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RM부터 2030 직장인까지 관심…소액 투자 가능해지고 취향 소비 중시 성향

[스페셜리포트]
지난 3월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2021 화랑미술제'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지난 3월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2021 화랑미술제'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인구의 44%를 차지하는 새로운 소비 권력층 MZ세대가 미술품 투자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취향소비’를 즐기는 이들은 자신의 취향을 한껏 나타낼 수 있는 미술품을 소유하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짭짤한 수익까지 얻을 수 있는 미술 투자에 한껏 매료됐다. 방탄소년단 멤버 RM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생까지 미술품에 빠진 MZ세대의 아트테크(아트+재테크)를 조명했다.



임정희(가명·28) 씨는 네이버카페 ‘직장인 컬렉터 되다’의 우수 회원이다. 미술품 투자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입한 지 어느덧 1년. 이곳에서 보고 들은 정보로 지난해 4월 75만원을 주고 구매한 작품을 올해 2월 160만원에 리세일하며 100%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원화와 판화의 개념조차 모를 정도로 초보 컬렉터인 그이지만 은행 예·적금 이자는 물론 주식 수익률을 훌쩍 뛰어넘는 달콤한 투자 수익률에 홀린 듯 아트테크에 빠져들었다. ‘(검증된 미술품은) 오늘 가격이 가장 싼 가격이다’란 소리에 마이너스 통장의 유혹이 불쑥 찾아들지만 조금 더 감각을 키운 이후에야 투자 비율을 높여 나가기로 다짐했다. 그는 현재 연봉의 30%를 컬렉팅에 투자하고 있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 주관사인 아트바젤과 후원사인 UBS가 펴낸 ‘2021 미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중국, 싱가포르, 타이완, 홍콩 등 10개국 고액 자산가 컬렉터 2569명 중 56%가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컬렉터 2569명 중 ~명(52%)이 밀레니얼세대(25~40세)로 최다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X세대(41~56세) 32%, 베이비부머세대(57~75세) 12%, Z세대 (9~24세 4%) 순이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 주관사인 아트바젤과 후원사인 UBS가 펴낸 ‘2021 미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중국, 싱가포르, 타이완, 홍콩 등 10개국 고액 자산가 컬렉터 2569명 중 56%가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컬렉터 2569명 중 ~명(52%)이 밀레니얼세대(25~40세)로 최다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X세대(41~56세) 32%, 베이비부머세대(57~75세) 12%, Z세대 (9~24세 4%) 순이다.
“200만~500만원 투자, 신흥 수집가 부상"

최근 미술계 신흥 수집가들로 20~40대가 부상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미술에 관심 있는 평범한 직장인들이다. 주로 200만~500만원대 그림에 투자하는 ‘아트테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칼럼니스트이자 아트 딜러로 활동 중인 한혜미 씨는 “과거 미술 투자라고 하면 고액을 투자해야 했지만 지금은 몇 만원에서부터 100만원대, 카드 할부 등으로 가볍게 접근하는 이들이 늘어났다”며 “연령층이 크게 낮아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 화랑인 선화랑 또한 최근 3040세대의 비율이 전체 고객의 3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높아졌다. 한국 미술 경매 시장의 대표사인 서울옥션이 지난 1분기 진행한 온라인 경매에서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 출생한 Z세대를 통칭))의 낙찰 비율이 전체의 10%를 넘겼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MZ세대로 불리는 2030 젊은 층은 주로 국내외 현대 미술품에 관심이 많고 구매하는 작품의 금액대가 1000만원 내외”라며 “젊은 작가의 원화 작품이나, 유명 작가의 판화 작품 등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술 투자가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급격한 대중화를 맞이하면서 소비층의 주류로 자리잡은 MZ세대들이 미술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온라인 경매로 유명 미술품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미술품을 직접 소장하지 않으면서도 그림을 구매할 수 있는 공동 구매란 새로운 방식으로도 미술품을 향유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토큰 투자도 서슴지 않는다. MZ세대는 왜 미술 투자에 빠지게 됐을까.

①기술에 친숙한 MZ

“최근 온라인 경매, 갤러리들의 온라인 전시, 아트페어의 온라인 뷰잉 룸 등 미술 시장의 온라인화로 2030, 밀레니얼 세대가 미술 시장에 대거 진입했습니다.” 미술품 공동 구매 플랫폼을 운영하는 이승행 아트투게더 대표는 최근 미술 시장에 MZ세대가 부상한 이유를 ‘미술 시장의 온라인화’로 꼽는다. 미술 시장의 기술 발달로 디지털 세대의 진입이 쉬워졌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공동 구매’ 방식이다. 미술품 공동 구매는 고가의 미술품을 다수의 투자자가 나눠 구매하고 되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형식이다. 향후 미술 작품 가격이 오르면 시세 차익을 얻고 판매 전까지는 영업 공간에 임대하거나 갤러리에 전시한다. 이 같은 공동 구매 방식은 1000원대, 1만원대 소액 투자가 가능해 미술 시장의 대중화를 열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에는 미술 작품 가격대가 높게 형성돼 있어 고액 자산가들이 주요 소비층이었지만 2018년 미술품 공동 구매 플랫폼이 속속 생겨나면서 부담 없는 금액에 젊은 소비층들도 아트테크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승행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는 공유 경제가 익숙한 세대로 소유와 공유를 적절하게 잘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이 더해진 NFT 투자도 MZ세대의 관심을 받고 있다.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이란 뜻으로,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을 대표하는 토큰을 말한다. 예술품과 같은 디지털 자산에 별도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함으로써 작가·소유주·작품 정보의 위·변조가 불가능하도록 하고 소유권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

지난 3월에는 NFT를 적용한 한국 첫 미술품이 수억원대에 낙찰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앞으로 이 같은 사례가 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술 발달이 MZ세대를 불러 모으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김윤섭 숙명여대 겸임교수는 “공동 구매, NFT와 같은 IT들은 밀레니얼 시대 디지털 세대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용어들”이라며 “이 같은 기술이 미술 시장에서 투자 관점으로 적용되면서 공격적 투자 성향이 강한 2030대 젊은 컬렉터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②新투자처를 찾는 MZ

실제 최근 주식·암호화폐와 같은 고수익 투자처에서 짭짤한 수익을 맛본 MZ세대 컬렉터들은 미술 투자의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에 빠져들고 있다. 선화랑 관계자는 “젊은 고객군일수록 미술품 컬렉팅에 투자성을 따진다”며 “가격적인 측면에서 보다 보장된 작가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이는 저성장 저금리 늪에 빠진 MZ세대의 경제 관념이 변화하면서 생긴 현상이기도 하다. 김윤섭 교수는 “젊은 세대가 예·적금과 같은 기존의 금융 상식으로는 도저히 집 한 채를 얻을 수 없다는 불안감에 휩싸이면서 투자 효과가 극대화된 상품이나 수단에 올인하게 됐다”면서 “주식 시장이 2030세대에게 보편화됐다면 신규 시장으로 미술품 투자가 떠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의 특징이 작품을 수집하고 장기간 보관하는 지속 가능한 투자보다 투자 주기가 짧고 효과가 극대화된 단타 형식의 미술 투자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7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막대한 부를 이룬 2030대가 미술품 투자에 빠진 경우도 있다. 국내 한 갤러리 관계자는 "2030대 고객들 중 일부는 비트코인으로 부를 쌓은 이들"이라며 "좋은 작품을 선택할 경우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물론 가치를 좇는 투자란 점에서 최종 투자처로 미술품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고 귀띔했다.

반면 고수익을 좇는 MZ세대에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한혜미 씨는 “공동 구매는 거액을 넣어도 100만원 수준”이라며 “수익률 20~30%가 발생해도 시드 규모가 작고 공동 구매 플랫폼에서의 수수료 등을 떼고 나면 실제 손에 떨어지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트 딜러로서 그림을 잘 안다고 생각한 저 역시 수익이 나지 않아 1년 넘게 기다리는 작품이 있다”면서 투자에 신중할 것을 강조했다. 엄진성 아트컨티뉴 대표는 “일반 투자는 차익을 개인이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지만 공동 투자는 투자 수익을 나눠 가져야 하는 만큼 투자처로서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다”며 “과거 P2P 업체가 난립할 당시 담보 물건이 부실해 망한 사례들이 있었던 것처럼 미술품 역시 좋은 작품을 선별하는 눈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익명의 관계자 역시 "만약 회사 부도시 조각 판매된 작품 처리와 투자금 상환에 큰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취향 소비를 하는 MZ

MZ세대를 아트테크로 빨아들인 데는 타인의 시선이나 요구보다 스스로의 개성과 행복을 중시하는 이들의 소비 특성도 큰 역할을 했다. 이른바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MZ세대만의 ‘취향 소비’ 특성이 미술품 기호와 연결되며 미술 투자에 관심을 갖게 했다는 분석이다. 한 씨는 “아트테크는 미술품으로서의 매력도 있지만 자신의 취향을 찾아간다는 매력도 갖고 있다”며 “수집한 미술품은 곧 나의 취향이기에 만족감이 더없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한 고객이 미술품 컬렉팅은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나의 취향과 시장의 취향, 그 교집합을 찾아 투자해야 실패하지 않는 성공 투자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히 취향 소비로만 미술품을 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 소비 상품이 아니라 작품이기 때문에 예술품에 대한 예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작품과 함께 작가에게도 관심을 기울인다면 앞으로의 투자 방향과 투자 가치에 새로운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가치를 가진 예술품인 만큼 단순히 단기 투자의 즉흥성이나 트렌드로만 판단하기보다 MZ세대의 감성에 맞는 지속 가능한 기호를 개발하는 데 힘써 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투자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진제공_방탄소년단 트위터 캡처
사진제공_방탄소년단 트위터 캡처


④인플루언서를 따르는 MZ

앞으로도 MZ세대의 미술품 투자는 보다 대중화될 것으로 보인다. MZ세대의 동년배인 아트네이너 연예인, 미술 애호가 연예인, 인플루언서들이 미술에 대한 관심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기호를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RM, 빅뱅의 탑과 지드래곤, 가수 솔비, 배우 유아인 씨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BTS의 RM은 미술계의 큰손이자 미술 애호가로 유명한데 국내외 아트페어 곳곳에 등장하며 그를 따라 구름 관객이 이어질 정도로 미술계에서 선한 영향력을 이어 가고 있다. ‘RM이 다녀간 전시’, ‘RM이 구입한 작품’ 등으로 화제가 되며 국내외 팬들 사이에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공부나 수집으로 연결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BTS처럼 우상화된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이 미술에 대한 관심과 컬렉팅이 노출되면서 그들과 동일시되고 싶다는 이들도 생기고 미술 투자에 대한 경계심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며 “인플루언서들의 패션 등을 따라가는 추세에서 미술품이란 기호 활동까지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림 사는 MZ세대...미술시장 큰손으로 부상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