기사, 금융사(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 창구 직원 등), 유튜브 순이었다.
이들이 주식 투자에 대해 가장 알고 싶어하는 정보는 ‘향후 주식 시장 전망(41.2%)’이었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최근 증시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주식이 언제 오르고 언제 내릴지 궁금해하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2위와 3위는 ‘내가 투자한 종목에 대한 정보(27.2%)’, ‘경제와 시장에 대한 기본 원리(19.2%)’ 순으로 나타났다.
2030 투자자가 전망하는 한국 주식 시장은 어떨까. ‘동학 개미 운동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나’는 물음에 61.6%가 ‘그렇다’고 답했고 그중 15.6%는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2030 투자자들은 개인의 매수 행렬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며 증시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한국 증시에 대한 전망 역시 55.4%가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잠깐 올랐다 몇 년 후 하락할 것’이라고 답변한 응답자는 28.2%였다.
증시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만큼 향후 투자 계획 역시 ‘추가 매수’에 집중돼 있었다.
향후 투자 계획을 묻는 질문에서 가장 많은 응답자가 ‘기존 종목 추가 매수(38.8%)’라고 응답했고 37.4%가 ‘새로운 종목을 추가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보유 주식 매도 후 새로운 종목 매수’는 32%였고 특히 30대 응답률이 높았다.
2030 직장인들의 투자 유형은 우량주를 사고 장기 투자하며 배당금을 받는 ‘우량주 존버형’이 43.6%로 가장 많았다. 특히 여성 응답자의 51.2%가 우량주 존버형을 선택해 남성들보다 안정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안정 투자형(매달 적립식으로 투자한다)’이 21.8%, ‘전략 투자형(고수익·고위험 종목과 중수익·저위험 종목에 고루 분산 투자한다)’이 16.2%로 뒤를 이었다.
단기 투자를 목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종목에 투자하는 ‘단타 중독형’은 8.2%, 많이 오른 종목을 추격 매수하는 ‘적극 투자형’은 8.0%였다. 상장하는 신규주를 공략하는 ‘공모주 따상형(1.2%)’ 역시 응답 비율이 10% 미만으로, 고위험·고수익을 노리는 응답자보다 안정적인 투자를 추구하는 응답자의 비율이 훨씬 높았다.
한국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 차트를 확인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030 투자자들은 차분했다. 하루 평균 증권 거래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는 빈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0% 정도가 하루에 2~4번 접속한다고 답했다. 5번 이상~9번 접속하는 응답자는 20.4%, 하루에 1번만 접속하는 투자자들도 19.4%에 달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주식밖에 없다는 의견에는 60% 정도가 동의했고 그중 14.8%는 매우 동의한다는 의견을 표출했다. 집값이 급상승하며 부동산 시장의 계층 사다리가 무너지자 주식 시장에 2030세대가 몰리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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