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 예상치 밑도는 기업 늘어날 가능성…상반기 대안은 항공·여행 등 컨택트주

[머니 인사이트]
기대감이 끌어올린 주가…실적 뒷받침돼야 고점 돌파 가능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월 11일 담화에서 영화 ‘쇼생크 탈출’의 “희망은 좋은 것, 아마도 최고로 좋은 것”이라는 대사를 인용했다. 7월 4일 독립기념일이 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탈출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 것이다. 2021년 3분기가 되면 미국은 코로나19에서 벗어나고 순차적으로 많은 국가들도 코로나19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 백신 접종 일정대로라면 11월이면 코로나19의 공포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끝날지 아니면 엔데믹(풍토병)으로 자리잡을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집단 면역 시기가 가까워진 만큼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나아가고 있고 실물 경제와 괴리돼 달려갔던 자산 시장도 실물 경제와 보폭을 맞출 때가 됐다. 격리에서 벗어나 마주침의 공간이 열리면 자산 시장에 반영된 과한 기대도 제자리를 찾기 마련이다. 풀린 돈의 무게 만큼 자산 시장의 과열도 진정될 때가 됐다. 버블 붕괴가 아닌 과열 해소다. 하지만 쉬어 가는 울퉁불퉁한 길에서 투자자는 더 피로도를 느낀다. 계절이 바뀌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자산 시장의 과열도 진정될 때가 됐다

금리의 방향이 바뀌었다. 2020년 12월 미국채 10년물 컨센서스(블룸버그)는 1분기 0.96%였고 4분기에서야 1.24%였다. 하지만 미국채 10년물은 1.5%를 넘어 이제 2%를 향해 가고 있다. 미국채 10년물 상승 배경은 세 가지다. 첫째, 백신 접종과 바이든 대통령의 추가 재정 부양책에 따른 경제 회복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라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했다. 둘째, 재정 적자가 확대된 가운데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부양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미국채 발행이라는 수급 부담이 불가피했다. 마지막으로 이런 미국채 10년의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개입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3월 8일 단기 채권 시장이 요동쳤다. 기획재정부가 실시한 3조1180억원 규모의 3년물 입찰은 가중 평균 금리 연 1.090%에 낙찰됐다. 응찰률이 290.2%를 기록하는 등 입찰이 무난히 끝났지만 장 종료 후 3년물 금리가 급등했다. 이후 한국은행이 국채 매입을 발표한 후 진정됐지만 미국이든 한국이든 채권 시장이 사소한 뉴스에도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한국의 국채 10년물도 3월 8일 2%를 돌파한 후 여전히 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가계 부채 1000조원 시대에 시장 금리 상승은 대출 금리 상승을 자극해 부채에 대한 부담을 높일 수밖에 없다. 금리는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는 자산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은 경제의 연결이다. 경제가 고립에서 벗어나 연결되면 다시 말해 소비를 위해 돈을 빌리고 투자를 위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러한 만남이 늘어나면 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 만남의 다른 의미는 성장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버블 구간과 2000년대의 버블 구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까지 금리와 주가는 동행했다. 경기가 좋아져 금리가 올라가는데 주가가 하락할 이유는 없다. 고민이 되는 지점은 금리 인상 속도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이익이 올라오는 속도보다 밸류에이션 확장으로 주가 상승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저금리에 기반한 밸류에이션 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미국채 10년물이 움직인 후 테슬라와 아마존 등 글로벌 성장주들의 조정 폭이 깊었던 배경이다.

실물 경제는 개선되고 있고 주가도 이를 반영해 갈 것이다. 흔히 말하는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의 전환이다. 계절이 변하듯 모멘텀도 변화한다. 하지만 계절 변화와 달리 투자의 시계는 규칙적이지 않다. 계절의 온도에 해당되는 것이 금리 변화다. 이를 주시하며 계절의 바뀜을 가늠해야 한다. 봄에서 여름으로 들어설 때 온도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금리 상승기에 기업과 각 경제 주체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코스피지수가 지난 1월 3266에서 장중 고점을 형성한 후 3월까지 지루한 기간 조정을 거치는 이유다. 바뀐 온도에 대한 적응 기간이 짧다면 별 고통 없이 주가는 재차 올라설 것이다.
기대감이 끌어올린 주가…실적 뒷받침돼야 고점 돌파 가능하다
항공·여행·의류 등 컨텍트 관련주 유망

금리 상승을 압도할 만한 실적이 나온다면 주가는 바로 고점을 넘어설 수 있다. 그 가늠자는 수출 증가세의 지속 여부일 것이다. 2020년 중반 이후 한국 기업 이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수출 증가세에 힘입은 바가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난다는 것만으로 기대가 높아져 있지만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중요한 수출 증가율이 5월 피크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2020년 하반기 한국 수출 증가율이 꾸준히 증가했고 주가는 이를 반영해 수출주 중심의 약진이 돋보였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반도체 수출 증가가 힘이 됐지만 엄밀히 말하면 2019년 미·중 관계의 악화로 수출 물량이 급격히 감소했던 영향이 더 크다.

2021년 상반기도 다르지 않다. 코로나19의 공포가 극한에 달했던 2020년 상반기 수출은 최악이었고 2021년 상반기는 그에 대한 기저 효과가 반영될 시기다. 오히려 이제 기저 효과 다음 수순을 고민할 때가 됐다. 기저 효과에 따른 수출 증가율의 상승세는 5월 고점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고 2018년 가장 높았던 수출 물량인 월간 550억 달러를 가정해도 상승률은 급격히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실은 550억 달러도 쉽지 않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경제가 복원되지 않았고 미·중 무역 분쟁도 개선 징후가 없다. 수출 증가율의 정점 확인은 이익 성장 기대감이 5월 이후 약화될 것을 의미한다. 4월과 5월 급격한 경기 위축을 기억하고 있는 만큼 5월 고점에 대한 대비가 선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모멘텀의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2021년 실적 기대감이 더 높아져 있다는 데 있다. 실적 컨센서스를 만드는 애널리스트도 감정적 편견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주가가 빠르게 올라온 만큼 컨센서스도 이를 뒤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숫자, 다시 말해 기대와 실제를 비교해야 한다. 기댓값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가늠해 보고 실젯값과 얼마나 온도 차가 나는지도 체크해 봐야 한다. 방향에 베팅해야 할 때가 있지만 어느 정도 방향이 진행되고 난 뒤에는 수준을 봐야 하는 이유다. 방향은 ‘추세’와, 수준은 ‘변동성’과 관련이 높다. 2021년 상반기의 변동성은 결국 기대와 실제의 충돌에서 온 변화다.

현재 2021년 코스피200 영업이익 추정치는 185조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129조원 대비 약 43% 증가한 금액이다. 연초 코스피200 영업이익 추정치 180조원과 비교해 보면 올해에도 상향 조정이 이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상향 조정 속도는 둔화되고 있다. 한국 실적 추정치는 주가에 후행하는 경향이 있는데 2021년 1월 이후 코스피 상승세가 둔화된 점이 시차를 두고 반영됐다. 이익 추정치 둔화는 2월 중순 이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4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 국면에 진입한 점 역시 영향을 줬다.

12월 결산 법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한국은 매년 4분기 실적이 부진한 계절성이 있는데 2020년 4분기에는 높지 않은 눈높이로 예년과 다른 긍정적 성과를 기록했다. 이러한 긍정적 실적에도 불구하고 2021년 실적이 더 이상 상향 조정되지 않은 상황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의 실적 추정치가 시장의 기대감을 충분히 반영한 상태이고 실제 1분기 실적이 높아진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심이 필요한 시기다. 즉, 4분기 실적 기대감이 낮았기 때문에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 발표 기업의 비율이 높았던 것처럼 실적 기대감이 높은 1분기 어닝 시즌에는 예상치를 밑도는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익 기댓값의 방향으로 주가가 올라서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러한 기댓값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주가 자체가 심리를 끌고 기댓값이 사후적으로 쫓아갈 때 위험하다. 보통 투자자들이 평정심을 잃을 때가 그러하다. 2021년 상반기는 기대감이 압도하는 시기다. 기대한 만큼 수요가 늘고 이에 따라 기업들이 자본 투자의 필요성을 느낄 정도로 재고 부족 혹은 설비 부족이 현실화될지 여부는 확인해야 한다. 나아가 금리가 움직였고 부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개인 내지 기업 중 일부는 한계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남은 상반기만 놓고 보면 대안은 항공·여행·의류 등 컨택트 관련주라고 판단된다. 현재 주가는 앞으로 좋아질 실적을 넘어 그 이후까지를 반영하고 있다. 길게 보면 경기 확장기에 주가는 한 단계 더 올라서겠지만 그 이행 과정에서의 변동성 장세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럴 때 생각나는 조언이 있다.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이 월가의 억만장자인 스탠리 드러켄밀러에게 했던 조언이다. “소로스는 내게 선택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옳은 선택을 했다면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그른 선택을 했다면 얼마나 적은 돈을 잃을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줬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