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익 인피니티투자자문 전무 인터뷰

박세익 "변동성 활용하면 안타 이상 수익 가능"
2020년 주식 대박에서 소외됐던 주린이들에게 2021년에도 기회가 올까. ‘동학개미의 교사’ 박세익 인피니티투자자문 전무는 “2020년처럼 홈런을 치기는 어렵지만, 변동성을 활용하면 안타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2021년은 안타를 여러 번 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할 때입니다.” 박세익 인피티니투자자문 전무는 코스피지수가 다시 ‘박스피’로 돌아선 요즘, 아직 주식시장을 떠날 때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고비마다 명확한 논리와 분석으로 ‘동학개미들의 교사’로 불리는 그는 이번 조정장에도 앞선 전망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1월 8일 코스피지수가 3152로 치솟자 고객들에게 “더 이상 신규 자금을 받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이후 3266까지 치솟았던 코스피는 이내 조정을 거치며 3000선 안팎에서 지루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박 전무는 “현재 코스피는 올해의 기업이익 예상치를 이미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지만, 변동성을 활용한 매매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인피니티투자자문은 5~8% 목표 수익을 달성하면 청산되는 펀드를 새롭게 내놨다. 이제 시장에서 종목으로 장기 보유하기보다 단기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이 주효하다는 판단에서다.

‘신규 자금을 받지 않는다’는 공지 후 실제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예측하셨나요.
“지난 1월 신규 자금 중단에 따른 걱정도 있었습니다. ‘코스피지수가 3400, 3700 계속 가면 어떡하지’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도 있었죠. 하지만 밸류에이션으로 보면 올해 기업의 이익은 이미 주가에 선반영된 수준이었습니다. 투자자 동향도 살펴봤습니다. 만일 기관들이 매수를 주도하고 대중은 못 따라온 상태라면 추가 상승 여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규 자금 중단 선언 후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는데, 주변 테이블에서 전부 주식 얘기를 하고 있더군요. 피터 린치의 ‘칵테일 파티’가 떠올랐습니다. 지나치게 대중이 열광하고 있을 때는 신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코스피지수가 3000선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올해 주식시장은 지루한 등락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저금리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바로 꺾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올해 시장은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코스피지수는 3000선에서 -5%에서 15% 수준의 움직임을 예상합니다. 지난해처럼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도 예컨대 5%, 8%씩 짧게 수익을 여러 번 챙긴다면, 두 자릿수의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장기 투자를 할 종목과 단기 매매를 할 종목을 선별해야 합니다.”

장기 투자 종목과 단기 매매 종목을 어떻게 선별할까요.
“지난해 카카오와 네이버 주식을 추천했더니, 댓글에 ‘전무님 말씀 듣고 카카오와 네이버 사서 15~30% 수익 나기에 바로 차익 실현했더니 이후 3배가 올랐다’는 사연이 올라왔습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앞으로도 적금처럼 모아가도 좋은 장기 성장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해자를 보유한 성장주는 장기 투자하고, 경기에 민감한 주식들은 1~2년 사이클을 보며 차익 실현을 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올해 들어 눈부신 질주를 하고 있고 엑손모빌은 연초 이후 50%가 급등했습니다. 앞으로 엑손모빌이 얼마나 더 상승할지 궁금할 때는 지난 10년치, 30년치 차트를 보면서 경기가 회복되고 유가가 올라가는 국면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였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 2019년 자동차(차)·화학(화)·정유(정)가 주도하는 장세에 경기민감주들은 200~300% 수익이 난 뒤 조정이 왔습니다. 과거 해당 기업이 현재와 유사한 경제 상황에서 어떤 패턴으로 움직이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미 국채 금리 급등 등으로 인한 시장의 공포가 상당합니다.
“기우라고 봅니다. 가뭄에 봄비가 내렸는데, 폭우에 산사태를 걱정하는 모습입니다. 산사태를 걱정한다면, 산사태를 초래할 정도의 폭우가 내려야 합니다. 현재 S&P 배당수익률은 1.5~1.6%로, 최근 급등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과 같은 수준입니다. 과거 주식시장 폭락 직전의 미 국채 금리는 S&P 배당수익률의 2배를 웃돌았습니다.”

최근 기관의 매도 흐름에 개인투자자들의 우려도 높습니다.
“2년 전 테슬라 발행주식의 약 35%가 공매도에 눌렸어도, 지난해 눈부시게 질주했습니다. 국민연금이 매도하든, 공매도 세력이 팔든 6개월에서 1년을 보면 반드시 주가는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만일 기관의 매도세가 없었다면 코스피가 3300으로 향할 수 있었을 겁니다. 우량 자산은 일시적 충격을 맞더라도 빠르게 복원된다고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도 나오죠. 우량주는 반드시 제 가치를 찾아가지만, 비우량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든 아니든 가치평가가 어렵습니다. 시장이 불안할 때일수록 우량 자산 위주로 매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올해는 중소형주, 반전 가능성이 보이는 종목들을 주목하라고 하셨는데요.
“경기가 나쁠 때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망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지난해에는 우량주 위주의 매매를 당부했던 것입니다. 그럼 지금은 왜 중소형주를 얘기할까요. 경기가 회복되고 있으니까요. 경기가 안 좋을 때 우량 자산에 쏠려 있던 관심이 망하지 않을 것 같은 중소형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중소형주 수익률이 대형주를 앞설 수 있습니다. 다만 반드시 경기 회복과 함께 수익이 살아날 수 있는 중소형주를 사야 합니다. 올해 반등할 섹터의 대형주가 2~3배 상승한다면, 중소형주는 4~5배 오를 수 있습니다. 그런 종목만 올해 100개는 예상됩니다.”

올해 추천하는 유망 섹터는.
“만약 제가 돈이 있다면 서울의 호텔을 다 인수하고 싶습니다. 한번 돌아보세요. 사드 보복이 있기 전까지 국내에선 호텔이 부족해 시내 낡은 오피스를 호텔로 개조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호텔 업계의 어려움이 커졌는데, 코로나19가 끝나면 내년이나 내후년쯤에는 호텔의 수요가 폭증하리라고 봅니다. 저가항공도 인수하고 싶고, 미국 크루즈사도 사고 싶고, 카지노도 사고 싶습니다. 올해도 그런 면에서 시장이 두렵지 않습니다. 수익을 낼 수 있는 섹터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효자’ 종목은 어떻게 골라야 하나요.
“일단 섹터를 공부해야 합니다. 무조건 미국 나스닥을 보세요. 거대한 자금이 몰려 있고,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는 가장 효율적인 시장입니다. 경제 현상과 기업가치를 계속 평가하면서, 과연 어떤 섹터에서 이익 창출이 이뤄질 수 있을지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시장입니다. 지난해 ‘무엇을 사야 하나’ 할 때, 당시는 플랫폼 기업이었습니다. 테슬라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업이면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런 논리가 나스닥에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최근 철강주가 크게 상승했는데요. 미국 시장의 US스틸도 많이 상승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올해 들어 석유 사업을 하는 엑손모빌이 급등했는데, 국내 에쓰오일도 크게 상승했습니다. 미국 시장을 보면서 어떤 테마가 시장을 주도하는지 가늠해보는 것이 기본입니다.”

테슬라가 급락하자 ‘서학개미’들이 대거 매수에 나섰습니다. 저가 매수의 기회일까요.
“국내 개미들이 몰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의 밸류에이션을 보면 가격 거품이 심하지 않습니다. 이런 기업은 고점에서 15~20% 조정 받을 때 사는 것이 제 전략입니다. 테슬라는 대중이 너무 열광했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런 주식은 35~45% 정도 빠질 때 사는 게 적정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지난 3월 15일 국내 거래소에서 개당 가격이 7000만 원을 돌파했습니다. 주식투자 뺨치는데요.
“개인적으로 암호화폐를 나쁘게 보지 않지만, 투자는 안 합니다. 가치 측정이 어려우니 못 하는 거죠. ‘네가 잘 모르는 집 잔치에 가서 얻어먹으려고 하지 마라. 배탈이 난다.’ 제가 주식 초보 시절, 한 주식 고수가 알려준 원칙입니다. 내 잔칫집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남들이 돈을 벌면 축하해주면 됩니다.”

주린이에게 당부할 말씀은.
“최근에도 자주 듣는 얘기가 ‘코로나19가 끝날까요’입니다. 개인적으로 투자에서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정보와 투자 기회가 있어도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등에서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글 배현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