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57)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지난해 위기 속에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미래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합리적 조직 문화를 강화하는 등 도전과 변화를 계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중심 금융 혁신에 역량 집중
30년 가까운 기간을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일해 온 정 사장은 ‘정통 IB맨’으로 불린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정 사장의 지휘 아래 굵직한 기업공개(IPO) 딜을 싹쓸이했다. 7월 SK바이오팜을 시작으로 9월 카카오게임즈, 10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로 이어지는 ‘역대급’ IPO를 전부 도맡아 주관하며 공모주 시장의 저변을 넓혔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른바 ‘빅3’로 불리는 이들 대형 딜을 전부 주관한 유일한 증권사에 이름을 올리며 IB 명가의 자존심을 지켰다.
한국투자증권은 다양한 업종에 포진한 중소형 규모의 알짜배기 IPO도 꾸준히 챙겼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이 대표 주간사 회사를 맡은 기업 대부분은 공모가 최상단을 달성하는 등 흥행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IPO 부문에서 170억원 규모의 수수료 수익을 올리며 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정 사장은 자산관리(WM) 부문에서도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 지난해 9월 3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슈퍼리치를 대상으로 한 특화 서비스 ‘GWM(Global Wealth Management) 전략담당’ 조직을 신설했다. 글로벌 자산 관리와 함께 최근 자산가들의 최우선 관심사인 가업 승계에 도움이 될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지원하고 각종 법률과 세무 자문까지 해주는 원스톱 서비스다.
GWM은 금융 상품 투자는 물론 IPO와 인수·합병(M&A) 등 기업 금융, 한국투자증권이 진행하는 각종 글로벌 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부여하는 등 사실상 기관투자가에 준하는 다채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단순한 투자 활동을 넘어 자산 관리 전반의 로드맵을 그릴 수 있도록 지속적 교육과 지식을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GWM은 정 사장의 전폭적 지지 아래 빠른 속도로 자산 관리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며 서비스를 확대해 가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해 디지털 금융 혁신을 통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고객층을 늘리는 데도 힘을 쏟았다. 지난해 8월 출시한 ‘미니스탁’은 1000원 단위 소액으로도 해외 주식을 소수점 단위로 매매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소액으로 손쉬운 투자를 원하는 고객의 니즈에서 착안한 이 서비스는 최근 1년 사이 급격히 늘어난 해외 주식 투자 붐을 타고 ‘완소’ 앱으로 등극했다. 출시 한 달 만에 20만 명의 고객이 몰렸고 현재는 60만 명을 넘어섰다. 정 사장은 “고객 만족과 이용자 중심의 디지털 혁신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금융 조력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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