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기술 투자로 2009년 세계 최초 상용화…코로나19 불황 뚫는 활력소 역할 톡톡

[비즈니스 포커스]
‘랜선 관람’은 따라올 수 없는 오감 체험…CJ CGV 새 성장 동력 ‘4DX’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은 개장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기대작으로 꼽혔던 신작 영화들도 극장 개봉 대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공개를 택하면서 멀티플렉스가 성장 동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멀티플렉스는 다른 플랫폼이 따라올 수 없는 콘텐츠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큰 화면과 현장감 등을 앞세워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4D 콘텐츠’는 영화관에서만 누릴 수 있다. 이에 따라 CJ CGV가 10년 전부터 꾸준히 투자해 온 오감 체험 특별관 ‘4DX’가 극장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랜선 관람’은 따라올 수 없는 오감 체험…CJ CGV 새 성장 동력 ‘4DX’

“영화관의 미래, 4DX를 보면 보인다"
2011년 세계 최대 영화 산업 박람회 시메나콘에서 ‘슈렉’, ‘쿵푸팬더’의 제작자 제프리 카젠버그는 “영화관의 미래를 알려면 한국의 극장에 가라”고 말하며 한국 4DX 기술에 대한 호평을 쏟아낸 바 있다. 이러한 평가에는 2008년부터 4DX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온 전 세계 1위 4D 영화 사업자 CJ CGV의 기술력이 큰 몫을 했다. 4DX는 CJ CGV의 자회사 CJ 4D플렉스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오감 체험 특별관이다. 2021년 1월 19일 기준으로 66개국에 766개 스크린을 운영 중이며 좌석만 8만8000개다.

4DX는 영화관에서 특수 환경 장비와 모션 체어가 결합돼 영화 장면을 따라 의자가 움직이거나 진동이 발생하고 바람이 불며 물이 튄다. 이 밖에 안개·버블·눈 등 총 21가지의 환경 효과를 제공한다.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 온 몸으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팬들 사이에서는 꼭 4DX로 즐겨야 하는 영화 목록이 있을 정도다. 특히 블록버스터 영화는 개봉 첫 주에는 4DX 예매가 ‘하늘의 별 따기’인 수준이다. 프리미엄 좌석이 있는 ‘용산CGV’는 4DX를 더욱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는 상영관으로 꼽히며 ‘용포디’라는 애칭까지 갖게 됐다. 현재 CJ CGV는 용산을 포함해 전국에 38개의 4DX 전용관을 운영 중이다.

4DX는 국내외에 등록된 특허 수만 101개로 2019년 기준 전 세계 관객 수가 2697만 명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CJ CGV 측은 4DX의 핵심은 ‘영화의 전개와 감정선을 고려한 섬세한 4D 프로그래밍’에 있다고 말한다. 단순히 기술력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스토리에 ‘스며드는’ 기술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끈 4DX 작품으로는 2019년 개봉된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꼽을 수 있다. 4DX만 글로벌 관객 수 260만 명을 동원해 역대 최고 스코어를 기록했다. 또 ‘알라딘’, ‘라이온킹’의 연이은 흥행으로 2019년 7월 4DX는 역대 최대 월 관객 스코어인 307만 명을 동원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극장가가 얼어붙었지만 2021년 들어 ‘원더우먼1984’, ‘뮬란’, ‘극장판 귀멸의 칼날 : 무한열차편’, ‘해리포터와 불의 잔(재개봉)’,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헤븐즈필 제3장 스프링 송’, ‘몬테크리스토 : 더 뮤지컬 라이브’, ‘고질라 VS. 콩’ 등의 작품이 4DX로 개봉됐다.

올해 4DX 작품 중 특히 인기가 높았던 것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귀멸의 칼날 : 무한열차편’이다. 지난해 12월 26일 일본에서 4DX로 개봉 후 객석률 97%를 기록하며 흥행 기록을 세웠다. 한국에서도 개봉일에 4DX 상영관 객석률 30.7%를 기록했다. 현재 거리 두기에 따라 영화관 좌석의 절반만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거의 매진 수준이다.
스튜디오 체제로 경쟁사보다 앞서가
4DX의 시작은 2009년 CJ CGV프로그램팀(현 편성전략팀)이 판타지 어드벤처 장르의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를 개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작품이 큰 인기를 끌자 CJ CGV는 4DX 영화 전용관을 상암 외 다른 지역으로 확장해 2009년 12월 CGV 상암·영등포·강변·용산에 특별관을 동시 오픈했다. 또 시뮬레이터 제조 기업인 시뮬라인을 발굴해 공동 기술 개발에 나섰다. 2010년에는 4DX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담당 조직을 별도 회사로 분리했다. CJ CGV에서 4DX 프로젝트를 담당한 이력과 시뮬라인에서 모션 체어 연구·개발(R&D)을 담당한 인력들이 모여 ‘CJ 4D플렉스’가 출범했다.

이후 CJ 4D플렉스는 2011년 멕시코 최대 멀티플렉스 업체인 시네폴리스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태국 메이저 시네플렉스, 아랍에미리트(UAE) 복스 시네마 등 다양한 멀티플렉스 체인들과 계약을 체결하며 해외 진출을 가속화했다. 동시에 로컬 콘텐츠를 4DX로 제작하는 것에도 힘썼다. 지속적으로 중국 로컬 콘텐츠를 4DX로 제작한 결과 UME·바이위·골든하베스트 등 중국 극장 사업자와 계약했고 2014년 완다시네마와 대규모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그뿐만 아니라 2014년에는 세계적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미국 AEG와 계약하며 미국에도 빠르게 진출했다. 2017년에는 호주·아프리카 극장 사업자와도 파트너십을 맺으며 전 세계 6대륙 진출에 성공했다.

4DX의 성장으로 타 멀티 플렉스에도 4D 콘텐츠가 등장했지만 CJ CGV는 한 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첫째 이유는 독보적 기술력이다. 4DX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에디팅을 기획한다. 또 CJ 4D플렉스에서 자체 개발한 영상 편집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4DX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여기에 모션 체어 R&D를 사내에서 자체적으로 담당하고 있어 관객들이 영화를 몰입해 볼 수 있는 최적의 모션과 환경을 연구·개발할 수 있다. CJ CGV 관계자는 “4DX 효과가 총 21가지로 가장 다양하며 정교함이나 섬세함 등 4DX 구현 기술의 양적·질적 측면에서 업계 최고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또 다면 상영 시스템인 스크린X와 4DX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통합관 ‘4DX 스크린’ 등 신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둘째는 전문화된 스튜디오 체제다. CJ 4D플렉스는 4DX의 에디팅을 전담하는 4DX 스튜디오를 한국 본사를 포함해 미국과 중국에서 운영 중이다. 4D 프로그래밍은 콘텐츠를 선정하는 ‘영화 수급’부터 어느 장면에 어떤 효과를 줄지 기획하고 실행하는 ‘에디팅 기획’, ‘에디팅’, 전 세계 4DX관에 완성된 코드를 배포하는 ‘4DX 코드 배포’ 등 4단계 과정을 거친다.

CJ CGV는 그간 다져 온 4DX 기술력을 통해 타 플랫폼과의 차별화를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영화관이 아닌 곳에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오더라도 4DX 등 신기술을 영화에 접목하는 것은 멀티플렉스만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영화를 OTT나 2D로 접했더라도 4DX로 재관람을 유도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마니아 층은 4DX 관람이 필수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여기에 4DX를 즐기는 관객층이 10대로 확장됐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CJ CGV에 따르면 ‘극장판 귀멸의 칼날 : 무한열차편’ 4DX의 10대 관객 비율은 17.7%로 지난해 4DX 영화의 10대 관객 비율인 4.6%를 훌쩍 뛰어넘었다. 2019년 재개봉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도 10대들이 흥행을 주도했다. CJ CGV 관계자는 “그간 4DX의 주요 관객은 트렌드에 민감한 2030 관객이었지만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재개봉을 기점으로 10대 관객의 4DX 관람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Z세대의 4DX 경험치가 확장된다면 향후 4DX의 ‘충성 관객’이 더더욱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