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68) 교보생명 회장은 의대 교수에서 경영자로 변신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다. 취임 초기부터 보험업계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20여 년간 교보생명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와 글로벌 금융 위기라는 두 번의 험난한 파고 속에서도 교보생명의 내실 성장을 주도함으로써 장수 기업의 토대를 탄탄히 다졌다는 평가를 내린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2021년 출발 전사 경영 전략 회의’에서 디지털 전환(DT)을 통해 ‘양손잡이 경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양손잡이 경영’은 디지털 전환을 바탕으로 기존 생명보험 비즈니스에서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동시에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 미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의대 교수에서 경영자로 변신
교보생명은 양손잡이 경영을 위한 출발점으로 올해 경영 방침을 ‘디지털 시대 성공 기반 구축’으로 정했다. 이를 위해 교보생명은 디지털 중심 조직 개편, 퍼블릭 클라우드 도입 등 디지털 전환의 초석을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다.
먼저 디지털 전환에 방점을 둔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 디지털혁신지원실을 DT지원실로 확대 개편하고 전사적 디지털 전환을 유기적으로 운영, 관리하고 있다. 또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DT추진팀·오픈이노베이션팀·플랫폼사업화추진TF·금융마이데이터파트, 디지털 기반의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위해 빅데이터지원팀·AI활용팀을 구축했다.
교보생명은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아마존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해 새로운 디지털 환경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방대한 빅데이터 분석과 자유로운 인프라 확장이 가능하도록 빅데이터 시스템과 중요 워크로드를 아마존웹서비스(AWS)로 이전하는 것이다. 교보생명은 우선 빅데이터 시스템을 AWS로 확대 이전해 정형·비정형 데이터와 실시간 데이터 수집 플랫폼을 구축하고 통합 분석 개발 환경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인공지능(AI) 기반의 보험 가입, 지급 심사 서비스인 ‘바로(Baro)’ 등 핵심 워크로드를 클라우드로 이전하고 AWS의 AI 서비스를 활용해 실시간 질의응답 기능을 새롭게 추가할 계획이다.
새로운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전방위적 협력 체계를 구축한 점도 눈길을 끈다.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 기반의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해 교보증권·교보문고·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등 주요 계열사가 함께 서울대 경영연구소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마이데이터 관련 신기술 트렌드를 공유하고 금융 교육 서비스 등 신규 서비스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금융 교육 특화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복안이다. 금융 관련 온라인 교육을 제공하고 맞춤형 금융 상품을 추천하는 등 금융 지식과 재테크에 대한 고객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발굴할 예정이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세계 최초의 자연어 처리와 머신 러닝 기반의 AI 언더라이팅 시스템 ‘바로’에 이어 사고 보험금 AI 자동 심사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가입 심사부터 보험금 지급에 이르기까지 AI 기반의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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