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명 몸체 음각하고 함량 정보는 병뚜껑에…분리 배출 편리하고 자원 낭비 줄여 인기
[비즈니스 포커스] 지난해 말 ‘재활용 가능 자원의 분리 수거 등에 관한 지침’을 개정되면서 투명 페트병의 분리 배출 의무화가 시행됐다. 소비자는 투명 페트병에 담긴 음료를 분리할 때 페트병을 비우고 라벨을 제거한 후 전용 수거함에 넣어야 한다.이에 따라 유통가도 투명 페트병의 라벨을 제거하는 ‘무라벨 제품’들을 출시하며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에 발 맞추고 있다. 무라벨 제품은 재활용을 위해 별도로 라벨을 뜯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 소비자의 편의를 도모했다. 또 간편하게 분리 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활용률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라벨 제작에 사용되는 비닐의 양도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장점이 있다.
생수는 이미 무라벨이 대세
유통가가 무라벨 실험을 처음으로 적용한 제품은 생수다. 꼭 마셔야 하는 생수를 무라벨로 판매함으로써 무라벨 제품의 양을 늘리겠다는 의도다.
첫 주자는 롯데칠성음료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월 한국 생수 브랜드 중에서는 최초로 페트병 몸체에 라벨을 없앤 신제품 ‘아이시스8.0 ECO 1.5L를 출시했다. 라벨을 없앤 대신 제품명을 병 몸체에 음각으로 새겼다. 기존 라벨에 포함된 제품명과 수원지, 무기물 함량 정보는 병뚜껑 포장 필름에, 전체 표기 사항은 묶음용 포장 박스에 담았다. 1.5L 출시에 이어 롯데칠성은 500mL, 2L 제품을 출시하며 제품군을 넓혔다. 지난해 아이시스ECO는 한 해 동안 약 1010만 개가 판매되며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롯데칠성음료는 이 제품을 통해 한 해에 약 540만 장의 포장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무게로는 4.3톤에 해당한다.
롯데칠성음료가 문을 연 무라벨 생수 시장은 올해 더 달아오를 전망이다. 아이시스 외에도 현재 한국 생수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제품들이 무라벨로 상반기에 출시된다. 제주삼다수는 상반기 중 무라벨 제품 ‘제주삼다수 그린 에디션(가칭)’ 출시를 위한 시설 구축을 완료하고 6월부터 2L 제품 1억 병을 출시한다. 무라벨 제품은 제주삼다수 가정 배송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통해 판매되며 이를 통해 약 64톤의 달하는 비닐 폐기물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농심도 올해 상반기 중 라벨 없는 백산수를 출시한다. 라벨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제품명은 페트병에 음각으로 새겨 만들 예정이다. 농심은 무라벨 백산수를 2L와 0.5L 제품에 적용해 오는 5월부터 가정 배송 시장과 온라인 몰에서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농심 측은 무라벨 백산수로 연간 약 40톤의 라벨용 필름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편의점 자체 브랜드(PB) 생수들도 무라벨 대열에 동참했다. GS리테일도 편의점 GS25·GS수퍼마켓·GS프레시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PB 생수 ‘유어스DMZ맑은샘물 번들(6입)’을 2월 중순부터 무라벨 상품으로 출시했다. 기존 개별 용기에 부착되는 라벨에 개당 0.8g의 비닐이 사용됐는데 무라벨로 만든 생수를 통해 연간 50톤 이상의 비닐 폐기물을 절감할 것으로 예측된다.
소비자들, “기왕 사는 거라면 ‘무라벨’로 구매”
생수로 포문을 연 무라벨 제품들은 이제 커피와 탄산음료에도 번지고 있다. 최근 친환경 트렌드에 힘입어 무라벨 제품들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빙그레는 커피 제품 중 최초로 무라벨 콘셉트로 ‘아카페라 심플리’를 출시했는데 출시 6개월 만에 판매 100만 개를 돌파했다. 식품업계의 친환경 트렌드에 따라 무라벨 패키지를 적용한 ‘아카페라 심플리’는 필름 라벨을 없애 분리 배출이 용이하고 용기 감량 설계를 통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했다.
지난 1월 코카콜라는 한국 탄산음료 최초로 라벨을 없앤 ‘씨그램 라벨프리’ 제품을 출시했다. 투명 페트병의 재활용률을 높이고 생산 단계부터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다. 또 페트병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양도 절감했다. 이번에 선보인 씨그램 450mL 제품 외에도 씨그램 전체 페트 제품의 플라스틱 경량화를 통해 연간 445톤의 플라스틱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코카콜라는 ‘씨그램 라벨프리’에 이어 라벨을 부착하지 않은 무라벨 적용 제품군을 확대한다. 자사 먹는 샘물 브랜드인 ‘강원평창수’와 ‘휘오순수’를 무라벨 제품으로 선보이며 생수업계의 무라벨 열풍에 동참한다.
‘라벨 프리’는 최근 기업들이 강화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실제로 무라벨을 통해 쓰레기를 절감하고 페트병의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다. 동시에 최근 기업들은 라벨을 떼는 것과 함께 친환경 포장과 종이백을 내놓는 중이다. 세븐일레븐은 샐러드 상품 용기를 ‘바이오 페트’로 출시했다. 바이오 페트는 사탕수수 추출물을 30% 활용한 친환경 제품으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20% 줄이며 재활용할 수도 있다. 또 ‘빨대 없는 컵 커피’를 통해 버려지는 빨대를 없애기도 했다.
이러한 ‘무라벨 제품’의 확대는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과 맞춘 것이기도 하다. 생활 속에서 친환경을 실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라벨 제품군의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CU는 무라벨 생수 HEYROO 미네랄워터(500mL)를 출시한 이후 약 한 달(2월 25일~3월 20일)간 생수 매출을 분석한 결과 해당 제품의 매출이 전년 대비 78.2% 급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생수 전체 매출이 20.4% 오른 것과 비교하면 약 3.8배나 높은 신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또 무라벨 HEYROO 미네랄워터의 인기에 CU의 PB 생수 매출이 전년보다 33.8% 뛰었다. 전체 생수에서 차지하던 매출 비율도 작년 20.5%에서 올해 26.8%로 증가했다. CU 관계자는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실제 구매로 무라벨 생수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효과가 입증되자 인기 상품을 아예 무라벨로 전환하기도 한다. GS리테일에서 판매되는 PB 생수는 약 1억 개 이상이 판매되는데 그중에서 2L PB 생수 번들 상품이 판매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GS리테일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으로 가장 판매가 높은 상품의 라벨을 제거했다. 여기에 라벨이 없는 생수는 물을 더 맑아 보이게 한다는 효과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