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챗봇·AI 스피커로 세탁기 등 제어…사용 데이터 축적, 소비자 패턴 최적화 ‘탄력’
[비즈니스 포커스] 카카오톡 챗봇이나 카카오 미니 스피커, 카카오홈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을 작동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3월 4일 스마트 홈 사업 강화를 위한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력에 따라 삼성전자의 주요 스마트 가전제품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인공지능(AI) 플랫폼 ‘카카오 아이(i)’와 연동된다.한국을 대표하는 두 정보기술(IT) 기업이 스마트 홈 분야에서 손을 맞잡아 주목된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가전제품 소비자에게 한층 편리한 스마트 홈 경험을 제공하게 됐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의 AI 기술 집약체이자 플랫폼인 카카오 아이를 더 다양한 일상 속 공간과 디바이스를 통해 확산하게 됐다.
삼성전자의 가전와 카카오의 AI가 만나다
삼성전자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간의 제휴는 더 정확히는 삼성전자의 가전과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AI 기술이 만난 프로젝트다. 2019년 12월 공식 출범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사내 독립 기업(CIC)으로 조직 개편됐던 AI 랩(Lab)이 분사한 회사다. 일상에 AI를 더해 더 편리한 일과 삶을 만드는 비전을 갖고 있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스마트 홈 구축을 위해 그동안 다양한 합종연횡을 진행해 왔다.
포스코·현대건설·삼성물산·호반건설 등 건설사들과 주로 협업하면서 스마트 홈 사업 강화 전략을 펴 온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이번에 삼성전자와 계약하면서 가전 기기에 카카오 홈을 연동하게 됐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앞서 약 20개의 카카오홈 기기 연동과 4곳의 아파트 연동을 추진한 바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이번 협력을 주도한 조직은 카카오홈 플랫폼 서비스팀이다. 카카오홈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개발한 스마트 홈 플랫폼이다. AI 스피커인 ‘헤이카카오’를 통해 음성 명령으로 가전제품을 작동하거나 센서의 정보를 조회하고 여러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제어할 수 있게 한다.
카카오홈은 크케 아파트 제어와 기기 제어를 통해 플랫폼을 구축해 왔다. 이번 삼성전자와의 협업은 특히 일상 속에서 매일 사용하는 가전제품을 카카오홈·헤이카카오와 연계해 좀 더 편리한 스마트 홈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의미가 있다. 스마트 홈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다양한 기기·센서와의 연결이 필수적이다. 특히 가전제품은 일상생활에서 거의 매일 사용되는 필수 기기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데이터가 모이고 AI 기능이 더욱 진화하면서 다시 사용자 경험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
안병래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플랫폼서비스팀 카카오홈 프로덕트 매니저는 “카카오홈은 사용자들이 다양한 기기를 원하는 방식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스마트 홈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고 함께 더 나은 스마트 홈을 구축할 수 있는 다양한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아이디어를 나누는 소통 창구가 열려 있었고 사용자들이 좀 더 편하게 IoT 기기를 제어하게 하자는 공통의 고민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비스포크 영역을 확대하며 소비자 취향 저격에 나서고 있다. 비스포크 홈은 주방에서 거실·침실·세탁실 등에 이르기까지 집 안 전체를 다양한 제품과 디자인으로 통일감과 개성 있는 공간으로 구현하는 게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분야별 전문 업체들과 오픈 협업 시스템인 ‘팀 비스포크’를 구축하고 비스포크 생태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는 삼성 가전제품을 카카오 AI 스피커와 연동된 카카오홈을 통해 음성으로 제어하는 서비스를 시행한다. 삼성전자로선 음성 인식이 가능한 AI 스피커 기능을 통해 가전을 제어하게 된다면 한층 편리한 스마트 홈을 구축하는 셈이다.
그 과정을 통해 연동된 가전제품은 총 4종으로 세탁기·건조기·공기청정기·로봇청소기다. 사용자들은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스마트싱스(SmartThings) 앱에 등록한 후 ‘카카오홈’ 앱의 ‘설정’→‘확장 서비스 관리’에서 ‘스마트싱스’를 연결하면 된다. 스마트 홈 플랫홈 ‘카카오홈’ 앱과 ‘헤이카카오’ 앱, 스마트 스피커 ‘카카오미니’와 ‘미니헥사’, 스마트 디바이스 ‘미니링크’는 물론 카카오홈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삼성전자 가전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안 매니저는 “스마트 스피커를 쓸 수 있는 환경에서는 편하게 음성으로 기기를 제어할 수 있고 스피커를 쓸 수 없는 환경에서는 앱이나 카카오톡 챗봇으로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소비자 사용 패턴의 최적화 기능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좀 더 편리하게 가전을 사용할 순 없을까?”
양 사는 사용자가 좀 더 편리하게 가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관건은 소비자 사용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각각 가전과 AI에 강한 삼성전자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서로 다른 강점을 발휘했다. 이때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전문성은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기능으로 구현하는 데 있다.
사용자들은 AI 스피커에 음성 명령을 내릴 때 정형화된 패턴으로만 발화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헤이카카오 세탁기 돌려줘” 외에도 “세탁기 돌려줘”, “세탁 시작해줘”, “세탁해줘” 등 다양한 명령을 내린다. 더 간단하게는 “세탁기”와 같이 기기의 이름만 말할 수도 있다. 이때 사용자의 의도가 세탁기 작동인지, 종료인지, 일시 정지인지 혹은 상태 체크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카카오홈 관계자들은 간단한 문장부터 복잡한 문장까지 다양한 발화에 대해 대응하는 AI 학습을 진행해 왔다.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말을 하더라도 기기 제어가 가능하도록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 가정에서는 같은 가전제품을 두 개 이상씩 보유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이에 대비해 ‘모두’를 포함해 발화하면 안방과 작은 방의 공기청정기를 한꺼번에 동작시키는 기능도 추가했다. 혹은 개별 기기에 이름을 붙여 하나만 동작시키기도 한다. 또한 ‘스타트’와 같은 간단한 영어 단어, 한국어 사투리에 대해서도 말뭉치를 만들어 학습을 진행했다. 이와 같이 다양한 발화 패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음성 발화 명령에 대한 학습을 진행해 온 점이 카카오홈의 AI 기술이다. 스마트 홈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작동할 수 있을 때 편의성도 올라간다. 바쁜 직장인들은 한 번에 많은 양의 빨래를 몰아서 하거나 두 번씩 건조하기도 한다. 만약 세탁기나 건조기를 돌려 놓고 외출할 때 카카오홈 앱에 접속하거나 카카오톡 챗봇을 통해 건조 기능을 실행시킬 수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방식’의 문제에 집중했다. 사용자들은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르다. 하나의 방법, 하나의 기능만으로는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 이와 같은 판단에 따라 음성과 텍스트 명령, 앱 접속 등의 경로를 통해 적절한 시점에 원하는 방법으로 작동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카카오홈에 등록된 기기들을 자동화 모드로 구성할 수 있게 했다. 올해 1월 ‘헤이카카오’에는 ‘내 소식’ 기능을 추가했다. 사용자가 스피커에 말을 걸지 않아도 전달해야 할 중요한 정보가 있으면 스피커가 먼저 깨어나 정보를 읽어 주는 기능이다. 삼성전자 가전 연동에서도 이 기능을 추가했다. 세탁물의 종료를 알려주고 공기청정기의 필터 수명을 미리 예고하는 식의 알람이 가능하다. 명령을 수행하는 수동적인 관점에서 능동적으로 정보를 알려주는 IoT 가전으로 기능하게 됐다. 또한 일정 예약, 스케줄러 기능도 가능하다.
최근 다양한 곳에서 스마트 홈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카카오톡이라는 전 국민이 사용하는 플랫폼 위에서 카카오홈 챗봇이 펼쳐지기 때문에 가장 높은 이용자 접점과 가장 낮은 진입 장벽을 가진 점이 경쟁력”이라며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방법으로 제어할 수 있는 게 당연해 보이지만 중요한 혁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스 인터뷰 - 안병래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홈 프로덕트 매니저
“단순 제어 넘어 ‘셀프 컨트롤링 홈’으로 진화할 것” - 스마트 홈에 왜 인공지능(AI)이 필요하나.
“사용자의 음성, 챗봇을 통한 기기 제어 명령의 의도를 이해하고 기기를 동작시키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헤이카카오, 건조기 AI 맞춤 코스로 돌려줘’를 이해하고 특정 코스로 건조기를 동작시킬 수 있다. 또한 사용자가 보유한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통해 수집되는 다양한 정보와 날씨, 미세먼지 등의 정보를 조합해 사용자에게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거나 제안하기 위해서다. 실내 공기 질이 나쁜데 실외 공기가 좋으면 자동으로 환기해 주거나 환기하라고 안내하기도 한다.”
- 가전 기기들이 카카오홈에 연동되면 사용자 경험은 어떻게 달라지나.
“가전 기기들이 카카오홈에 연동되면 음성·챗봇·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기기를 제어하고 상태를 조회하고 알림을 받을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가전을 제어할 수 있다.”
- 카카오는 ‘집’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나.
“사람들의 일상의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카카오홈으로 사람들의 일상이 더 똑똑하고 편리하게 됐으면 좋겠다.”
- 주로 건설사와 가전 회사와의 협력에 집중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카카오홈은 사용자들이 다양한 기기를 원하는 방식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스마트 홈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함께 더 나은 스마트 홈을 구축할 수 있는 다양한 파트너들에게 열려 있고 계속 협력하고 있다.”
-이번 협업에서 가장 중점을 뒀던 목표는 무엇인가.
“사용자가 좀 더 편리하게 가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 사용자가 삼성전자 가전제품에서 어떤 기능들을 많이 쓰는지 파악하고 다양한 음성 명령을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설계하고 최대한 많은 음성 명령어 학습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사용자들이 더욱 자연스럽고 편리하게 음성 제어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인공지능(AI) 스피커인 카카오 미니에 ‘내 소식’ 기능이 지난 1월 추가돼 사용자가 음성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디바이스가 먼저 중요한 정보를 말해 줄 수 있게 됐다. 해당 기능을 활용해 가전과 관련된 중요한 알림을 스피커를 통해 받을 수 있게 됐다.”
- 카카오가 스마트 홈 시장에서 어떤 트렌드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나.
“카카오홈은 가정 내 기기와 설비를 제어하는 것부터 시작해 이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 패턴을 학습하는 방향으로 점점 더 고도화하려고 한다. AI 기술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 조명과 냉난방 등을 자동으로 제공하는 셀프 컨트롤링 홈(자율 제어 집)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카카오홈은 가정 내 기기와 설비를 제어하는 것부터 시작해 이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 패턴을 학습하는 방향으로 고도화될 것이다. AI 기술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 조명과 냉난방 등을 자동으로 제공하는 셀프 컨트롤링 홈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 스마트 홈이 성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사람들의 일상속에 이미 자리잡고 있는 카카오톡이나 다양한 스마트 디바이스와의 유기적 연결을 통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는 유저들이라면 손쉽게 챗봇을 이용해 깜빡 잊고 끄지 못한 조명을 집 밖에서도 끌 수 있고 에어컨 리모컨을 갑자기 찾지 못할 때 카카오 미니 스피커를 통해 음성으로 에어컨을 켤 수 있다. 또한 공기청정기 필터 수명이 다 되면 교체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스피커를 통해 바로 알림을 받을 수 있다. 카카오홈은 계속해 사람들의 일상을 더 똑똑하고 편리하게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