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친환경이 돈 된다’…신사업 뛰어든 포스코인터·LG상사·삼성물산

[비즈니스 포커스]
부산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수출할 제품을 담은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부산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수출할 제품을 담은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실적에 타격을 입은 대표적인 업종 중 하나는 바로 종합상사다. 업계 빅3인 포스코인터내셔널·LG상사·삼성물산 상사부문이 2020년 거둔 연간 영업이익은 총 7283억원으로 전년(8460억원)보다 약 14% 줄었다.

코로나19로 전반적인 교역량이 위축되면서 부진한 실적을 낸 종합상사들이 주력 사업인 트레이딩에서 벗어나 사업 다각화와 각종 신사업에 도전하며 새로운 돈맥 캐기에 나서고 있다. 수출 선봉장에서 신사업의 첨병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종합상사들은 고속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과 친환경 에너지에서 새 먹거리를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그래픽=배자영 기자
‘전기차 심장’ 만드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친환경차 시장의 고성장세에 맞춰 전기차 부품 관련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전기차 부품,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한국의 상사업계 최초로 800억원 규모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3월 15일 주시보 사장을 대표이사에 재선임하면서 그동안 추진해 온 3대 핵심 사업인 철강·에너지·식량 사업과 함께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도 더욱 속도를 내게 됐다. 주 사장은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종합 사업 회사로 한층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100% 자회사인 포스코SPS를 통해 전기차 구동 모터 코어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구동 모터 코어는 자동차와 산업용 설비 등 모터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이다. 모터의 심장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기차 시장 발전에 따라 모터 코어의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1대에 1개의 구동 모터 코어가 적용되는데 업계에서는 향후 듀얼·트라이얼 모터가 적용되면 모터 코어 시장도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스코SPS가 생산하는 구동 모터 코어 /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포스코SPS가 생산하는 구동 모터 코어 /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포스코SPS는 2009년부터 현대차·기아에 모터 코어를 공급했고 현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도 공급하고 있다. 모터 코어의 매출액은 2018년 820억원에서 2020년 1671억원으로 3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부상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한국과 중국·유럽·북미·인도 등 전 세계 생산 거점을 기반으로 2025년까지 400만 대 공급 체계를 구축해 글로벌 시장점유율 20%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포스코SPS를 통해 수소전기차 부품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수소전기차의 심장으로 불리는 수소 연료전지 분리판 생산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분리판은 수소 연료전지 스택의 핵심 부품 중 하나로, 수소·공기극에 산소를 공급하는 채널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스택을 구성하는 단위 셀(cell) 사이의 지지대 기능도 한다.

포스코SPS가 생산하고 있는 수소 연료전지 분리판 ‘Poss470FC강’은 고전도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들어졌다. 이 분리판은 수소전기차뿐만 아니라 드론용 수소 연료전지에도 적용되며 앞으로 로봇과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 모빌리티 시장 전반으로 확산이 기대된다. Poss470FC강은 2018년부터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에 사용되고 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구리·코발트·니켈 등 주요 광물의 트레이딩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은 2020년 10월 탈석탄 선언 이후 주력 사업인 액화천연가스(LNG) 복합 화력 및 저장 시설, 신재생에너지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글로벌 강자로 자리매김한다는 복안이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캐나다 온타리오 주 1369MW 규모의 풍력·태양광 발전 단지 준공과 서머사이드 복합 발전 시설 준공 경험을 바탕으로 신재생 발전 사업을 늘려 간다는 계획이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그래픽=배자영 기자
‘용 꼬리에서 뱀 머리로’ 비상하는 LG상사
LG상사는 구본준 LG 고문의 독립으로 2021년 5월 출범하는 LX그룹의 주력 자회사로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LG상사는 LG그룹에서의 계열 분리를 앞두고 신사업 추진에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그룹에서는 다른 계열사들에 가려져 존재감이 크지 않아 ‘용의 꼬리’ 역할이었다면 구 고문이 이끄는 새로운 지주사인 LX홀딩스 아래에서는 LX그룹의 핵심 사업을 이끄는 ‘뱀의 머리’로 거듭나는 셈이다. LG상사는 계열 분리와 함께 사명 변경도 추진해 이름에서 ‘상사’를 뗀 ‘LX글로벌’로 바꿀 예정이다.

LG상사는 새로운 지주사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하기 위해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LG상사는 사업 목적에 관광업, 숙박업, 통신판매업, 전자 상거래, 폐기물 수집·운송업, 디지털 콘텐츠 제작·유통·중개업, 소프트웨어·플랫폼·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운영·판매업, 데이터베이스·온라인 정보 제공업, 의료 검사·분석·진단 서비스업 등 8개를 추가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3월 24일 정기 주주 총회에서 의결했다. LG상사가 사업 목적 추가를 위해 정관을 변경하는 것은 2009년 이후 12년 만이다.

LG상사는 윤춘성 대표의 취임 이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다양한 신규 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2019년 말 LG 트윈타워를 (주)LG에 매각한 데 이어 2020년 2월 베이징 LG 트윈타워 지분 전량을 싱가포르투자청에 매각했다. 그뿐만 아니라 경제성이 떨어지는 저수익·비핵심 자산 정리 차원에서 중국 광저우에 있는 냉연 강판 가공 공장과 미얀마 시멘트 제조 공장 지분도 매각했다. LG상사는 자산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미래 먹거리에 재투자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0년 자산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가속화해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니켈 사업과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다양한 플랫폼·솔루션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고 헬스 케어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LG상사가 LX홀딩스의 주력 자회사로 거듭나면서 성장성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뜨는 시장인 전기차 시장에서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고 있다. LG상사는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니켈 채굴을 위한 광산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G상사는 2020년 인도네시아 니켈광 개발 사업을 전략 먹거리로 낙점하고 니켈광 오프테이크(생산물 우선 확보권) 확보에 주력해 왔다. 업계에서는 사업이 가시화하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력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